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IoT 시대 ‘서비스 중심’의 신흥강자 부상’
LG경제연구원, ‘IoT 시대 ‘서비스 중심’의 신흥강자 부상’
  • 정재훈 선임연구원
  • 승인 2014.12.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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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Internet of Things), IoE(Internet of Everything)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IoT 또는 IoE는 가전, 자동차뿐만 아니라 안경, 시계 및 각종 설비, 도시 인프라 등 모든 사물에 지능이 부여되고 인터넷이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IoT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한 차원 높은 지능형 서비스가 구현되고, 이는 우리의 삶 속에서 편의성, 안전성, 생산성 등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집이나 빌딩의 밝기, 온도, 습도 등이 상황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절될 수도 있고, 직접 주문하지 않아도, 식료품이 떨어지는 시점을 자동으로 파악하여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식료품이 집으로 배달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체에 부착된 센서8를 통해 본인도 모르는 건강 상의 이상 신호를 빠르게 감지하여 심각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도시 내에서 각종 재해나 사고, 범죄 등이 발생했을 때 신고가 없어도 실시간으로 자동감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마트 시대에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용자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IoT 시대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가 나에게 전달되고, 내가 명령하지 않아도 주변 사물이 알아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시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oT는 보안, 에너지, 건설, 유통, 교통뿐만 아니라 재난/안전, 미디어, 농축산, 국방, 의료, 금융, 환경,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러 시장 조사 기관과 관련 기업에서 IoT 시장 규모에 대해 예측하고 있는데, 새롭게 등장하게 될 수많은 IoT 기기와 유관 서비스들 그리고 IoT로 인해 기존의 기기 및 서비스가 개선되는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2020년에서 30년경 IoT 시장이 적게는 2조달러 많게는 15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전망하는 기관과 시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도 2020년 최소 2천조 원이 넘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다고 전망할 수 있다. 이러한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ICT 산업의 전통적인 강자, 구글(Google), 애플(Apple)은 물론, LG, 삼성과 같은 모바일 기기 제조 기업, AT&T, 버라이즌(Verizon)과 같은 통신서비스 기업, 시스코(Cisco) 등의 통신 장비 기업, 인텔(Intel)이나 ARM과 같은 전자부품 기업들도 IoT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웨어러블 기기 업체인 페블(Pebble), 지금은 구글에 인수된 자동온도조절 기기 업체 네스트랩스(Nest Labs) 등과 같은 IoT 전문 스타트업의 창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ICT 산업과 관련이 크지 않아 보이는 각종 제조 기업과 서비스 기업들도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유통 서비스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은 신선식품 배달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Fresh)와 연계하여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쉬(Dash)라는 IoT 기기를 올해 개발하였으며, 자사의 프레시 서비스 회원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에너지, 운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GE도 IoT를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 프레딕스(Predix)를 작년에 자체적으로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제트엔진, 자기공명영상기기(MRI) 등 다양한 GE의 기기와 연결하고 정보를 수집하여 원격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IoT와 관련해 AT&T, 시스코, 인텔 등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보안, 금융, 교육,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기업들도 서비스의 고객 가치 혁신을 위해 IoT를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업체가 IoT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IoT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낼 기업으로는 여전히 구글과 애플이 꼽히고 있다. IoT 시대의 강자로 구글을 가장 먼저 꼽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 기기(Contents-Platform-Network-Device, CPND)로 이어지는 IoT 가치사슬 중 상당 부분에서 독보적인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의 모바일 OS(Operating System)인 안드로이드는 2013년 3분기 글로벌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 74%를 기록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가전용 OS인 안드로이드 앳 홈(Android@Home), 스마트TV용 OS인 안드로이드 TV 등도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스마트카용 OS와 웨어러블 기기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검색, 메일(G메일), 지도(구글맵), 동영상(유튜브), SNS(구글플러스) 등의 인터넷 서비스와 이를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기술에서도 세계 최고이다.

애플도 구글과 같이 IoT 가치사슬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애플 중심의 사업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2013년 3분기 iOS의 점유율은 약 19%로 안드로이드와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에 비해 점유율은 낮지만 고객의 충성도가 매우 높고, 애플이 모든 단말 기기를 직접 개발하기 때문에 단말 시장에 대한 영향력에서는 구글과 비교하여 크게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OS의 영역도 구글과 유사하게 스마트TV,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카 등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M&A를 통해 구글에 견줄 만한 빅데이터 역량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음원, 동영상 및 각종 앱과 같은 콘텐츠 영역에서는 애플의 아이튠즈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OS를 포함한 단말 기기와 서비스 플랫폼 또는 콘텐츠 등에서의 차별적 위상을 바탕으로 콘텐츠 업체, 통신 업체 등 관련 ICT 기업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구글과 애플 자신들이 중심이 되는 사업 모델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은 IoT 시장에서도 상당부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중심의 IoT 등장, 새로운 강자 부상의 기회

지금까지는 스마트폰과 같은 하나의 고성능 단말 기기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구현되는 사업 모델(One Device-Multi Service, ODMS)이 거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IoT 시대가 도래하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IoT 기기 그리고 이와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전반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의 고성능 단말 기기에서 여러 서비스가 구현되는 사업 모델이 아닌, 하나의 가벼운 단말이 하나의 서비스에만 활용되거나 하나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개의 단말들이 연결되는 형태의 사업 모델(One Service-Multi Device, OSMD)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사업 모델과 유사한 ‘기기 중심의 IoT(Device-centric IoT)’라고 부를 수 있으며, 후자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중심의 IoT’라고 할 수 있다.

‘기기 중심의 IoT’ 시장은 여전히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 중심의 IoT(Servicecentric IoT)’ 시장에서의 게임 룰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기 중심의 IoT’ 시장과 사뭇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변화하는 서비스 중심의 IoT 시장에 대해 CPND 가치사슬 측면에서 살펴보자.

1. 서비스 중심 IoT 시장에서의 CPND 가치사슬

1) 단말 기기: IoT 기기의 다이버전스(Divergence)화, 롱테일(Long-tail)화

IoT 시대에는 컴퓨팅 기능을 담은 다양한 IoT 기기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이 고성능 프로세서와 OS를 기반으로 다양한 앱이 구동되는 IoT 기기(One Device-Multi Service)도 존재하겠지만, 보다 가볍고 단순한 기능을 가진 IoT 기기도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컴퓨팅 기능은 최소화되고, MEMS 센서에 인터넷 연결을 위한 통신 모듈만 부착된 형태의 초소형 IoT 기기도 이미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IoT 기기는 프로세서 성능 상에 제약이 있는 만큼, 기존의 무거운 모바일 OS가 아니라 매우 가벼운 실시간 운영체제(Real Time Operating System, RTOS) 또는 최적화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Embedded Software)만이 탑재되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기능의 IoT 기기는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IoT 기기들과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서비스를 구현하게 될 것이다(One Service-Multi Device). 예를 들어, 스마트 교육이라는 하나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태블릿, 전자칠판, 스마트펜, 글래스 등 다양한 기기들이 사용되는 식이다.

다양한 기기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면서 스마트 교육이 추구하는 학습의 효율성, 즐거움, 편리함 등의 핵심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다수의 생체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약통, CCTV 등이 함께 사용되는 것을 들 수 있다.

2) 콘텐츠: 센서 정보의 급증

스마트폰 시대에는 동영상, 음악, 게임, 만화 등 주로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 중심의 IoT에서는 이와 함께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가 핵심 콘텐츠로 부상할 것이 예상된다. 수많은 IoT 기기에 부착된 센서들이 사용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생활밀착형 서비스 중 하나는 스마트홈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위치 센서, 일정 등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집에 도착할 시간이 예상되면 그에 맞추어 집안의 조명과 냉난방기기를 켜고, 거실의 TV 근처로 다가가면 스마트폰과 TV를 자동으로 연결하여 폰에서 보고 있던 동영상을 TV로 이어서 보여줄 수도 있다.

외출 중에는 CCTV와 문, 창문 등에 부착된 센서로 외부인 침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쇼핑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냉장고 안의 카메라,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등 센서를 통해 식료품 별 소비량을 파악하여 자동으로 주문까지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스마트홈 서비스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GPS, 온도/습도계, CCTV, 스마트가전 등으로부터 수집되는 각종 센서 정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센서 정보들과 이를 분석, 가공한 정보들이 핵심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3) 플랫폼: 실시간 빅데이터 처리가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

기기 중심의 IoT에서는 여전히 OS가 핵심 플랫폼이라면, 서비스 중심의 IoT에서는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이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IoT 기기의 성능 상 제약으로 인해 대부분의 정보는 클라우드에서 처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다수의 IoT 기기들로부터 수집되는 방대한 센서 정보를 모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가치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하나의 제조사가 생산하는 소수의 기기만으로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식보다 여러 제조사에서 생산되는 여러 종류의 기기들로부터 수집되는 정보들을 결합할 때,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빅데이터 플랫폼은 단순히 최고 수준의 실시간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기술 수준은 물론이고, IoT 기기로부터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법적 권한 또는 확고한 고객 기반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은 빅데이터 기술이 뛰어난 업체가 아니라 빅데이터 기술을 보유한 대형 병원이 구축할 수 있으며, 금융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은 금융 기관이, 유통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 역시 대형 유통 업체가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네트워크: 네트워크가 부품처럼 활용되는 MVNO8 형태 보편화

스마트폰 시대에는 스마트폰을 사서 이용하는 고객들이 통신사를 통해 단말 기기를 구매하고 통신사와 직접 단말 할부 및 통신망 사용 계약을 맺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집안의 인터넷, 전화, IPTV 등 통신망이 필요한 서비스는 모두 단말 기기 제조사가 아닌 통신사를 통해 사용자가 계약을 하는 형태이다.

하지만 서비스 중심의 IoT에서는 통신망을 이용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많은 수의 IoT 기기를 동시에 이용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IoT 기기의 구매 시마다, 통신사 가입 절차를 거치는 것은 많은 번거로움을 낳을 것이다.

각 기기별 청구서와 청구내역을 확인하는 일도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것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아 가입자당 매출(Average Revenue Per User, ARPU)이 낮은 IoT 기기에 대한 계약과 관리가 늘어나는 것은 통신사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때문에 IoT 서비스의 운영 주체가 통신망을 통신사로부터 임대한 후, 소비자에게 서비스 요금과 기기 값, 통신 요금을 번들링(Bundling)하여 판매하는 것이 고객 편의성 관점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IoT 기기에 대한 계약을 통합 체결함으로써, 통신사와의 교섭력을 높이고, 개인이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통신 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IoT 서비스 운영 주체가 서비스 요금과 기기 구매 비용, 통신 요금 간의 교차 보조 모델을 적용한다면, 이용 기간 약정 등의 방법을 통해 요금 할인이 가능할 것이고, 이는 IoT 기기 값 및 통신 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서비스 중심의 IoT 시장, 신흥 강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영역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OS가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아 왔다. OS에 있어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는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았고, 구글은 자신의 안드로이드 OS에 많은 우군들을 끌어 모았다.

이렇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애플과 구글은 웨어러블, 스마트카 등 OS 역량이 중요한 기기 중심의 IoT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비스 중심의 IoT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시장만큼의 영향력을 갖기 어려울 수도 있다. 몸집이 큰 애플이 다양한 IoT 기기에 직접 대응하는 일은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스마트폰 시대에 안드로이드 OS를 무기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온 구글이지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RTOS의 비중이 높아지는 서비스 중심의 IoT 영역에서는 그 지배력이 축소될 수 있다.

기기 제조사의 영향력도 축소될 수 있다. 하나의 단말 기기에서 여러 서비스 이용(One Device-Multi Service)이 주류인 기기 중심의 IoT 시장에서는 다양한 서비스의 통로이자 중심이 되는 단말 기기 제조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서비스를 위해 여러 단말 기기 이용(One Service-Multi Device)이 주류인 서비스 중심 IoT 시장에서는 서비스 업체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특정 영역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서비스 업체에 의해 IoT 기기가 선택적으로 허용이 되거나, 영향력 있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IoT 기기가 모여들면서 서비스 업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향후, 각 산업별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출시되는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헬스케어, 금융 등과 같이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서비스의 경우, 기기 제조사보다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 중심 IoT 시장에서 강자가 되기 위한 조건

1. 서비스 중심의 IoT가 갖는 의미

서비스 중심의 IoT가 기기 중심의 IoT와 다른 점은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부분이 단말 기기가 아닌 서비스라는 점에 있다. 지금까지 ICT 산업을 보면 대부분 단말 기기가 핵심 가치를 제공하고 있거나 가치의 원천 노릇을 했다.

단말 기기가 먼저 출시되고 나서 그 단말 기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나중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PC가 등장한 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출시되었으며, 스마트폰이 소개된 후에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나타났던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IoT 시대에는 고객 가치의 핵심이 서비스인 만큼, 지금까지의 단말 기기 중심 패러다임에 변화가 예상된다. 서비스가 먼저 개발되고 그에 맞는 단말 기기의 선택 또는 새로운 단말 기기의 개발이 이루어지는 서비스 중심의 IoT가 기기 중심의 IoT와 함께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다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센서와 이를 수신하는 단말기의 조합을 얼마나 잘 구축하여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집안의 보안, 온도조절, 전력절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의 경우 개별 서비스를 위해 많은 센서가 필요한데, 이러한 센서를 얼마나 잘 확보하는가와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스마트홈 서비스의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서비스 중심 IoT의 활성화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개 제품을 원가에 마진을 붙여 판 후, 후속 서비스를 유료 혹은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말 기기 가격과 서비스 가격을 혼합하여 제공할 수가 있다. 즉 단말 기기를 원가 이하 혹은 무료로 제공하고 추후 서비스 이용요금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사례로는 롤스로이스의 항공기 엔진 사업을 들 수 있다.

롤스로이스는 항공사에 자사의 항공기 엔진을 판매하는 대신 리스한 후 사용 시간에 따른 비용을 부과하고 있으며, 동시에 자사의 엔진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결함에 대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 서비스 중심의 IoT 시대를 이끌 사업자

서비스 중심의 IoT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서비스 고객 기반이 있어야 한다. 즉 해당 서비스 사업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스마트홈 서비스를 예를 들면, 기존의 홈 오토메이션 사업이나 홈 시큐리티 사업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업자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기존 사업자들은 이미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사업에 대한 기술 및 노하우도 훨씬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나 케이블 사업자, 구글과 같은 IT업체들은 스마트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M&A를 추진하고 있는데, 통신사업자인 AT&T는 지난 2010년에 스마트홈 관련 스타트업인 Xanboo를 인수한 바 있으며 구글은 최근 자동온도조절 관련 스타트업인 네스트랩스를 32억 달러에 사들였다.

사업에 대한 기술 및 노하우의 확보는 해당 분야에서의 고객 데이터 확보와도 연결될 수 있다. 즉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얼마나 가치 있는 서비스로 창출해 낼 수 있는가도 서비스 중심의 IoT 시장의 주도를 위해 필수이다.

구글이 네스트랩스를 32억 달러나 들여 인수한 이유는 단순히 이 회사가 자동온도조절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서라기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홈 관련 고객 데이터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설이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2009년 개시한 가정용 에너지 관리 서비스인 파워미터(Power Meter)를 2011년에 종료한 바 있다.

당시 가입자는 약 1만 명을 조금 넘는 정도였으며,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에 실패하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수준의 에너지 절감 방법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구글이 가정용 에너지 관련한 데이터 확보에 많은 비용을 치른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데이터를 통해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데이터 분석 능력은 필수이다. 가입자가 늘어나고 이들이 이용하는 센서 및 단말 기기 등이 늘어나면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도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유형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SNS 데이터 등에서 실내 위치 정보, 생체 정보, 환경 정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속에서 남들보다 얼마나 빨리 차별화된 가치를 끌어내는가는 서비스 중심의 IoT 시대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비스 중심의 IoT 사업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가치 사슬 장악력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즉 ICT 산업에서 소위 CPND로 알려진 가치 사슬을 통합하여 자신이 주도적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가 해당 역량을 외부에 의존하는 기업보다 혁신의 속도에서 앞서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여 서비스 중심의 IoT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자는 누구일까? 유통 서비스에서는 아마존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마존은 강력한 유통 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프라임 회원이라는 충성도 높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 서비스 확장에 좋은 토대가 되고 있다.

최근 서비스 지역을 확장한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의 경우 프라임 회원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대쉬라는 주문용 단말 기기를 제공하여 IoT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향후에는 드론을 이용해 주문 후 30분 이내에 배달해주는 프라임 에어(Prime Air) 서비스까지도 제공할 계획에 있다.

또한 아마존의 경우 고객에게 더욱 가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객의 데이터 확보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으며, 실시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은 과거 킨들 이북(Kindle eBook)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강력한 가치 사슬 장악력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가치 사슬 장악력을 기반으로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단말 기기를 공급하는 교차보조형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등 서비스 중심의 IoT 시대에 필요한 많은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유통 외에도 IoT는 의료, 보안, 금융, 에너지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될 수 있으며, 각 서비스 별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또는 여러 업체들의 연합체가 아마존과 같이 단말 기기 설계, 빅데이터 분석 등의 역량을 확보하면서 해당 서비스 영역에서의 IoT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3. 서비스 중심의 IoT, 열려있는 신흥 강자의 기회

IoT 시대에도 구글, 애플은 여전히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구글, 애플과 같은 소수의 기업이 IoT 시장을 독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기 중심의 IoT 시장과 달리 서비스 중심의 IoT 시장은 서비스 유형별로 각기 다른 업체가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서비스별로 현재 강력한 고객 기반을 갖추고 차별적, 독점적인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업체,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말 기기, 플랫폼, 네트워크, 콘텐츠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체가 해당 서비스 영역 내에서 IoT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 애플도 서비스별 강력한 고객 기반과 차별적인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업체를 인수하는 중이다. 구글, 애플은 고객 기반과 고객 데이터만 확보하면 즉시 해당 서비스 영역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 애플도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1위 업체를 인수하기는 어렵고, 의료, 금융, 통신 등 일부 서비스는 시장 지배력이 있는 업체의 인수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 서비스 영역에서 현재 강력한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는 업체들이 CPND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역량을 빠르게 확보한다면, 서비스 중심의 IoT 시장의 신흥 강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유통 서비스 영역에서 아마존이 IoT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듯이, 각각의 서비스 기업들이 확고한 고객 기반과 차별적 데이터를 IoT와 결합하여 자신의 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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