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투자는 뒷전…배당금 잔치 '실속'
녹십자, 투자는 뒷전…배당금 잔치 '실속'
  • 황혜연 기자
  • 승인 2014.05.07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구개발 비율 동종 업계보다 낮은 9.5%…녹십자홀딩스 배당 70.43%
▲ 녹십자그룹(회장 허일섭)이 연구개발 등 미래비전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이면서 지주회사(주)녹십자홀딩스(대표 이병건)를 통해 '배당금 잔치'만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경기도 용인 녹십자 본사 전경)

녹십자그룹(회장 허일섭)이 연구개발 등 미래비전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이면서 지주회사인 (주)녹십자홀딩스(대표 이병건)를 통해 '배당금 잔치'만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작년 한해 매출 대비 연구 투자비 비율은 동종 업계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녹십자홀딩스로부터는 수익의 반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지나친 배당으로 오너 곳간만 채울 뿐, 미래 투자재원을 고갈해 회사 발전가능성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의 최근 3년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분석했을때 녹십자의 작년 한해 매출대비 연구 투자비 비율은 동종 업계보다 낮은 9.5%(71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별로 살펴보면 대웅제약은 작년에 녹십자보다 많은 금액인 799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쓰여 11.85%를 지출했다. 한미 약품도 115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해 매출 대비 15.8%의 비율을 보였다. 특히 종근당은 녹십자의 2배 이상 되는 19.85%나 된다.

녹십자가 동종업계 보다 R&D 투자에 있어서는 인색한 것처럼 비춰지는 부분이다. 반면 배당에 있어서는 관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70%가 넘는 고배당으로 녹십자그룹의 허 회장을 비롯한 일가친인척 24명에 총 4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이 지급됐다. 이는 국내 굴지기업 삼성전자의 7배 수준이다.

허 회장은 녹십자 주식을 17만8173주(1.52%), 녹십자홀딩스 주식은 526만2770주(10.62%)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자산 가치는 1060억원이다. 실직적으로 녹십자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챙긴 이는 역시 허 회장으로, 녹십자에서 2억2271만원, 녹십자홀딩스에서 13억1692만원을 받아 총 15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여기에 지난해 허 회장이 받은 6억1100만원의 보수까지 더하면 23억원이 넘는다.

이어 많은 배당금을 가져간 사람은 허 회장의 넷째 형 허남섭 한덕개발 회장의 딸 허정미씨다.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에서 허씨가 받은 배당금은 3억9494만원이다.

허 회장의 둘째형 故허영섭 회장의 차남인 녹십자 부사장 허은철씨가 3억2667만원, 허 부사장의 동생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이 3억185만원의 배당금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허 회장 일가의 24명이 받은 배당금은 모두 4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녹십자의 배당성향에 문제를 제기했다. 녹십자홀딩스의 배당성향은 70.43%로 통상 15% 정도의 배당성향을 보이는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배당성향이 70%라는 것은 순이익의 70%를 배당금으로 쓴 것과 같다.

따라서 지난해 녹십자홀딩스 순이익 161억9500만원 중에서 114억600만원이 주주 배당금이 됐다. 회사 미래 비전 보다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 쪽에 무게중심을 둔 셈이다.

다만 녹십자는 배당성향이 12%였다. 보통 기업의 배당성향이 10~20%인 것을 감안할 때 무리가 없어 보이는 수치지만 녹십자의 최대주주가 50%의 지분을 가진 녹십자홀딩스여서 ‘오너 일가의 수익 나눠먹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녹십자홀딩스 관계자는 <파이낸셜신문>과의 통화에서“제약업체수가 약 270여개 되지만 그 중 연구개발 비용을 녹십자 만큼 쓰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당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수 있지만 기업이 이익을 내서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배당성향이 높으면 회사 이익금이 자연스럽게 감소되는데, 이는 기업의 투자 재원이 줄어드는 것과 같아 발전가능성을 저해시킨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장기 미래 비전을 위해 회사에 유보금을 쌓아 두는 것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