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오너 경영공백 현실화?
SK그룹 오너 경영공백 현실화?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12.0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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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재원 형제 항소심 재판서 구속수감 최대 위기 맞아
▲지난 1월 31일 법정에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수감 생활이 11개월째로 접어들면서 SK그룹의 경영 공백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3위인 SK그룹 오너 형제가 항소심 재판에서 구속 수감되면서 SK그룹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 2명이 동반 실형에 처해지면서 당장의 경영공백은 물론 향후 글로벌 전략 수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11개월째 자리를 비운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다른 사업도 줄줄이 ‘휴면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 11개월째 공석···신사업 장기 표류

지난 1월 31일 법정에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수감 생활이 11개월째로 접어들면서 SK그룹의 경영 공백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사업과는 별개로 장기간 오너의 부재에 따른 글로벌 신시장 개척이 사실상 멈춘 상태라 몇년 안에 ‘미래 먹거리’ 부재에 따른 충격이 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 회장 수감 이후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의장을 맡은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협의회는 김 의장,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등 최고경영자 6인의 ‘집단경영’ 체제로, 상반기 우수한 실적을 이끌어내며 총수 공백의 우려를 한방에 날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지난 3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 164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났고,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분기 매출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9%를 넘어섰고, 순이익은 9580억원을 달성했다. 우시 공장 화재 복구에 2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반영됐다.

4분기에도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SK하이닉스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은 전 분기보다 5% 상승했으나, 중국 우시 공장 화재 영향으로 출하량이 2% 줄었다. 한동안 우시 공장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D램 출하량 감소 영향은 4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출하량 감소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이천 D램 생산 공장 M10의 생산능력을 월 12만장(12인치 웨이퍼 기준)에서 연내에 15만~16만장으로 끌어올리는 초강수를 띄웠다.

보관 중이던 유휴 설비를 꺼내 최대한 활용하고, 청주 낸드 플래시 공장에서도 일부 설비를 반출해 이천 D램 라인에 전환 배치했다.

또 청주 M12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한시적으로 D램을 생산키로 했다. 4분기 낸드플래시의 생산량은 정상 수준 대비 25~30%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부에서는 경영 공백의 여파가 당장의 경영실적보다 장기적으로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달로 최 회장의 수감 기간이 국내 대기업 회장 중 가장 긴 11개월째로 접어들었다”며 “사실상 11개월째 신시장 개척이 멈춘 상태라 몇 년 내 발생할 먹거리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특히 SK그룹은 부진한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고민도 크다. 보통 그룹 단위의 해외 업무협약이나 시장 진출은 오너의 경영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지난 6월 7년 만에 결실을 본 ‘우한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최 회장이 중점 추진했던 이 프로젝트는 SK종합화학과 중국 기업 시노펙이 손잡고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나프타 분해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그나마도 최 회장의 부재로 6개월가량 추진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그룹은 STX 에너지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1조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에 대한 부담으로 인수전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신사업과 관련해서는 SK종합화학이 일본 JX에너지와 함께 추진 중인 파라자일렌(PX) 합작 법인 설립은 관련 법안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바람에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게 됐다.

현재 SK 측은 관련 설비의 공기를 70% 진행한 상태다. 법안 통과가 늦춰져 일본 업체가 SK가 아닌 중국 업체와 손을 잡기라도 한다면 투자비를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의 PX 설비 증설도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라는 복병을 만나 난항을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잘 굴러가는 것 같이 보여도 3,4년 뒤 그 때가 적절한 판단을 을 해야 할 시기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될 때가 있다”며 “SK가 최 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때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자료사진)

◆CEO 인사 수요 있지만 최소화 전망

또한 주요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등으로 인사 수요가 있지만, 조만간 단행될 인사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신사업은 정치권 논란 속에서 장기 표류 위기에 처했고,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사업 구조조정도 혼선을 빚고 있어 ‘총수 부재’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그룹은 이달 중순께 수펙스추구협의회와 주요 계열사의 CEO급 인사를 할 예정이다. 애초 인사는 중폭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 종합화학, 루브리컨츠 등의 CEO가 3년 임기를 다 채웠고, SK증권 등 CEO가 한차례 연임해 6년 임기를 채운 회사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 2월 인수 완료된 SK하이닉스가 영업 면에서 정상 궤도에 올라서 계열사들과 인사를 교류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일부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는 문책성 인사 가능성도 점쳐졌다.

무엇보다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주도로 사실상 처음으로 하는 이번 인사를 통해 SK그룹의 지향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사 폭이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최태원 회장의 횡령 혐의 사건과 관련,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재판이라는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 전 고문 재판의 결과가 상고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을 물갈이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 부담이 있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김 전 고문 재판의 증인으로도 채택된 상태다.

SK 관계자는 “막판까지 가봐야 알지만, 이번 인사는 소규모로 실시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그룹 업무는 계열사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하되, 굵직한 건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전략위원회와 글로벌성장위원회에 소속된 CEO들의 의견을 구한다.

하지만 책임을 지고 결정한 오너 부재에 따른 혼선과 결정 지연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SK그룹, 구조조정 가속화

아울러 SK그룹은 구조조정에도 가속화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은 계열사가 83개에 달하고 이 중 적자를 내는 계열사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룹 전체 부채비율은 줄어들었지만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 2011년 30.9%에서 올해 6월 말 32.5%로 높아졌다.

우선 SK네트웍스는 ‘스피드메이트’ 브랜드로 유명한 차량정비와 렌터카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스피드메이트 사업은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어 시장에서는 매각 가치가 2000억대 초ㆍ중반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나 사모펀드(PEF)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SK네트웍스는 지난 2009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고무플랜테이션 사업 법인인 ‘PT인니조아’를 현지 자원개발 회사인 ‘PT 존린’ 그룹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남부 칼리만탄 지역에 위치한 PT인니조아는 서울시 절반 크기인 2만8000㏊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구리광산 지분매각도 검토 중이다.

SK네트웍스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과 ‘스피드메이트’ 사업부를 팔고,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 분사를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이 1%에도 못 미칠 만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왔다.

올해 3분기까지 158억원의 순손실을 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최근 ‘싸이월드’를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분사시키기로 한 데 이어 ‘네이트’ 검색 분야도 사업 조정을 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따로 또 같이 3.0’ 경영이 정착됨에 따라 계열사별로 수익성 위주 사업 구조조정이 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SK E&S는 인천종합에너지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또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를, SK이노베이션이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SK C&C는 최근 자사주 3%를 매입하기로 해 중장기적으로 SK(주)와의 합병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
SK그룹은 그룹 전체에 부담이 되는 SK건설과 SK해운, SK증권 지원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건설은 올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와싯 가스플랜트 등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충당금 설정 등으로 2618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결국 지난달 대주주인 SK㈜(지분 40.52%),SK케미칼(25.42%)이 참여하는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SK해운은 올 상반기 1조3341억원 매출에, 4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문제는 사채를 포함한 차입금 규모다. 올 상반기 현재 4조5600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4조원에서 5000억원이 더 늘었다.

이 회사는 이달 들어 보유 중인 벌크선(철광석 등 운반선) 2척을 미국 선사에 매각해 1억달러 안팎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2011년과 지난해 이들 선박을 주문했다가 해운 시황 침체로 토해낸 것이다.

SK해운의 경우 주주인 SK(주)(83.08%)의 유상증자 참여와 함께 벙커링사업부를 분할해 만든 알짜 회사인 SK B&T 지분을 매각하거나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의 경우 본사 조직을 개편하며 직급, 연차에 상관없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14개월치 월급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앞서 SK증권은 지난 7월 임원 연봉을 5% 삭감했다.

이 회사는 4~6월 영업손실 91억원을 기록했다.에너지·휴대폰 유통사업이 주력인 SK네트웍스는 작년 매출이 27조9355억원에 이르렀으면서도 당기순이익은 119억원에 불과했다.

올 3분기 누적으로 보더라도 영업이익률이 0.7%에 불과하다. 현재 이 회사는 조직 통폐합을 벌이며 보직이 없어진 팀장급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설비 노후화로 가동률이 50% 안팎을 맴돌던 인천콤플렉스를 ‘SK인천석유화학’으로 분할하며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SK텔레콤도 2010년 인수했던 말레이시아 통신업체 패킷원 지분 28%에 대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패킷원은 인수 후 해마다 적자를 내며 SK텔레콤 실적을 갉아먹었다.

SK플래닛의 경우 올해 들어 음원서비스 ‘멜론’을 운용하는 로엔을 매각한 데 이어 보유 중인 위치기반 서비스인 ‘T맵’ 사업의 매각설이 회사 안팎에서 도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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