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중국의 단기금리 폭등세 꺾였지만 돈 가뭄 가능성은 남아’
LG경제연구원,‘중국의 단기금리 폭등세 꺾였지만 돈 가뭄 가능성은 남아’
  • 박래정 수석연구위원
  • 승인 2013.06.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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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국 자금시장의 유동성 위기는 신탁 및 위탁금융자산의 건전성과 통제성을 강화하려는 감독당국의 선제적 조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경제의 감속이 분명해지고, 과도했던 자산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금융부문의 거품을 제거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만큼 상당기간 간헐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시장 및 외환시장의 불안정성도 덩달아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6월 자금경색은 건전성 감독규제가 촉발

지난 20일 13.4%(1일물)까지 치솟았던 상하이 은행 간 금리(SHIBOR)가 하향세로 돌아섰지만, 중국 금융시장 내 돈 가뭄이란 여진은 쉽게 사라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신용경색이 직접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진작책의 후과(後果)이면서도, 보다 거시적으로는 고도성장을 이어온 중국 경제가 식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거품과 해소란 구조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SHIBOR 폭등은 중국 안팎 금융시장이 이미 상당히 어수선해진 가운데 벌어졌다. 19일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일정이 발표된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에선 대규모 자금탈출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연말부터 가시화된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5월23일엔 엔화를 달러당 103.18까지 가치를 끌어내렸고, 중국의 5월 수입액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중국 무역부문의 성장견인력에 대한 의구심 역시 커지고 있었다. 이미 중국 공업기업들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하락, 고도성장기의 화려했던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대세를 이뤘던 터이다.

중국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는 5월부터 본격화됐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5세대 지도부의 권력이양이 매듭지어진 3월 이후 금융감독 당국은 그 동안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부외(表外, off-balance) 자금운용에 대해 대대적인 건전성 규제를 내놓았는데, 이는 돈 가뭄이 고조되던 자금시장에서 빗발치기 시작한 ‘돈을 풀어 달라’는 요청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강공책’이었다. 자금사정이 열악해 한계상황을 맞으면, 뒷감당 우려 따위 제쳐두고 고금리를 마다하지 않는 게 금융시장의 특징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최근의 신용경색 국면에서도 중국 위안화 환율은 절상기조에서 ‘소폭의 절하’로 움직임을 바꾸었을 뿐 대규모의 달러화 유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5년 일회성 평가절상 이후에도 2010년까지 거의 ‘항상적으로’ 하강(절상) 움직임을 보여온 위안화 환율은 2011년 하반기와 지난해 초 중국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처음으로 반짝 상승세를 나타내곤 했다.

이 때 중국 외환 금융기관들은 달러를 풀어 무역상들의 달러수요를 해갈하는 한편, 인민은행은 위안화 자금경색에 대비해 채권을 매입하는 식으로 시중유동성을 조절했다. 이와 함께 인민은행 산하의 외환거래센터는 위안화 고시환율을 이례적으로 전일 시장 종가보다 낮게 게시해 절상세를 부추기는 듯한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위안화 절하세가 자칫 연쇄반응을 불러와 대규모 핫머니 탈출로 이어지면 자산시장이 무너지는 상황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최근 자금경색 국면에선 우선 외환거래센터의 고시환율이 여전히 전일 시장 환율보다 높은 점이 눈에 띤다. 과도한 절상을 막겠다는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고 있는 셈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에 대한 신뢰가 살아있다는 반증이 된다. 바꿔 말하면, 최근 자금경색은 다분히 중국 내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해 벌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엔저와 중국 수출경쟁력 측면에서의 우려는 6월에 돌출된 사안이 아니었다. 두 가지 모두 중국 제조 기업들의 현금 창출능력과 무관하진 않지만, 6월의 자금경색을 설명하기엔 시기적으로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최근 SHIBOR 폭등은 경제 전반의 위기의식이 확산돼 가는 와중에 중앙정부와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요컨대 다분히 정책의지가 작용한, 예견된 결과의 하나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올 3월부터 공표된 건전성 규제의 취지는 ▲은행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그 동안 수익성을 높인다며 변칙적으로 운용해온 계정이나 투자 상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은행 대출창구 밖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사회간접자본 건설 프로젝트, 부동산 개발사업, 영세기업들의 자금운용 등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이 점에서 이번 건전성 규제는 고도성장에 길들여진 경제 체질을 안정 성장 궤도에 안착시키려는 경제 구조개선 정책의 ‘금융시장 버전’으로 간주할 수 있다. 과잉투자가 체질화된 지방정부에 대해 중앙정부가 돌 직구를 날린 것이라는 중국 언론 보도는 이런 맥락에서 일견 타당하다.

25일을 기점으로 중국 중앙은행의 시장대응 모양새는 미묘한 변화가 읽혀지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주요 상업은행들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주문하는 통상적인 내용에 덧붙여 “자금유통에 단기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로 우정저축은행, 농업은행, 국가개발은행 등이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SHIBOR 1일물 역시 5%대로 하락했다. 금융시장의 속성 상 일부 부문의 부실과 돈 가뭄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멀쩡한 금융기관의 자금수지에 압박을 주고, 결과적으로 대규모 신용경색으로 확산되면 실물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요악’ 존재인 그림자금융에 재갈 물리기

그렇다고 돈 가뭄이 풀려 SHIBOR가 지난달까지의 2~4%대로 복귀할 것으로 보기엔 시기상조이다. 중국경제의 고속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고수익 기대를 낳았던 금융상품들이 주기적으로 구조조정을 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는 상당기간에 걸쳐 돌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안팎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활성화된 ‘중국식 그림자 금융’의 불투명성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자금시장의 안정세 복귀는 상당기간 어려울 수 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그림자(影子)’라는 용어에서, 그리고 높은 수익률에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과거 명동 사채시장과 같은 ‘암(暗)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실상 대부분 금융기관이라는 제도권 울타리 내에서 운용되고 있고, 경기침체 극복기간 중 은행대출 외 자금조달원으로서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런 인식은 부당하다.

은행 외 제2금융권 발달이 상대적으로 더딘 중국시장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 데도 최근 중국 내에서조차 그림자 금융이 심각한 이슈로 부상한 이유는 ▲적지 않은 규모에 ▲실물경기나 자산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 화약고(부실화)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데도 ▲은행대출보다 금융당국의 감독과 감시에서 자유롭다는 점 때문이다. 요컨대 그림자 금융의 문제는 ‘존재’ 자체보다 ‘주변 환경의 변화’ 때문에 불거진 것이다.

그림자 금융의 주체는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 모두에 해당되며, 대상 상품은 주로 자산관리상품(WMP), 은행인수어음, 위탁대출 등으로 대별된다. 그 규모는 추정기관에 따라 11조(IMF)~28조(초상증권) 위안까지 다양한데, 중국 은행부문의 자산규모(140조 위안)나 위안화 대출 잔액(67조 위안, 5월 기준)에 비하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비은행 금융부문이 발달한 선진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그림자금융 비중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거시경제의 감속과 함께 건전성 및 금리규제가 상대적으로 집중된 은행대출 창구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그림자금융으로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여윳돈을 가진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자산관리상품(理財商品)을 찾고 있고, 은행 부문은 지급준비율이나 예대비율 규제 등을 회피할 수 있는 위탁대출, 증권화 상품의 영업을 도모하게 되며, 비 은행부문은 은행부문과 금융소비자들의 이 같은 니즈에 편승해 각종 고위험 이재상품을 개발 및 운용할 인센티브가 커지고 있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기 각종 개발 프로젝트가 상당한 고수익을 보장할 때는 큰 문제없던 이익추구 행태였지만, 성장열기가 식으면서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자금이 최종적으로 투입되는 개발프로젝트들은 대개 SOC나 부동산개발과 같이 장기 프로젝트인 반면, 자금을 끌어 모으는 이재상품들은 단기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만기구조 불일치에 따른 구조적 유동성위기마저 걱정된다.

따라서 중국 인민은행과 감독기구 등이 그림자 금융의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은 거시경제 국면전환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림자 금융의 상당부분이 지방정부의 무리한 개발사업 투자재원으로 융통됐음을 감안할 때, 이번 조처는 잇따른 중앙의 견제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가는 지방 채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유동성 위기가 대외거래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은 것은 중국 자본시장 개방이 성숙되지 않은 덕택이기도 하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종합금융사들이 저리의 달러 엔화 자금을 끌어다가 부실한 원화 단기 상품에 운용한 것과는 형태가 다르다.

아울러 중국 은행부문의 유동성은 여전히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6월 21일 기준 금융기관 지급준비금은 약 1조 위안으로서, 통상적인 지급준비금 6~7천억 위안보다 훨씬 많다고 인민은행이 밝혔고, 국유상업은행 중 최대 점유율을 가진 공상은행도 현재 예대비율이 법정 75%보다 훨씬 낮은 60% 수준으로서 대출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작금의 유동성 위기가 중국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는다 해서 실물경기가 전혀 무풍지대일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경제의 소비 투자 등 실물지표 등은 모두 과거보다 5~10% 포인트씩 신장세가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공업기업의 (세전)순익 증가율 역시 추세적으로 하강하고 있다. 이 같은 안정성장기에는 특히 시장지배력이 약하고 재무구조가 열악한 민영기업들이 더욱 자금난을 상대적으로 심하게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림자금융이 집중적으로 활성화된 지역이 저장성 등 중소 민영기업들이 왕성하게 영업하던 지역인 것은 이 때문이다.

수출보다 내수부문에 다소 파장, 한국경제에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듯

SHIBOR 폭등이 상징하는 이번 유동성 위기는 실물경제에 다소나마 생채기를 낼 가능성이 있다. 중앙정부로서는 연초부터 부동산 판매가격이 10% 대 상승률로 복귀한 이상 금리 인하는커녕 유동성 관리의 고삐를 조여야 할 필요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인민은행이 총통화(M2) 증가율과 같은 금융 전반의 지표가 ‘합리적 수준’이라고 밝힌 것은 금융정책에 대대적인 전환은 불필요하며,6 향후 한계기업의 도산과 과잉투자의 거품 제거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지방정부의 각종 개발 사업이나 부동산경기는 과거와 같은 고공행진은커녕 공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연초 예상했던 8%대를 턱걸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시진핑 지도부 역시 전임 지도자그룹과 마찬가지로 성장률 수치보다 성장의 내용과 체질개선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7% 중반의 성장률도 감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동성위기는 수출부문보다 사회간접자본 건설이나 부동산 부문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를 촉발시켰고 감독당국이 고삐를 죄기 시작한 그림자금융이 대부분 이 부문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의 중국특수가 중국 수출 섹터와 내수부문 활성화를 통해 파급됐던 만큼 이번 유동성 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은 수출부문보다 중국 내수경기 악화라는 우회적 경로를 통해 미칠 것이다. 다만 이번 위기만으로 중국 내수경기가 크게 위축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어, 한국 수출에 미칠 파장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수출입 추이는 수출입단가의 하락으로 명목상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주력 시장인 유럽의 경기회복이 더뎌 수출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미국으로 나가는 수출 증가세가 버텨주고 있고, 아시안에 대한 수출비중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엔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해 중국 외환당국은 지속적으로 절상을 억제하는 노선을 취하고 있는 만큼 수출의 성장견인력이 당장 크게 약화되긴 어렵다.

만약 이번 유동성 위기가 잠복한 채 하반기에 재연된다면, 한국 금융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국에 유입된 중국계 투자자금, 이른바 ‘왕서방’ 자금이 본국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경우 본국으로 회수될 것이란 우려다.

중국계 투자자금은 국내 채권 및 주식시장에 5월말 현재 잔액기준으로 각각 12.6조, 8조원씩 유입돼 있다. 주식시장에선 1.9% 점유율에 불과하지만, 채권시장에선 13%에 가까운 큰 손으로 부상했다. 다행히 최근 국내 투자된 외국계 자금의 유출은 미 연준의 출구전략 발표에 이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에 따른 것으로서, 중국만의 독자적 움직임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역설적으로 중국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해외로 확대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SHIBOR 폭등이 구조적 배경을 지닌 것인 만큼 향후에도 중국 금융시장 내 돈 가뭄 우려는 상당기간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왕서방 자금의 한국시장 유입은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중국경제의 감속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의 거품도 점진적으로 제거하겠다는 것이 중앙정부의 복안인 만큼 자금시장의 수급 불일치는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불안정성과 환율 변동성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중국 리스크 관리필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 · 남효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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