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제 도덕적 해이 '위험수위'
재벌가 자제 도덕적 해이 '위험수위'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6.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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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편법, 해외 재산도피 기본…잘못된 부의 대물림 한몫
▲창업을 통해 기업을 일궈내지 않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재력을 물려받은 재벌가 자식들의 도덕적 해이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재벌기업 창업자의 손자들이 경영 일선에 등장해 ‘재벌 3세’ 시대를 열면서, 일부 재벌은 이미 4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창업을 통해 기업을 일궈내지 않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재력을 물려받은 재벌가 자식들의 도덕적 해이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불법과 편법으로 삼성 오너 자리를 상속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적 재벌기업 총수의 손자가 사회적 배려자 자격을 자칭해 아들을 국제중학교에 입학시켰다.

이 과정에서 성적 조작이 있었다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일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30일 최근 빚어진 아들의 영훈국제중학교 입학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제 아들의 학교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이 문제로 논란이 일면서 저는 제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지만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 부회장 측은 영훈국제중학교에 자퇴 의사를 밝혔고, 아들은 등교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아들은 성적조작을 통해 2013학년도 영훈국제중학교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부정입학 문제는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울러 영훈국제중학교 인가를 취소하고, 나아가 과열경쟁과 비리를 유발하는 국제중학교는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변호사는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지난 5월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영훈중 입학 비리 파장···미리 내정한 학생 위해 다른 지원자의 점수 깎아 ‘합격자 바꿔치기”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과열경쟁과 비리를 유발하는 국제중학교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도 28일 트위터에 “영훈국제중 성적조작 입학부정 속속 밝혀지고 있다. 관련자 엄벌하고 국제중 인가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삼성 이재용 아들,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영훈국제중 합격시 낮은 교과성적에도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으로 만들고, 다른 지원자 점수 깎고 합격”이라며 “분노”라고 말했다.

한웅 변호사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 이재용 아들 영훈국제중 성적조작 입학”기사를 링크하며 “우리나라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돈 벌어서 부정입학, 빽 있으니 위장전입, 미쳤다고 군대 가냐, 니나 해라 납세의무, 법 지키면 나만 손해!”라고 촌평했다.

한편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이사도 트위터에 “이건희는 두 번의 특별사면, 이재용은 군 면제에 천문학적 자산 편법상속, 이재용 아들은 부정입학 의혹···이것이 삼성가가 사회적 배려를 받는 방법”이라고 일갈했다.


▲최근 불법과 편법으로 삼성 오너 자리를 상속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적 재벌기업 총수의 손자가 사회적 배려자 자격을 자칭해 아들을 국제중학교에 입학시켰다.

부모의 마음은 부자나 서민이나 다 똑같다. 삼성가의 후계자가 돈의 힘으로 제 아들의 합격증을 거머쥐면서 돈 없는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셈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불법과 편법까지 대물림 받은 건가.

삼성가 3세 경영자 중 하나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수천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내외 차명계좌와 해외 법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510억원대 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CJ 주식에 투자,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거래내역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회삿돈 6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차명으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CJ 일본법인의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대보증을 서게 해 회사 측에 350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도 적용됐다.

또 2005년 이후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1000억원대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세탁한 의혹과 2008∼2010년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거래하면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 등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다만 외국인 타자자를 가장해 CJ그룹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비자금 및 미술품의 해외 보유와 관련한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5일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여 동안 조사한 뒤 26일 새벽 귀가시켰다.

검찰은 이 회장의 주요 범죄가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임직원과 국내외 법인을 총동원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차명계좌와 페이퍼컴퍼니 등 다양한 불법 수단을 사용하는 등 전반적인 혐의 사실에 대해 이 회장이 사실을 인정했고 탈세나 횡령, 배임 액수가 큰 점을 고려해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물증과 구체적인 정황증거, 진술 등을 상당수 확보한 것도 반영됐다.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횡령,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 등과 관련,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것은 맞지만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게 아니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CJ그룹 측은 이 회장의 혐의와 관련, 각종 주식 및 미술품 거래에 사용한 자금의 원천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재산이어서 범죄와 직접 연관이 없으며 회삿돈 횡령 등을 직접 지시하거나 구체적으로 보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 회장에게 적용되는 혐의의 기본 형량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5∼9년, 주가조작 5∼9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이 각각 5∼8년 등으로 매우 무거운 편이다.

앞서 2008년 한차례 문제가 된 바 있지만 당시에는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

비자금을 관리해온 자금팀장을 둘러싼 청부 살해 의혹, 자금관리자의 자살에 대한 의문 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유야무야되었기 때문이다.


▲삼성가 3세 경영자 중 하나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수천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 범삼성가 병역면제율 일반인 평균의 9배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문제도 지탄의 대상이다. 일반 국민과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 면제율을 놓고 비교해 보면 주목할 만한 현상이 관찰된다.

50년대 생까지는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 면제율이 일반인 남자에 비해 약간 높을 정도지만, 이후 재벌가의 병역 면제율이 크게 높아지고 일반인 면제율은 크게 낮아진다.

재벌가 3·4세들이 1·2세에 비해 군대에 가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국내 재벌가 성인남자들의 병역 면제율이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병무청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남자 114명 중 면제자가 40명(면제율 35.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반인 평균인 29.3%보다 5.9%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1970년대 출생인 33세~42세에서는 조사대상 36명 중 15명이 면제(면제율 41.7%)로 나타났다. 두 명 중 한 명꼴로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나이대의 일반인 평균 면제율은 18.3%로 재벌가의 3분의1 수준이다.

80년대 생의 경우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 있지 않지만 격차는 더 벌어져 있을 게 분명하다.

범삼성가의 병역면제율(30대 이상)은 73%(11명중 8명)으로 일반인 평균(8%)보다 9배나 높았다.

재벌가 남자 1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병역실태에 의하면 병장이상 현역 제대자가 42%(62명), 상병 전역 25%(37명)인 반면 병역면제는 33%(48명)이었다.

밝혀지지 않았거나 아직 병역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20%)도 적지 않아 제대로 조사를 할 경우 면제율은 훨씬 높게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 재벌家 병역면제율 일반인보다 높아

사실 주요 재벌가의 총수와 그들의 아들들에게서 병역 면제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병역면제 사유도 흥미롭다. 11대 재벌 병역면제자 37명의 면제사유를 분석해 보면 질병 10명, 국적상실 9명, 과체중 3명, 시력이상 3명, 장기유학 2명, 등으로 나타난다.

범삼성가에서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면제자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면제사유는 허리디스크다. 하지만 그의 승마실력은 프로급으로 알려졌다.


▲범삼성가에서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면제자다.

이중 정용진 부회장만 과체중으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아 군대를 가지 않았고, 나머지는 건강상의 이유다.

이인희 한솔 고문의 세 아들 동혁(한솔그룹 명예회장), 동만(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동길(한솔그룹 회장)씨도 나란히 면제됐다.

범현대가에서도 병역 면제는 눈에 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등은 모두 현역으로 군에 다녀왔다.

반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담장 결제’라는 병명으로 면제를 받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정몽근 명예회장도 건강상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병역 면제자다. 정용진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과체중’이 사유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은 근시로, 조현준 효성 사장은 망막 이상으로, 이해욱 대림 부회장은 장기유학 등의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 재벌 2세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면제사유는 ‘정신이상’이었다.

국적 문제로 면제를 받은 경우도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회장의 한국 호적에도 이름을 올려 이중국적 이유로 면제를 받았다. 신동빈 회장은 1996년 일본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정상적으로 군에 다녀온 반면, 구본진 LG패션 부사장,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 구자준 LIG넥스원 회장의 장남과 차남등은 면제됐다.

GS가의 경우 허창수 회장과 그 아들이 군에 가지 않았다.

재벌그룹별로 2·3세 병역면제율을 비교해보면 범삼성가가 73%로 단연 으뜸이고 SK그룹(57%), 한진그룹(50%), 범현대그룹(28%), GS그룹(25%), LG그룹(24%)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재벌가 병역면제율은 33%인 반면 일반인 면제율은 8%에 불과하다.


▲조 부사장이 쌍둥이 아들들의 미국 국적 자동 취득을 위해 미주본부 발령 형식을 통해 원정 출산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재벌가 딸들과 며느리들

재벌가의 딸이나 며느리들은 해외출산을 선호한다. 외국국적 취득 등의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39) 대한항공 부사장은 만삭의 몸으로 미주지역 본부로 발령 받아 지난 3월 20일 미국 하와이에서 아들 쌍둥이를 출산해 원정출산 논란에 휩싸였다. 만삭 임산부의 해외 근무는 핑계일 뿐 원장출산이 확실해 보인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첫째 딸이자, 현재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본부장(부사장)직 외에도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본부장, KAL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등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2010년 10월 초등학교 동창인 유명 성형외과 원장과 결혼식을 올렸다.

조 부사장은 지난 3월 대한항공 미주 지역본부 로스엔젤레스 윌셔그랜드호텔 재개발 및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총괄담당으로 전근 발령을 받은 후 두 달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이를 두고 조 부사장이 쌍둥이 아들들의 미국 국적 자동 취득을 위해 미주본부 발령 형식을 통해 원정 출산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조 부사장은 지난 3월 20일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 로스앤젤레스 윌셔 그랜드호텔 재개발 및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총괄담당으로 전근 발령을 받아 미국에서 근무 중인 상황”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효성 조현준 사장은 지난 2002년과 2006년 등 두 차례나 아이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산했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삼성 상무였던 2004년 미국 뉴욕에서 딸을 낳았다.

삼성 측은 해외 출산의 이유로 ‘유학시절 아들을 낳았던 병원이 산모 상태를 잘 알아 미국에 가서 낳았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다 된 밥상에 수저를 놓은 식으로 손쉽게 돈을 벌려는 재벌가 3세 손녀들도 문제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사업을 확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서민들의 골목상권에 뛰어들기 일쑤다. 삼성가 3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은 빵집 사업에 손을 대기도 했다.

◆ 선대의 ‘불법·편법’ 그대로 복기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만들거나 주가를 조작하고 편법으로 해외에 고가 부동산을 사들이기도 한다.

효성가인 조욱래 DSDL회장과 그의 아들 조현강 DSIV대표는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뉴스타파’에 의해 밝혀졌다.

조현준 효성 사장은 회사돈을 빼내 미국에 대저택을 구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바 있다.

또 이수영 회장 부부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의 보도와 관련해서도 OCI 측은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 불똥이 확대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 회장 일가는 지난 2009년 11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이중 이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장은 현재 형 집행이 유예된 기간이어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

재벌 2~3세는 아니지만, 오너가인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추가 조사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진해운 측은 뉴스타파의 보도이후 페이퍼컴퍼니 설립 동기에 대해 여전히 함구하고 있어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재벌가의 아들과 손자들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에도 LG그룹 3세와 두산 박용오 전 회장의 아들, 효성 조현범 사장 등이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불공정과 불법 등을 통해 기업을 키우고 정경유착으로 문어발식 편법경영을 해온 선대들의 ‘가르침’을 그대로 복기하는 재벌 3·4세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 2007년 재벌 3세 10여명이 특정기업 주가를 단기간에 수십 배씩 올리는 수법으로 100억원대의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거래량이 적어 시세 조작이 쉬운 코스닥 등록 기업이 이들의 먹잇감이었다. 심지어 자신은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대주주로 이름만 빌려줘 개미투자자들을 유인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소위 ‘재벌 테마주 위장 수법’이다.

당시 9만원하던 D철강의 주가가 단시일 동안에 146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개미투자자들의 통장에서 돈을 훔치는 거나 진배없는 짓이다.



◆ 재벌가 3세 대마흡입…주가조작, 위법, 부당행위 까지

재벌가 2·3세 등 사회지도층 자제가 포함된 대마초 유통·상습 투약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모(27)씨가 대마 흡입 혐의로 지명수배 됐고, 故 정주영 회장 동생의 손자인 범 현대家 재벌 3세 정모(28)씨는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인천지검 강력부(정진기 부장검사)는 대마초를 유통하거나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현대가 3세 정모(28)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모 유명 출판업체 대표의 장남 우모(33)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인천공항세관, 미공군특수수사대(OSI)와 함께 공조 수사를 벌이는 검찰은 또 해외에 체류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모(27)씨 등 4명을 지명수배 했다.

이들은 지난해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 소속 주한미군 M(23) 상병이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한 대마초 994g 가운데 일부를 한국계 미국인 브로커(25)로부터 넘겨받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M 상병(23)이 지난해 9월 원두커피 봉지 안에 숨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여온 대마초는 브로커 B씨를 통해 정씨와 김씨 에게 건네졌고, 정씨는 지난 2010년 공연기획사를 함께 운영한 우씨 등 직원들과 함께 대마초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우씨 등에게 대마초를 공급한 공급책 중에는 목사와 병원장 아들들이 포함됐으며, 이들도 같이 기소됐다. 최초 공급책인 M씨는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씨는 지난 2007년 3월 서울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북창동 클럽 종업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이 사실을 아버지인 김 회장에게 알려 청계산 보복폭행 사건을 불러오기도 했다.

또 재벌 3세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활발하나 대부분 불법·편법이다.

삼성은 전환사채를 발행해 헐값에 넘기는 방법으로, 현대차는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로 자금을 마련하는 수법으로, 대림의 경우는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세들의 경영 자질이나 능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30대 초반, 심지어는 20대에 임원으로 승진해 30대 후반 경영 총괄자리까지 오른 재벌 3세도 많다.

초고속 승진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능력 검증은 없다.

벌써부터 투자를 했다가 큰돈을 날리는 재벌 3세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가 되도 손실을 계열사 등에 떠넘겨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다 다반사다.

이밖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 유통 대기업 2세들도 국회에 출석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국회의 결정조차 헌신짝 취급할 정도면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워 역외탈세를 하고, 해외에 고가 부동산을 편법으로 구입하는 것쯤이야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할 것 아닌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모(27)씨가 대마 흡입 혐의로 지명수배 됐고, 故 정주영 회장 동생의 손자인 범 현대家 재벌 3세 정모(28)씨는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 한국은 78%가 재벌 2·3세 출신…일본 부호 68%가 ‘자수성가형’

불법, 편법, 부당행위, 해외 재산도피, 비도덕적 처신, 마약 범죄 등 ‘슈퍼갑’의 힘으로 자행되는 재벌 3세들의 행태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부의 대물림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포브스가 선정한 ‘일본 50대 부호’와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선정한 ‘한국의 50대 부자’를 비교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한일 양국 부호들의 출신 배경은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50대 부자는 78%인 39명이 조부 또는 부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 2·3세인데 반해 창업 부자는 22%인 11명에 불과했다.

반대로 일본은 재벌가 출신이 14명으로 28%에 그친 반면 68%인 34명이 창업 기업인이었다.

일본의 50대 부자에는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혼다, 닛산,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전통적인 재벌가 자녀의 이름이 거의 없는 대신 한국계 손정의씨, 재일동포 한창우씨 등 자수성가한 1세대 창업기업인들이 주류를 이뤘다.

50대 부자 1위에는 글로벌 의류업체 유니클로를 세운 야나이 다다시(柳井正·자산 155억달러) 회장이 수년째 자리를 지켰고 3위에는 IT기업 소프트뱅크의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91억달러) 회장이 올랐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된 사람은 산토리의 3세 상속자인 사지 노부타다(佐治信忠·2위·107억달러) 회장, 도요타의 도요타 쇼이치로(豊田章一郞·50위·4억달러) 명예회장 등 14명에 불과했다.

이는 2차대전후 미 군정에 의해 재벌해체가 시도된데 이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주거래은행이 대기업 지분에 참여하는 메인뱅크 시스템 도입, 외국인 지분 확대, 기업간 상호 주식보유 등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한국의 부자랭킹 50위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1위·107억달러),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2위·51억달러)과 정의선 부회장(3위·20억달러),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4위·20억달러),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5위·17억달러) 등 랭킹 19위까지 모두 재벌 2, 3세 기업인이 올랐다.

창업기업인 부자는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20위·7억달러), NHN 이해진 대표(21위·6억달러)가 대표적이었다.

일본의 부자들이 주로 유통, 게임, 파친코 등 서비스업에서 많이 배출되는 반면 한국 부자들은 제조업에 집중된 것도 차이점이다.

게임업종인 산쿄의 부수지마 구니오가 52억달러의 재산으로 5위에 랭크되고 파친코업을 하는 한국계 한창우 회장이 34억달러로 8위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식품주류판매업체 고코부의 고코부 칸비 회장이 1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도요타도 5대 상속자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은 3세를 넘지 못하는 것도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 경제민주화 넘어 ‘법치주의’ 부터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와 경쟁훼손행위를 철저히 막아 건전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

재벌기업의 아들딸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단순히 재력만 대물림 받은 게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자행했던 불법, 편법, 반칙 경영까지 상속받고 있다는 게 확연해 진다.

돈 앞에서 법이 부당하게 굴절되는 모습을 자주 봐왔던 저들이다. 이들에게 ‘법치’는 어떤 의미일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러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했다.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를 개선하며,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를 근절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까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수단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의 힘 앞에서도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가 경제민주화의 첫 걸음이 돼야 한다.

어떻게 제도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바로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강조하는 ‘법치주의’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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