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우리 경제 전망과 향후 과제
2010년 우리 경제 전망과 향후 과제
  • 현오석 칼럼
  • 승인 2010.01.0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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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시경제 측면을 중심으로 -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세계경제 역사상 최대 위기로 평가되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극심한 신용경색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던 우리 경제는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실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모습을 나타내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세계경제가 동시에 얼어붙고 있었던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위기 초기에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에 따라 2008년 4/4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5.1%를 기록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행이도 최근 우리 경제는 국제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기대비 기준으로 2009년 2/4분기에 2.6%의 성장률을 나타내었던 우리 경제는 3/4분기에 더욱 높은 3.2%의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한 성장률도 2/4분기까지 마이너스(-2.2%)에 머물러 있다가 3/4분기에는 플러스(0.9%)로 반전하여 국내 경기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최근의 경기 회복세는 급격하게 위축되었던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되고 있는 데 주로 기인하는데, 국내외 금융시장 안정 및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원화가치가 회복되면서 소비 및 투자 여건이 호전됨에 따라 내수가 개선되었던 것도 경기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재정지출 확대가 저금리 정책과 병행되면서 정책효과가 크게 나타났던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는데, 2/4분기 이후에는 수출과 더불어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의 기여도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위기로 인한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정책의 효과가 민간부문의 자생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파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10년에도 중국 등 아시아 개도국들이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선진국들의 경기도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수출의 개선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단, 경기 회복 등으로 그동안 크게 위축되었던 수입이 상대적으로 빠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는 2009년에 40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2010년에는 160억달러 내외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측면에서도 재정정책의 영향이 다소 줄어들 것이나, 고용의 점진적 개선 및 임금 상승으로 민간소비가 개선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 수익성 호전 및 환율 안정에 따른 자본재 수입비용 감소 등으로 설비투자가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내수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반적인 수요의 증가는 생산의 견실한 개선과 고용 부진의 점진적인 완화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대내외 수요 증가가 견실한 생산 증가세로 이어지는 모습이 2010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재고 조정은 성장률 제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공공부문의 고용창출사업 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고용 상황은 아직 부진한 모습이나, 최근 민간부문의 상용근로자를 중심으로 고용 침체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에도 내수 회복과 더불어 고용 개선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에 따라 실업률이 3%대 초중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취업자 수도 20만명 내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 판단을 기초로 2010년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009년의 0% 내외에서 크게 높아진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동기대비로는 전년 상반기의 급격한 감소에 대한 기저효과로 상반기의 성장률이 하반기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지만, 전기대비로는 상?하반기에 유사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1년여 만에 세계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2010년에도 다소 완만하게나마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세계경제가 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인데,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주요 통화의 가치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으며 원자재 가격도 경기 회복 및 국제 금융시장의 여건 변화에 따라 상당한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선진국의 주택시장 조정 및 동유럽 외채문제 등의 요인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국제금융시장의 일시적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우에도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수출부문으로부터 내수부문으로 연결되어 고용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나타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긴장의 끈을 놓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기 이후의 경제정책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확장적 정책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안정을 저해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시정책기조가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재정정책의 경우,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시적 재정지원 사업들을 계획에 맞추어 정리하는 한편, 비과세 축소 등 세입기반 확충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의 경우에도, 경기 회복세가 물가불안 및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증대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인 바, 이를 주관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와 함께 향후에는 고령화 등으로 요소투입 증가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칠 수 있으므로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 생산성 향상 및 상시 구조조정 등을 통한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육성에 정책적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의 경기 회복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경제정책의 중심을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 위주로 전환하고, 이와 관련한 국제적 정책공조 방안을 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모색해 나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슬기로운 정책이 될 것이다.

현 오 석
[전]세무대학 학장
[전]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원장
[현]대통령자문 노사관계발전추진위원회 위원
[현]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국회 경제정책포럼(대표의원 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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