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표적항암제, 실손보험금 지급 ‘논란’
경구용 표적항암제, 실손보험금 지급 ‘논란’
  • 홍성완 기자
  • 승인 2015.04.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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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비윤리적이고 반인권적 행위 중단" 촉구
보험사, 퇴원 후 규정상 통원치료 분류
환자, 치료목적 따른 복용 거절은 횡포


최근 일부 보험사가 경구용 표적항암제 비용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실손보험에 가입한 폐암환자들이 입원치료와 통원치료의 규정 사이에서 불거진 소송으로 인해 마음의 고통(병)까지 얻고 있다.

보험사 측은 퇴원 후에는 규정상 통원치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비싼 가격의 경구용 표적항암제에 대한 보험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환자들은 치료목적에 따른 복용을 가지고 문제 삼아 보험료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보험사의 횡포라는 입장이다.

최근 폐암 환자들이 복용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와 관련한 보험 소송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경구용 표적 항암제는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표적으로 골라 공격하는 항암제로, 그 동안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세포도 파괴하면서 부작용이 컸다.

이에 따라 개발된 것이 표적 항암제인데, 그만큼 환자의 상태에 딱 들어맞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개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만큼 개발 비용과 고가약품이란 단점이 있다.

지난 14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최근 김씨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과 관련해 “‘잴코리’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메리츠화재’는 비윤리적이고 반인권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메리츠화재와 일부 민간보험사는 지난해 3월께 말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잴코리’가 경구용 표적항암제라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 2000여만원은 반환할 것을 통보하고,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폐암 환자인 김 씨는 7년 째 투병생활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 동안 8번이나 항암제를 바꿔가면서 투약해 왔고 2013년 9월부터 지금까지 ‘잴코리’를 복용해 왔다.

비용 부담 때문에 잴코리 복용을 늦춰오던 김 씨는 저산소증으로 위급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의료진 판단에 따라 잴코리를 먹기 시작했고, 며칠 지나 기적처럼 상태가 빠르게 호전됐다.

김 씨는 잴코리를 계속 복용하기로 하고, 암 발병 이전 가입한 실손 보험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에 대한 보험료를 지급하다가, 갑자기 돌변해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 측은 김 씨의 약값이, 입원제비용 중 투약 및 처방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현재까지 경구용 표적항암제 중 13개가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으며, 8개는 식약처 허가만 받은 상태에서 건강보험 등재가 되지 않아 비급여로 시판되는 상황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만약 이번 소송에서 메리츠화재가 승소할 경우, 현재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복용하고 있는 2~3만여명의 암 환자들은 실질적인 실손보험 혜택에서 배제돼 매년 수백억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며 “‘입원환자 퇴원약 실소보험금 지급거절’ 문제는 이제 국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학영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은 지난 7일 금감원 업무보고 당시 진웅섭 원장에게 경구용 표적함앙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민간보험사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지적했고, 이에 대해 진 원장은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또 다른 말기 폐암 환자인 이 씨는 4년 넘게 요양병원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 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보험사의 '갑질 소송'이다. 이 씨는 5년 전 폐암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뒤에도 암세포가 퍼지면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받은 병원에 입원실이 부족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 통원치료를 시작했고, 당시 해당보험사인 메리츠화재는 현장조사를 통해 입원치료로 판정하고 ‘입원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3년 넘도록 보험금을 지급하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말 갑자기 이 씨가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며 통원치료에 대한 규정 한도액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씨는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했고, 보험사는 청구액의 절반을 주겠다고 협상하다가 해결이 되지 않자 결국 소송까지 이어졌다.

이번 논란에 대해 메리츠화재 측은 경구용 표적 항암제에 대한 돈을 지급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규정상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약관 규정상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 소견 하에 입원치료의 경우는 한도 없이 1억까지 지급이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이나 집에서 통원 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하루 30만원 한도 안에서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잴코리’ 같은 경구용 표적암 종류는 건강보험의 급여부분에 포함되는 다른 대체용 약제도 있는데, 이들보다 완치율이 높다거나 호전될 수 있다고 확정된 것이 아닌 상태에서 투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과도한 보험금 문제가 발생해 제약회사들만 배를 불리고 최종적으로는 다수의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자단체연합회가 말하는 ‘일방적인 소송’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메리츠화재는 “우리의 임의의 판단대로 소송을 거는 경우에는 금감원의 징계도 있을 수 있고, 법원 소송 전에 이미 조정위원회에서 강제 조정을 하거나 권고조치를 한다”며 “경구용 표적치료제에 대한 소송은 현재 조정위원회에서도 판단하기 힘든 경우라서 이를 법원에서 판단해 달라는 입장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에게는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김정적인 판단에 따라 규정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점은 직원들도 많이 괴로워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규정상 따져보면 보험사 입장도 이해가 간다”며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꼭 사용해야 하는 치료제의 경우,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예외 사항이라는 건 실손보험의 존재유무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소송 건은 양쪽 입장이 다 이해가 되는 입장이고, 업계에서도 해석유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서 최종 법원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된 잴코리는 다음달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건강보험공단 등은 한국화이자와 잴코리에 대한 약값 협상을 벌여 가까스로 협상에 타결했다고 밝혔고, 오는 29일 건강보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협상결과를 보고해 반대의견이 없을 경우 다음달 1일부터 잴코리를 약제급여목록에 올려 건강보험을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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