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의 명분 없는 인천공항철도 지분매각
코레일의 명분 없는 인천공항철도 지분매각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4.02.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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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떠밀려 알짜기업 지분 민간 매각 비판도 제기
▲공항철도는 코레일의 자회사 중 하나다. 정부는 2009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비율을 90%에서 58%로 낮춰으나 코레일공항철도는 흑자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2013년 영업이익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포함 1837억 원으로 당기순이익 흑자 329억 원이다. 2012년에는 영업이익 1509억 원에 당기 23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서발 KTX의 분할 민영화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이번에는 인천공항철도 지분 매각에 나섰다. 매년 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배기’ 회사를 민간에 넘겨주는 꼴이라 반발이 일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13일 기획재정부에 인천공항철도 지분매각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해당 계획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의 일환으로,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 지분 매각으로 1조8000억원을 마련해 올해 556.2%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는 부채비율을 397.4%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코레일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이런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매각을 통해 공항철도의 코레일 지분이 크게 줄면, 사실상 철도 민영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공항철도 검암역에 KTX가 운행될 예정이어서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원래 적자이던 공항철도 지분을 코레일이 떠안았다가 흑자가 된 현재 시점에서 매각을 검토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인천공항철도가 애초부터 민영 법인으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 만큼 철도 민영화란 주장이야말로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공항철도 지분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이미 밝혀, 매각 과정도 전혀 문제가 될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코레일이 지분 매각을 아직 검토 중인 만큼, 최종 매각 방안이 확정되면 그때 가서 정부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철도노조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민영화 논란이 거세다.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 지분 대부분을 민간에 매각하되 소수 지분을 보유한 채 운영만 맡는 방안, 즉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지분만 팔고 운용은 코레일이 맡는 일종의 ‘우회 민영화’이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의 이번 정상화 방안은, 우려됐던 철도 민영화라는 재앙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민간에 지분이 넘어가면 결국 수익성만을 따지게 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열차는 운행이 줄고 철도요금은 인상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철도 매각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격”

정치권도 지분 매각에 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알짜배기 회사마저 팔아치우려 하고 있다”며 “수서발 KTX에 이어 흑자가 나는 노선을 철도공사에서 빼앗아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철도공사의 경영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민간 기업에 넘기면 다시 부실화될 수도 있고, 요금 인상 등 국민에게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인천공항철도의 지분 매각은 수서발KTX 자회사 설립과 함께 향후 완전히 철도 민영화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인천공항철도의 지분 매각은 결국 수서발 KTX자회사 설립과 함께 향후 완전한 철도민영화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철도공사는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인천공항철도 지분매각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제 정상화 궤도에 들어선 인천공항철도는 앞으로 철도공사에 수천, 수조원의 이익을 가져다 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매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며 비난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지난 2009년 철도공사 인수 이후 이용자가 10배 이상 늘어나고 연 1500억원의 이익을 보는 알짜배기 회사로 전환해 이제는 철도공사의 ‘블루칩 자회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빚더미 회사 매입 5년만에 흑자전환 했는데

특히 코레일이 정부에 떠밀려 알짜기업 지분을 민간에 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철도는 1998년 7월 철도 분야 최초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2007년 개통 후 하루 수송객이 1만30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당시 공사는 민간회사와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방식으로 협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2007~2008년까지 민영철도회사에 무려 2700억원을 지급하며 ‘혈세낭비’라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9월 정부는 코레일에게 인천공항철도를 떠맡겼다. 빚더미 공항철도의 지분(88.8%)을 현대건설 등 9개 민간 건설업체로부터 1조2064억원에 사들여 운영토록 조치했다.

▲(자료=코레일)

코레일공항철도는 서울역부터 인천공항까지 61㎞를 운행하는 열차운영회사로 코레일의 민간자회사며, 코레일 지분은 88.8%고, 국토부가 9.9%, 현대해상이 1.3%를 보유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2009년 11월 현대, 대림, 동부 등 건설사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맡게 되자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개통 당시 하루 평균 1만3000명 수준에 불과했던 승객은 지난해 기준 15만7000명으로 10배이상 급성장했고, 매년 코레일에 이자수익 600억원을 안겨주는 등 인수원가 대비 10%정도의 영업을 내는 알짜기업이다.

공항철도는 코레일의 자회사 중 하나다. 정부는 2009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비율을 90%에서 58%로 낮춰으나 코레일공항철도는 흑자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2013년 영업이익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포함 1837억 원으로 당기순이익 흑자 329억 원이다. 2012년에는 영업이익 1509억 원에 당기 23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공항철도는 한해 8%의 이자를 코레일에 내고 있다. 이 회사에는 2조7000억원의 건설부채가 있는데 코레일에 2012년 596억원, 2013년 595억원을 줬다.

이와는 별도로 2012년과 2013년엔 금융이자로 각각 1835억원, 1593억원을 지불했다. “정부가 수서발KTX와 마찬가지로 수익이 나는 곳을 우선 분리해 코레일을 고사 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가 다시 인천공항철도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민간자본에 이익금 몰아주기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는 알짜 회사인 인천공항철도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향후 철도공사의 경영합리화에도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국토부 “이용객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발생으로 볼 수 없다”

공항철도는 지난해부터 순이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알짜노선’을 매각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코레일공항철도의 영업이익은 정부 운임수입보조금이 반영된 것으로 공항 철도 이용객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발생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공항철도는 알짜 노선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코레일은 2013년 6월 기준 17조 6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공항철도의 지분매각을 포함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제출한 바 있다.

공항철도는 2012년 영업이익이 1508억원이 발생했으나 정부의 운임수입보조금 2750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공항철도 이용객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발생으로 볼 수 없다는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운임수입보조금을 제외 할 경우 영업손실은 약 1242억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번 코레일 공항철도의 지분매각 방안은 코레일이 경영혁신 차원에서 제안한 것으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신중히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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