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명 평균 급여 전년비 2.7% ↓…임원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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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들이 경영난을 핑계로 임원보다 직원들의 연봉을 더 줄여 직원의 고통을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줄이는 동안 임원 연봉은 덜 삭감했고, 심지어 임원 연봉만 큰 폭으로 인상한 증권사도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8일 자산순위 20대 증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4월~12월 기준) 19개 증권사 직원 1명의 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대비 2.7%(99만원) 줄어든 54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등기임원 1명의 평균 연봉은 4억3900만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32.0%(1억800만원)나 급증했다.
먼저 임원보다 직원들의 연봉을 더 많이 삭감한 곳은 동양증권,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으로 조사됐다.
동양증권의 경우 직원 평균 연봉은 2012회계연도 6500만원에서 2013회계연도 4300만원으로 34% 감소했으나, 임원 평균 연봉은 같은 기간 2억3000만원에서 2억1600만원으로 6% 감소한데 그쳤다.
신한금융투자가 지급한 직원 평균 연봉도 8100만원에서 6200만원으로 23% 줄었다. 하지만 임원 평균 연봉은 7900만원에서 7400만원으로 6%만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직원 평균 연봉을 83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34% 삭감했다. 이에 반해 임원 평균 연봉은 2억4000만원에서 1억7400만원으로 28%만 줄였다.
KDB대우증권 역시 직원 평균 연봉을 8100만원에서 5200만원으로 36% 삭감하는 동안 임원 평균 연봉은 1억9100만원에서 1억3300만원으로 30% 깎는 데 그쳤다.
직원 연봉은 3분의 1 넘게 삭감하면서 반대로 임원 연봉을 늘린 증권사도 있었다.
삼성증권은 직원 평균 연봉은 8000만원에서 5200만원으로 35% 줄였으나, 임원 연봉은 3억2700만원에서 3억6300만원으로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대투증권,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동부증권 등도 직원 급여를 깎고 임원의 연봉을 큰 폭으로 올렸다.
특히 동양증권, 한화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동부증권, 하이투자증권은 당기순손실에도 등기임원의 연봉 사승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직원 평균 급여 감소율이 높은 곳은 삼성증권(27.5%), NH농협증권(25.4%), KB투자증권(12.1%), 동양증권(11.2%) 등의 순이었다.
등기임원 연봉 증가율이 높은 순위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218.9%), HMC투자증권(133.9%), 신한금융투자(104.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로 연봉을 삭감하면서 임원보다 직원들의 연봉을 더 줄인 일부 증권사들의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경영 실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경영진이 책임지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라며 "연봉 삭감이라는 금전적인 책임을 진다면 경영진이 더 많이 책임지는 게 맞고, 직원보다 임원의 연봉을 덜 삭감한 증권사는 형평성 측면에서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 증권사들 등기임원의 연봉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전체 임원 수는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19개 증권사의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임원 수는 575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2.1%(79명) 축소됐다.
직원 수(계약직 포함)는 3만1537명으로 1년 동안 6.2%(2089명) 줄었다. 한화투자증권(23.2%), 삼성증권(19.3%), 동양증권(11.5%)은 직원과 임원 수의 감소율이 비슷하게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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