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을 앞두고 다음카카오가 10일 30대의 젊은 투자가를 앞세워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은 합병 이후 모바일 기업의 포문을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공동대표 체제가 합병 이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유기적 결합과 모바일 기업이 가져야 할 경쟁력의 기초를 닦는 데 주력한 시기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혁신'에 나설 시점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임지훈(35) 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서비스가 나오기 전에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젊은 감각의 투자 귀재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민 게임 애니팡을 초기에 발굴해 큰 성과를 낸 이력으로 유명하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국내 정보기술(IT)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전략에서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벌이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김범수 의장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여 케이큐브벤처스를 계열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전문 투자가인 임 내정자가 새로운 수장이 되면서 이런 M&A 움직임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는 사업을 다각화하며 몸집을 불리면서도 성장은 정체된 다음카카오에서 조직을 융화하고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임지훈 신임대표가 케이큐브벤처스를 이끌면서 모바일과 관계된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 안목을 넓히고 경험을 쌓은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신임대표의 선임에는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의 적극적인 제안과 추천이 있었다고 다음카카오는 밝혔다.

임 신임대표는 김범수 의장과 2011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카카오는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인 로티플을 인수했는데, 임 신임대표는 로티플에 투자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으로 활동하면서 김 의장과 인수 협상을 벌였다.

이 일을 계기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2012년 4월 인터넷·모바일 초기기업 전문 투자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했다. 임 신임대표는 3년간 핀콘, 레드사하라, 프로그램스, 두나무 등 5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수십배의 가치가 오른 기업들을 다수 배출하며 케이큐브벤처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의 신뢰도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카카오는 이날 신임 대표 내정 소식을 전하며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가 '자발적'으로 물러나기로 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두 대표가 한꺼번에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젊은 사령탑을 앉힌 파격적 인사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김범수 의장이 다음카카오 경영 전면에 나서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임 대표는 재무나 투자 쪽에는 전문가이지만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 또 혼자서 정책협력 등 대외업무까지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서 김 의장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세훈 대표가 맡았던 재무 영역은 임 신임대표가 대신할 수 있겠지만 이석우 대표가 했던 대외 업무는 그대로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 의장이 이런 업무를 좀 더 가져가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다음 출신인 최세훈 대표가 언젠가 물러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카카오 출신인 이석우 대표가 물러난 것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 대표가 지난해 감청영장 불응 방침을 천명한 뒤로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쇄신으로 풀어보려는 김 의장의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추축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