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본드,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 전락
커버드본드,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 전락
  • 황혜연 기자
  • 승인 2014.05.2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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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시행 43일째, 발행 은행 '전무'…우선변제권 등 한계 직면
▲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과 국내 은행 건전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이중상환청구권부(커버드본드, Covered Bond) 발행 시행령이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에 그치는 모양새다. 법적으로 발행 가능해진지 43일이 지났지만 이를 발행한 은행은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과 국내 은행 건전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이중상환청구권부(커버드본드, Covered Bond) 발행 시행령이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에 그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적으로 발행 가능해진지 43일이 지났지만 이를 발행한 은행은 전무한 상태이다.

현재 은행들은 검토중이긴 하나 커버드본드를 발행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시장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커버드본드 발행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이를 발행한 은행은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사가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권으로 우선변제권을 통해 투자자에게 이중상환청구권을 보장하는 구조다. 은행이 파산해도 담보자산을 토대로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자산인 셈이다.

이미 유럽에선 활성화 돼 있으나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 도입한 것이며, 발행 규모는 금융회사의 직전 회계연도 총자산의 4% 로 제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총자산이 2120조원이었음을 감안할때 4%인 85조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다.

안정성을 특징으로하는 유가증권인만큼 기초자산은 주택담보대출채권, 선박·항공기 대출채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유한 우량자산으로 표준화했다.

주택담보대출채권은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야 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70% 이하인 대출은 20% 이상 포함해야 한다. 선박·항공기 담보채권은 담보인정비율(LTV)이 70% 이하여야 하고 사고위험에 대한 보험에 가입한 선박·항공기를 담보로 둬야 한다.

커버드본드가 발행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높은 신용도를 가진 초우량 상품을 통해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수요를 충족하고 바젤Ⅲ 유동성 규제(2015년부터 도입)를 지킬 수 있게 된다.

발행자 측에선 무보증은행채 등 다른 조달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프레드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발행기관들이 장기, 고정금리대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금융시장 안정성 강화도 기대된다.

이에 정부는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은행의 장기ㆍ저금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이를 재원으로 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다. 최대 발행사가 될 대다수 은행들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들은 이미 주택담보부증권(MBS)을 통해 고정금리 대출을 크게 확대해 놓은 상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기초자산이 되는 주택담보대출을 은행이 안고 가는 구조"라며 "발행을 통해 대출을 늘리면 재무제표상 위험자산이 증가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비율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러나 MBS는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하는 구조라서 자금을 조달해도 BIS 하락 우려가 없다"며 "커버드본드 보다 더 낳다"고 말했다.

예대율 인정이 안되는 점도 문제다. 은행채로 대출금을 조달하면 예대율 인정이 되지만 커보드본드는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자금을 또 조달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시중 은행들은 커버드본드의 가장 큰 메리트는 '금리'인데 기존 은행채와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아 효용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다른 조달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출 만기에 따라 자금조달 구조를 조정해야 하는데 만기를 5년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작용한다. 은행이 5년 이상 만기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는 자본 성격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이나 후순위채를 제외하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커버드본드를 해외에서 발행할 경우 기존에 발행된 외화채권 발행 조항, 즉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지 말라는 조항에 걸린다. 커버드본드 역시 국외에서 발행되면 외화채권의 일종이므로 같은 제제를 받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은행권은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해 외면을 하고 있다. 특히 커버드본드 첫 발행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권 주목을 받고 있는 국민은행도 검토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법률이 통과 된지 얼마 안되서, 시장상황을 보면서 검토중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검토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시장이 형성되는 모습을 지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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