우리금융그룹, 방만경영 '도마 위'
우리금융그룹, 방만경영 '도마 위'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5.30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사원, 이팔성 회장 원칙 없는 인사 등 제왕적 권위 드러나
▲우리금융은 허술하고 부적절한 성과보상체계를 운용,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돈 잔치’를 벌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낙하산 인사에 성관급 잔치 까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측근을 자회사 사장으로 무더기 낙하산 인사를 일삼는가 하면 임원 외유 행각과 부당한 성과금 잔치를 벌이는 등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2조8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 등 5개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하는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했으며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로 사실상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돼 지난 정부에서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다.

또 이 회장에 의해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된 측근들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은 ‘신분’을 망각한 채 불필요한 해외 출장에서 골프를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측근의 낙하산 인사와 외유로 물의를 일으킨 이 회장은 다음 달 임기를 9개월 남기고 중도 하차한다.

측근 인사와 방만한 경영 탓에 우리금융은 부실 대출이 급증하고 기업 가치는 급락, 덩치만 큰 ‘속빈 강정’으로 전락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30일 우리금융에 대한 감사 결과 공개문에서 이 회장의 인사 전횡을 문제 삼았다.

낙하산식 인사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우리금융그룹은 당초 임원 선임계획이 없던 우리자산운용에 과거 우리증권에 근무한 바 있던 이대우씨를 채용토록 추천했고 우리자산운용은 임원 자리까지 만들며 2011년 7월 이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또 우리프라이빗에쿼티(우리PE)에게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우리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출신 이승주씨를 채용토록 추천했다. 결국 이씨는 2009년 8월 우리PE 이사대우로 채용돼 2011년 3월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우리PE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규희 전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을 부실 금융회사인 금호종금 사장으로 선임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금호종금은 우리금융그룹이 지분 41.4%를 보유중인 회사로 2010년 179억원, 2011년 7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실적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우리금융 회장은 앞으로 인사관리 업무를 철저히 해달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우리금융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아 예금보험공사의 경영 감독을 받는 만큼 감사원의 지적은 당연해 보인다.

더구나 이번 감사에서 우리금융 임원들이 불필요한 해외출장을 나가 골프를 치거나 고가의 선물을 사들여 사적으로 쓰는 등 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보였다고 감사원은 질타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일본도쿄에서 열린 ‘2012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7000만원의 경비를 들여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따라 동반 출장을 갔다.

이 때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허덕신 우리 F&I 사장, 이승주 우리PE 사장, 김하중 우리금융저축은행장을 대동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출장에서 이 회장과 황 사장만 업무와 관련한 일정이 일부 있었고, 나머지 4개 자회사 사장은 업무 관련 일정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나흘간 출장기간 내내 휴식과 관광만 했다”며 “이 중에서 이틀은 이 회장을 비롯한 6명이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2010년과 2011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에서도 계열사 사장을 데리고 나가 관광비용에 회삿돈 1억4000만원을 썼다.

이 밖에 허덕신 우리F&I 사장은 주주총회 기념품 명목으로 3000만원 어치 고급 넥타이와 양주를 구입, 친구와 지인 등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 회장 측근을 자회사 사장이나 임원으로 앉히고 엉뚱한 데 회삿돈을 펑펑 쓰는 방만 경영은 우리금융의 실적을 멍들게 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 주력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에선 과장급 직원이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4년간 회삿돈 3100만원을 횡령하는 비리가 밝혀지기도 했다.

감사원은 ▲그룹 통합리스크관리 미흡 ▲자회사 간 시너지 제고 추진 미흡 ▲그룹 전체의 수익성·생산성 부진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등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은 허술하고 부적절한 성과보상체계를 운용,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돈 잔치’를 벌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EVA(경제적부가가치)를 기준으로 2011년 초과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그해 결산에 대손충당금 5040억원을 적립하지 않아 마치 목표이익을 초과달성한 것처럼 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창립 10주년을 맞은 2011년에는 전 직원에게 월급의 100%에 해당하는 356억원을 비롯해 715억원의 초과 성과급을 주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25조7000억원으로 신한(300조8000억원)·하나(283조7000억원)·KB(282조원) 등 4대 금융지주회사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평균 2조원을 넘는 대손 비용(부실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 탓에 당기순이익은 1조2800억 원으로 가장 적다.

그러나 지난해 총자산이익률(ROA) 0.49%, 고정이하 여신비율 1.77%, 순자산 대비 주가(PBR) 0.51% 등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주가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나빴다.

감사원은 “우리금융에 지원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회수하려면 주가가 1만5555원을 넘어야 하지만 지난해 말 주가는 1만1800원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