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장남, 조세회피 '의혹'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장남, 조세회피 '의혹'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4.22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1위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 자녀들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의혹이 드러났다.

21일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고(故) 서성환 회장의 장남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과 막내딸 서미숙 씨가 버진 아일랜드에 2004년과 2006년 각각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먼저 장남 서영배 회장은 2004년 9월 28일 ‘워터마크 캐피털(Watermark Capital Ltd.)’이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1달러짜리 주식 1주를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로, 주주와 이사는 서 회장 1명뿐이었다. 회사의 주소는 파나마의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 버진아일랜드 지점이 위치한 아카라 빌딩으로, 이곳은 수 천 개의 페이퍼컴퍼니가 등록된 곳이라고 뉴스타파는 설명했다.

서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도록 도와준 곳은 ‘ING Asia Private Bank’로 최상위 부유층의 세무 상담과 이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뉴스타파는 서 회장이 이곳을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보아 “비밀계좌를 통해 자산을 확실하게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9년간 이 회사를 가지고 있던 서 회장은 2013년 6월 돌연 ‘얼라이언스 코퍼레이션 서비스(Alliance Corporation Services Ltd.)’에 회사를 넘기고 실소유주 명단에서 이름을 감췄다.

‘얼라이언스 코퍼레이션 서비스’는 수 백 개 페이퍼컴퍼니의 이사나 주주로 등록돼 있는 곳으로, 이 회사 자체로 페이퍼컴퍼니였다. 주소 역시 아카라빌딩.

뉴스타파는 이에 대해 실제 주인의 이름을 감춰주는 차명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서미숙 씨는 2006년 4월 28일에 ‘와이즈 인터내셔널(Weise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다.

이 회사는 보통의 페이퍼컴퍼니가 1달러 주식 1주를 발행하는 것과 달리 특이하게 주식 4주를 발행했다. 이 주식은 서미숙 씨 본인 외에 세 아들들에게 각각 1주씩 돌아갔다.

이 부분에 대해 뉴스타파는 자녀에게 재산을 불법 상속하거나 증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회사가 자산이나 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그 소유권이 서 씨 본인과 자녀들에게 4분의 1씩 귀속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 서성환 회장은 장남 서영배 회장에게는 건설과 금속, 학원을 물려주고 차남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에게는 화장품 사업을 물려줬지만, 나머지 네 딸에게는 사업도 물려주기 않고 경영에도 참여시키지 않았다.

또한 서미숙 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한 곳이 서영배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도와준 ING Asia Private Bank이고 담당자까지 똑같았다는 점도 상속이나 증여 등 자산관리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라고 뉴스타파는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서미숙 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2006년 4월은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이 회사를 지주회사인 (주)태평양과 아모레퍼시픽으로 나누는 등 그룹 계열사를 정리하는 시기”였다면서 “이 과정에서 서 씨가 고 서성환 회장의 유산 일부를 물려받았다면 이를 아들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서미숙 씨는 서울 신사동과 청담동에 공시지가만 300억원에 육박하는 상가 두 채를 가지고 있다. 서 씨이 이 건물을 취득한 시기는 2006년 이후하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이에 대해 서미숙 씨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이유는 캐나다에 송금한 돈 운용을 위해 PB직원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며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해명했다.

그는 “2006년 캐나다 투자 이민을 계획해 캐나타 HSBC에 37억원을 송금했었고, 이 과정에서 세무서에 적법하게 신고했고,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도 완료했다”면서 “하지만 2년 뒤인 2008년 이민을 포기하고 송금한 돈을 모두 국내로 다시 들여왔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