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줄줄이 ‘서초동’行 올 겨울은?
재벌총수 줄줄이 ‘서초동’行 올 겨울은?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12.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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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및 신사업 엄두도 못내…경영공백 현실화
▲검사 출신(사법연수원 2기)인 현재현(64) 회장은 지난 16일 친정인 검찰에 소환돼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과 고의적 법정관리 신청 의혹 등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를 받았다.(자료사진)


재벌총수들의 검찰수사가 줄을 이으면서 재계가 어느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횡령·배임·탈세 등 각종 경제범죄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총수들이 유난히 많은 한 해이지만, 이번 주에는 유독 많은 오너들이 법원 청사와 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으로 불려갔다.

총수가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면서 해외 진출이나 신사업은 엄두도 못내는 등 경영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6일 현재현(64) 동양그룹 회장이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검사 출신(사법연수원 2기)인 현 회장은 이날 친정인 검찰에 소환돼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과 고의적 법정관리 신청 의혹 등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를 받았다.

19일 검찰에 세번째로 소환된 현 회장은 검찰청사 앞에서 투자 피해자들에게 계란투척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피해자들은 "현재현을 구속하라", "피해를 보상하라"고 외치며 승용차로 달려드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동양그룹은 전통적인 시멘트사업에서 생활가전사업부(동양), 금융(동양증권) 등으로 몸집을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2000년대 중반 레미콘사업이 호황을 누리자 유진그룹과 레미콘업체 인수경쟁을 벌이면서 당시 7000억~8000억원을 쓸어 넣은 게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사업부문 간 업태가 너무 달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문제가 된 동양사태로 현 회장의 경영리더십이 무너지고 있고, 대표적인 사위경영인이라는 별명이 무색게 됐다.

현재는 동양그룹 해체작업이 진행 중이기도 하며, 주력계열사인 동양생명이 분사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재현(53) CJ그룹 회장
또 지난 17일에는 이재현(53) CJ그룹 회장의 첫 재판이 진행됐다.

신장이식수술 이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은 감염을 우려한 때문인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재판장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신장이식 수술과 감염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마스크로 가려지긴 했지만 다소 수척해 보이는 얼굴에 회색 코트와 모자, 머플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나서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 회장은 지난달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2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가 연장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조 회장은 지난 13일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조 회장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당시 대검 중수부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효성그룹은 MB 정부 당시인 2009년에도 미국 내 부동산 구입과 관련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에는 아들인 조현준 효성 사장만 기소됐다.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
효성그룹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10여년에 걸쳐 계열사의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축소 처리하는 등 1조원대 분식회계로 수천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1990년대부터 주식을 타인 명의로 보유하는 등 1000억원대 차명재산을 관리하고 양도세를 탈루하고, 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 오너 일가에 대한 불법 대출을 지시한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나 특수목적법인, 홍콩·싱가포르 등 현지 법인을 동원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역외 탈세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법인과 페이퍼컴퍼니에서 불법 외환거래나 국외재산은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회장이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거나 임원에게 지급한 상여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는 등 차명계좌 210여개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증식·세탁했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

특히 효성그룹은 1996년 효성물산의 싱가포르 현지법인인 ‘효성 싱가포르’ 명의로 외국계 은행에서 수백억원을 대출받고 임직원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홍콩에 설립, 외국인 투자자로 가장해 국내 주식을 매매한 의혹이 짙다.

조 회장 일가에서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이용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효성캐피탈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조 회장의 세 아들에게 모두 4152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오너 일가와 임원, 계열사 등에 모두 1조2341억원을 대출해 준 사실이 밝혀졌다.

장남 조현준(45) 사장에게 가장 많은 1766억원을 대출해준 것을 비롯, 차남 조현문(44) 전 부사장과 삼남 조현상(42) 부사장에게 각각 1394억여원, 990억여원을 대출해줬다.

총수 일가의 재산관리에 깊이 관여한 효성그룹의 고모 상무와 최모 상무도 효성캐피탈에서 714억여원을 대출받았으며 대출금이 조 회장 일가의 금융계좌로 유입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차명대출을 통해 회사 측에 거액의 손실을 끼쳤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출내역과 자금 흐름, 사용처를 집중 분석했다.

조 회장은 지난 10~11일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회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을 뿐,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횡령을 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말 그룹 자금관리의 핵심인물인 이상운 부회장(61)을 조사한 데 이어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45)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조 회장은 지난 5일 지병을 이유로 서울대병원 암병동 특실에 입원했다. 10월30일에도 고혈압과 부정맥 증세로 입원했다가 지난달 14일 퇴원했다.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
대법원에서 사건이 파기환송된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도 19일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는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돼 1심에서 지난해 8월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변상으로 피해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186억원을 공탁했고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으로 감형됐고 건강 문제로 지난 10월 말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는 의료진을 대동한 채 누운 상태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한화 관계자는 “당장 리스크가 있더라도 캐시카우 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그런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내년 사업계획도 구체적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은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을 필요는 없다.

최 회장 사건은 내년 2월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53) SK그룹 회장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가동하며 최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장기 성장전망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게 SK안팎의 시선이다.

지난 12일 단행한 인사에서도 오너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최신원 SKC 회장이 ‘사촌경영’을 펼치고 있는 계열사를 제외하면 사장급 승진자가 거의 없다.

오너 부재 상황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결국 SK그룹은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워낙 많은 재벌 총수들 사건이 법원·검찰에 걸려 있지만 이번 주에는 유독 조사나 재판을 받는 오너들이 많다”며 “내년부터는 오너 일가의 사건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분위기가 사그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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