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시장 개방 여부를 통보하기 전에 관세율 등 핵심사안을 국회에 보고하고 동의절차를 밟기로 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WTO에 수입쌀에 적용할 관세율 등을 정리한 수정 양허표(schedule of concessions)를 제출하기 전 국회에 먼저 보고하고 동의를 받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통상업무를 하면서 국회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쌀 관세화 일정상 국회 비준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어 동의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쌀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20년 동안 관세화(쌀 시장 개방)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도입한 만큼 이번에 다시 의무수입물량을 늘리거나 현상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내년부터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쌀 시장 개방 절차는 WTO에 수정 양허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WTO 사무국은 회원국의 동의를 받는 절차에 착수하고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사무총장 명의의 인증 서류를 한국 정부로 보낸다. 하지만 인증 절차에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우리보다 먼저 쌀 시장을 개방한 일본은 WTO 인증을 받는 데 2년이 걸렸고 대만은 5년이 걸렸다.
반면 정부가 WTO에 수정 양허표를 제출하면 관세화 유예기관이 끝나자마자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즉, 국회 비준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1월부터 쌀 시장이 개방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 비준동의권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국회 동의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모든 상품시장을 개방할 의무를 지게 됐으나 쌀은 특수성을 고려해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일정량(국내 소비량의 4%)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대신 시장개방을 10년간 미뤘다. 이후 2004년 재협상을 벌여 의무 수입물량을 7.96%로 늘리고 10년 간 더 시장개방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오는 9월까지 WTO에 쌀 시장 개방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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