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퇴진…‘샐러리맨 신화’ 역사속으로
강덕수 회장 퇴진…‘샐러리맨 신화’ 역사속으로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9.0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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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등기이사 선임 만장일치 가결
▲9일 경영자추천위원회 결정으로 강덕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자료사진)

직장인의 꿈인 ‘샐러리맨 신화’가 신화 속으로 사라졌다.

채권단의 강덕수 회장 사퇴 요구에 STX조선 노사가 크게 반발했지만 결국 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9일 STX조선해양은 오후 2시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 경영자추천위원회(경추위)가 의결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채권단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동혁 부사장은 강 회장이 맡은 STX조선 대표이사직을, 류정형 부사장은 신상호 STX조선 사장의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이날 이사회는 채권단 예상대로 진행됐다. STX그룹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조선해양의 경우 자율협약 내용에 대표이사 인사권에 대해서는 경영자추천위원회에 일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칼자루를 쥔 채권단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강덕수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3명 전원과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표가 더해져 강 회장 사퇴 안건을 부결시키고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STX조선해양 이사회는 강덕수 회장과 신상호 대표이사, 조정철 전무 등 사내이사 3명과 윤연, 고중식, 정경채, 정태성 이사 등 사외이사 4명을 더해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정경채 이사는 전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고, 정태성 이사는 전 수출입은행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으로 채권단 소속 은행과 관계가 밀접해 이들을 제외하고는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 압박에 결국 강 회장 본인과 사측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사회가 반대할 경우 채권단이 STX조선과의 자율협약을 취소하고 STX그룹 계열사의 채권 회수 유예와 신규 자금 지원 등을 철회하겠다는 압박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STX조선해양 이사회와 같은 시각에 포스텍에 대한 추가자금 여부를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진행한 점도 강 회장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포스텍은 강 회장이 전체 지분의 87.5%를 갖고 있어 계열사로 사실상 STX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포스텍은 다시 지주사인 ㈜STX의 지분 4.9%를, 강 회장이 ㈜STX의 지분 6.8%를 보유해 그룹을 지배한다.

조선해양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데 이어 포스텍마저 잃어버리면 평범한 회사원으로 출발해 대기업 오너에 오른 강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종지부를 찍는다.

포스텍의 사업영역은 크게 조선기자재 부문과 IT 부문으로 나뉘는데 두 부문 모두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심해 채권단이 STX조선해양과의 거래를 단절시킬 경우 회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27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안건과 함께 STX가 보유한 STX조선 지분 무상감자 안건이 승인될 경우 강 회장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경영권을 물론 지분관계에 대해서도 연결고리가 모두 끊기게 된다.

◆ 강덕수 샐러리맨 성공 신화 종지부

앞서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3일 “STX조선해양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강 회장에게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신상호 사장의 사임도 촉구했다.

대신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로 산은이 최대 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의 박동혁 부사장을 추천키로 했었다.

이에 STX조선해양은 “대표이사 신규 선임 추진은 자율 협약 취지에 어긋나는 채권단의 월권행위”라며 반발했지만 채권단 측은 “자율 협약 당시 강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 회장은 지난 4월 ‘경영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향후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채권단 결정 사항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의 ‘10년 천하’가 막을 내렸다. 그는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30년 만인 2003년, STX그룹 회장까지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로 불렸다.

특히 과감한 인수합병(M&A)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STX를 재계 13위까지 성장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STX그룹 출범 이래 10여 년간 매출은 100배, 임직원은 75배씩 성장하며 재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무리한 인수합병 여파로 STX그룹은 2008년 이후 공격적인 경영이 되려 부메랑이 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며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등 계열사들이 매각과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주력 계열사들은 줄줄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재계는 그간 강 회장의 ‘신화적인 경영 이력’을 두고 그가 STX의 재기에 어떤 역할을 해낼지에 대한 관심이 컸다.

채권단이 STX 주요 계열사에 대해 실사를 진행한 결과,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더 많다는 의견을 잇따라 내면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지난 2일 STX조선이 자율협약 체결 이후 처음으로 약 400억원(3400만~3500만 달러) 상당의 5만DWT급 MR 탱커 1척을 수주하면서 이 같은 기대감은 증폭돼 왔다.

그러나 강 회장은 지난달 2일 경영책임을 이유로 STX팬오션 대표에서 물러났고 그룹 내에서 입지는 매우 옹색해졌다.

결국 이날 결정으로 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강덕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업계의 시선은 이제 대우조선해양으로 이목이 모아졌다.

이번에 등기이사로 선임된 박동혁 대우조선 부사장은 30여 년 간 대우조선에 몸담아오면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전문가다.

1957년생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 1982년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한 뒤 특수선생산담당 이사부장, 종합계획담당 상무, 생산지원본부(전무), 특수선사업부 본부장 등을 지냈다.

채권단이 STX 회생의 ‘키맨’으로 대우조선 박동혁 부사장을 앉힌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대우조선에 STX 위탁 경영을 맡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 다음은 STX 재무구조 안정화 계획 관련 일지

▲2012년 5월13일 STX그룹 재무구조안정화 계획 마련. STX OSV 매각, STX에너지 상장
▲9월24일 STX메탈과 STX중공업 합병
▲12월6일 일본 오릭스에 STX에너지 지분 매각 등으로 3600억원 자금 유치 ▲12월12일 STX그룹, STX팬오션 매각 추진 발표
▲12월21일 STX그룹 계열사 매각. 유럽 STX OSV 매각으로 7680억원 자금 확보▲12월27일 STX팬오션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 SC증권 선정
▲2013년 3월29일 STX팬오션 공개매각 불발
▲4월1일 STX조선해양 채권단 공동관리 신청
▲4월3일 산업은행에 인수검토 요청
▲4월8일 산업은행 PE부 예비실사 착수
▲5월31일 인수결정여부 통지 공문 발송
▲6월5일 산업은행 인수 포기
▲6월7일 STX팬오션 기업회생절차 신청
▲6월21일 STX조선 채권단, 현금 2500억원과 선수금환급보증(RG) 1억4000만달러(약 1천500억원) 등 추가지원 합의
▲6월25일 STX 계열 포스텍 채권단, 자율협약 동의…300억 긴급지원
▲7월1일 STX조선 채권단 실사결과 발표.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1조 많은 것으로 집계
▲7월22일 STX엔진 채권단 실사결과 발표,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3100억원 많은 것으로 집계
▲7월24일 홍기택 산은 회장 STX팬오션 인수 검토 재언급
▲7월31일 채권단·STX조선, 자율협약 MOU 체결
▲8월2일 강덕수 회장, '경영책임' STX팬오션 대표 사퇴
▲8월19일 ㈜STX 채권단 실사결과 발표.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 높은 것으로 집계
▲8월22일 산은, STX팬오션에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키로
▲9월3일 채권단, 강덕수 회장 경영퇴진 요구
▲9월5일 채권단-STX엔진 자율협약 MOU 체결…1500억원 자금을 투입키로
▲9월5일 채권단, STX조선 대표로 박동혁 대우조선 부사장 추천
▲9월9일 STX조선 이사회, 강덕수 회장 퇴진. 박 부사장 상임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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