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고용 회복이 더딘 이유’
LG경제연구원 ‘고용 회복이 더딘 이유’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0.01.26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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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기회복기에 나타났던 패턴으로 볼 때, 현재 취업자는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고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고용회복의 초기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를 저점으로 점차 고용이 개선될 것이나, 노동생산성과 서비스업의 고용흡수력이 낮아 고용회복은 완만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리먼 사태 이후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였다.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과 원화가치 하락, 중국의 고성장 지속 등 우호적인 대외환경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물경기의 반등이 고용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아 체감경기는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체 취업자수는 작년 2, 3분기에 전기대비 증가세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4분기 들어 다시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 3분기 취업자 수 회복에 크게 기여한 공공부문의 고용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공공행정 부문의 경우 취업자 수는 지난 2, 3분기 전기대비 평균증가율이 16.4%였으나, 4분기 증가율은 -5.6%로 감소했다. 민간부문의 고용사정을 살펴보기 위하여 공공부문 취업자 수를 제외할 경우 취업자 수는 작년 2분기까지 감소세에 있었으며, 이후에도 거의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그림 1> 참조). 민간부문의 고용사정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상황이 이처럼 부진함에 따라 대다수국민들은 올 한해 국내 경제의 최대 관심사로 고용 회복 여부를 들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일자리 수 늘리기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경기하강기 이후 나타난 고용 회복의 패턴을 통해 고용지표들의 향후 흐름이 어떻게 될것인지 예상해 본다.

근로시간이 가장 빠르게 조정

과거 경기순환기 고용관련 지표들의 회복패턴을 보기 위해 추세적인 요인을 제거해 보면, 고용지표들이 근로시간 → 실질임금 → 취업자수 순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용관련 지표들 중 근로시간이 가장 먼저 경기하락에 반응한 것은 초과근로시간 등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다른 지표들 보다 조정이 손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은 반등도 가장 빨라 경기하강 이후 4분기만에 다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근로시간의 조정 폭은 크지 않았다. 오일쇼크, 외환위기와 같이 위기이후 침체를 보였던 시기나 통상적인 경기하강기 모두 근로시간은 추세로부터 약 1% 정도 감소하는 것에 그쳤다. 경기하강 초기에는 초과근로 조정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지만, 결국 경기하강이 이어지면 근로시간을 지속적으로 줄이기보다는 고용 자체를 조정하기 시작한다.

경기저점 2분기 후 취업자수 회복

실질임금은 경기에 약 1분기 정도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임금은 장기계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쉽게 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경제가 어려워지고 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실물경기가 다소 반등한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은 실적호전이 가시화되기 전에는 임금 상승을 억제할 것이다. 다만, 실질임금은 취업자 수에 비해서는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경기회복 초기에 근로시간 증가로 인한 초과근로수당 회복 등이 임금상승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취업자수는 고용관련 지표들 중 가장 느리게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는 경기저점 이후 2~3분기가 지나서야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추세로 복귀하는 데는 추가적으로 1년이 더 소요되어, 경기하강 이후 3년이 지나서야 취업자 수가 추세선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용회복의 패턴은 2차 오일쇼크시기나 외환위기와 같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였을 때 한층 뚜렷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경기하강기에는 생산의 둔화폭이 크지않아 취업자수의 조정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비용절감에 나서게 되고 고용감소를 불가피하게 받아들임에 따라 취업자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위기 이후 회복기에도 수요 증가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나타났다. 충분한 생산증가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고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취업자수는 일반적인 하강기에 비해 3~4분기가 더 지나서야 추세로 복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용회복의 초기단계 모습 보여

아직 공식적인 경기의 기준순환일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실질 gdp나 경기동행지수를 살펴보면 2008년 1분기 이후 경기가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작년 1분기 경기 저점을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하강기도 경제가 마이너스성장을 보일 정도로 침체의 골이 깊었기 때문에 고용조정 패턴도 극심한 침체기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4> 참조). 이를 과거 평균과 비교하여 현재 고용조정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근로시간의 상승이 과거순환기보다는 다소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 저점보다 약 2분기 선행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경기부양으로 실물경기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국면으로 들어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실질임금의 상승이 지연되고 있다. 실질임금은 작년 3분기 전년동기대비 3.3% 감소하여 2008년 3분기 이후 마이너스 증가율이 지속되고 있다. 근로시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질임금의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뜻 임금을 높이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임금둔화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취업자수도 이전에 비해 회복이 느리다. 과거에는 경기저점 이후 2분기만에 취업자수가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감안하여볼 때, 현재는 저점 이후 3분기가 지난 작년말까지도 아직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실물경기의 빠른 반등과 함께 근로시간이 증가하는 등 고용회복의 초기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나, 다른 지표인 실질임금이나 고용회복이 지연되는 데는 이전의 추세와는 다른 특징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생산 감소 대비 고용 감소폭 작아

고용충격의 크기 측면에서 특징을 보면, 생산감소에 비해 고용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추세로부터의 평균감소폭을 이용하여 고용탄력성(= 추세로부터 실질gdp 감소폭 대비 취업자수 감소폭)을 구하여 보면, 경기하강기의 평균탄력성은 0.7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실질 gdp가 추세로부터 1% 하락하였을 때, 취업자수는 0.7% 하락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를 이번 위기에 그대로 적용하면 경제성장률2.7% 하락으로 취업자수는 추세대비 1.9% 하락할 충격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0.9% 감소한 것에 그쳐, 이번에는 고용탄력성이 0.3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성장률의 하락이 크고 위기감이 높았던 데에 비해 기업 파산이나 구조조정이 적었다는 점을 들수 있다. 고환율 등으로 수출기업들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으며, 부채의 만기도래를 연장시키는 등 한계기업들의 파산을 정부가 억제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큰 이유는 희망근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대책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위기때 조기에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공공부문(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국제기관 부문)에서만 2009년에 약 20만개의 일자리수가 증가되었다. 또한 고용을 유지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세제 지원, 경영 및 금융 우대 등 각종 지원정책을 시행하는 등 각종 일자리 정책으로 고용감소를 억제시켰으며, 고용지원금 등사회안전망 제도가 개선되어왔던 점도 고용충격을 흡수하는 요인이 되었다.

회복패턴은 오일쇼크 시기와 유사

생산감소 대비 고용충격이 작았기 때문에 경제의 전반적인 노동생산성(=실질gdp/(노동시간×취업자수)은 크게 감소하였다. 과거 하강기에 노동생산성이 추세대비 평균 1.2% 감소하였던 것에 비해 이번 위기에는 1.9% 감소하였다. 이는 과거 외환위기와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다. 외환위기에는 적극적인 고용 조정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유지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났었다. 당시 노동 생산성은 추세대비 0.2%감소에 그쳤다. 생산감소 충격이 컸을 때 적극적인 고용조정을 통해 대처하였던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2차 오일쇼크시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은 추세로부터 2.0% 감소하였다. 또한 노동생산성이 추세로부터 낮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었다. 생산성을 희생시키면서 노동투입을 줄이지 않았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고용증가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경기 회복 초기의 생산증가는 기존 인력의 활용도 제고를 통해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위기의 경우 고용조정이 컸었던 것에 반해 경기하강 후 5분기 만에 취업자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고용조정이 크지 않았던 2차 오일쇼크 시기에는 11분기가 지나서야 취업자수가 증가하였고 조정이 느리게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번 위기 이후에도 생산성이 늘어날 때 까지는 취업자수의 회복이 완만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업의 고용부진 상대적으로 커

산업별로 보더라도 고용전망이 밝지 않다. 고용관련 지표들을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나누고 공공부문의 효과를 최대한 배제시키기 위하여 서비스업 중 공공행정 부문 취업자수는 제외한 후 산업별 특징을 외환위기와 비교하여 보았다.

현재 제조업의 경우 고용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서비스업은 아직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외환위기때는 제조업의 경우 imf 충격이후 4분기만에 고용이 회복되기 시작하였고, 서비스업은 2분기 정도 후행해서 취업자수가 증가한 바있다. 이는 경기회복이 수출을 통한 제조업 위주로 이루어졌고, 그 이후 내수가 활성화되면서 서비스업이 시차를 두고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에도 리먼사태 이후 5분기만에 제조업의 취업자수가 반등하였다. 반면 내수가 뚜렷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서비스업의 취업자수가 증가세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외환위기와 달리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충격의 차이가 크지 않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서비스업의 고용충격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지속되어 오던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이번위기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자영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음식숙박업이나 도소매업은 추세적인 하락을 보이다가 이번 위기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제도권 금융기관들과 제조업에서 이탈된 인력이 창업 등을 통해 이들 부문으로 유입되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자영업 부문에서 취업자를 늘릴 여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서비스업 중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보험업의 취업자수도 크게 감소하였다. 비록 금융 불안정성이 크게 해소됨에 따라 취업자수가 작년 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긴 하였지만, 국내외적으로 금융기능이 정상화되는 데는 보다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므로 고용 회복속도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회복 본격화는 지연될 듯

수출부문에서의 소득 창출이 국내 수요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내수경기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업부문의 고용 역시점차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고용 회복이 다소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 고용회복의 패턴을 감안하여 보았을 때 올 상반기 이후에는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고용충격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그 회복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생산성이 크게 감소하였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용 증가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보다 집중할 것이다. 또한 서비스업의 고용흡수력도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금융서비스업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자영업 구조조정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위기 진행 중에는 희망근로 등 단기적, 임시적 일자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고용 취약 계층에게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한 셈이다. 그러나 위기로부터의 회복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로 초점을 옮길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대책만으로는 본격적인 고용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취업자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제조업의 경우 연구개발, 제품 설계 및 디자인 등 고부가 핵심인력의 일자리가 국내에 더 많이 생겨나도록 투자환경 조성과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제도 개선과 선진화, 고부가가치화의 여지가 매우 많다.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에 대한 지원과 투자, 제도 개선을 도모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보다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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