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구시대적 낡은 관행, 과감히 벗자”
경제계, “구시대적 낡은 관행, 과감히 벗자”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1.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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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한국 기업문화수준 글로벌 하위 머물러
지금의 경제체질로는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길에 오르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의 내일을 책임질 어젠다들은 어떠한 정치나 사회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6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 등 여·야·정치권과 산학연 대표 70여명은 이 같은 지적에 의견을 같이하고, 경제계와 소통하고 변화를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먼저 상의 회장단들은 ‘구시대적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벗어버리자’는데 뜻을 모았다. 반(反) 기업정서가 상당부분 후진적 업무프로세스와 구시대적 기업문화 때문이라 봤기 때문이다.

대한상의가 맥킨지와 공동으로 100개 기업 4만명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직장인들은 ‘주5일 중 이틀 넘게(2.3일) 야근’하고 있었고, 한국의 기업문화수준은 글로벌 하위 25%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야근 이유에 대해서 직장인들은 ‘회의 끝날 때까지 무조건 대기하래요’, ‘일 많은 사람한테만 일이 몰려요’, ‘야근 많이 하는 사람이 성실한 직원으로 보이나 봐요. 보이는 야근 해야죠’, ‘어차피 야근할 거니까’ 등이었다.

참석자들은 이 같은 야근문화의 원인에 대해 의식이 없는 상사, 비효율적 업무관행, 야근은 미덕이라 생각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근뿐 아니라 보고문화, 소통문화, 여성근로 등에도 아직도 후진적 문화가 많이 잔재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상사에게 와이(why)를 묻지 못하고 의중을 추측하느라 밤샘회의를 한 기업’, ‘일할 사람 없다면서 지게차 운전에 여자는 안 된다고 말하는 유리벽’ 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원식 맥킨지 대표는 개선방안에 대해 “피상적, 단편적 처방이 아닌 가슴에 와 닿는 공감대 형성과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CEO 대상 관심유도와 구체적 실천방안 제시를 통해 기업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일하기 좋은, 선진 기업환경 조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규제의 근본 틀부터 바꿔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일단 안돼’식의 사전규제, ‘이것이것만 하세요’식의 포지티브규제 등을 선진형 규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규제개혁위원회 간사)는 “사전규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실효성이 점차 낮아져, 자칫 반(反) 창의적 분위기마저 고착될 수 있다”면서 “민간이 자기책임 하에 운영하는 자율규제나 사후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용만 회장도 “미국, 영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규제의 근본 틀을 바꾼 덕분에 오늘도 수만 가지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이고 사업화된다”며 “하지만 ‘정해준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우리의 규제 틀에서는 어떠한 혁명적 아이디어가 수용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오고 있지만, 포지티브 규제로 사업화범위는 우리가 훨씬 좁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물인터넷(IoT)사업의 경우, 통신망과 규격, 기술 등에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기간통신 사업자는 IoT용 무선센서 등 통신장비 개발이 사전적으로 막혀있다. 과거 PCS시절 통신사의 독점권을 막기 위해 ‘서비스 따로, 기기 따로’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 구글 등은 양쪽을 병행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포지티브 규제로 신사업에 빛을 못 보는 경우는 이뿐만 아니다.

의료용 식품을 하나하나 열거해 치매환자용식품 등의 개발이 저해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를 8종만 인정해 하수·하천수 온도차에너지 등의 에너지는 개발이 막혀있다.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뷰티 역시 포지티브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우리는 기능성 화장품을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 차단 등 3종류로 한정해 비타민C 함유, 피부재생 등의 화장품은 경쟁국 미국, 유럽에 비해 제품개발이 제한돼 있다.

김태윤 교수는 “선진국들이 서비스와 제품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관련 산업이 우리나라보다 몇 년씩 앞서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재작년만 해도 사전규제의 사후규제화, 포지티브규제의 네거티브화 등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지금은 국회에 묻혀있다”며 “여·야간 이해상충이 크지 않은 만큼 19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조속히 통과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발전=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식에도 이견은 없었다.

김현수 국민대 교수는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GDP의 60% 수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5천 달러 진입 시점이었던 프랑스의 95년(72.7%), 영국의 98년(71.1%)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고 지적하면서 “규제개선, 신사업 발굴을 통해 서비스산업의 고용비중을 OECD 평균(72.2%)까지만 높여도 64만개의 일자리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이를 테면, 지금은 금지되고 있는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원격진료 전문가라는 직종이 생기는 동시에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스마트 헬스케어의 디딤돌이 놓아질 수 있고, 신용정보보호법에 막힌 사립탐정, 약사법에 막힌 보조약사 등 진입장벽만 허물면 새로 생기는 서비스 직업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 10명중 8명이 서비스분야 일자리를 원하고 있어 ‘실업난 속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사회문제도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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