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지원금 상한제 사실상 '폐기'
단통법 지원금 상한제 사실상 '폐기'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6.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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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지원금 상한규정 조항 전면 삭제해야”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 상한을 정해 널뛰는 단말기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 차별을 방지하고 과도한 가계의 통신비를 절감하려는 취지로 도입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통법에 긍정적이었던 방통위가 입장을 바꾼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침체와 시장쏠림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단말기를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기회가 아예 박탈당했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4년 10월 도입 이후 내년 10월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법이지만, 단통법 도입으로 인해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시장이 과도하게 침체되고 소비자들의 이익이 실제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한 그동안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혀왔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여러 복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바꿈에 따라 말바꾸기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최신 휴대전화 단말기 구입에 있어 이동통신사들이 방통위가 정한 고시 이상의 지원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단통법은 지원금(보조금) 상한액 범위를 25~35만원으로 하고 있고 방통위는 고시를 통해 지원금의 상한을 33만원으로 설정해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신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아무리 높은 요금제에 가입을 해도 33만원 이상의 지원금은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단통법은 과도한 지원금 제공으로 요동치는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받는 차별을 없애고 불필요한 요금제 가입 때문에 발생하는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또한 이통사들간 경쟁 심화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단통법 도입 전에는 일부 이통사 대리점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마치 부동산 ‘떴다방’처럼 짧은 시간에 거의 출고가 수준의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지원금을 많이 준다고 입소문이 난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냥 아무 대리점이나 가서 단말기를 사면 소위 ‘호갱님(호구+고갱님-고객님 소리나는 대로 표기)’이 됐다.

이번에 방통위가 논의한 단통법 개정의 요지는 방통위 고지를 통해 정해지는 지원금 상한액을 현재보다 높이거나 아예 ‘출고가 이하’로 해 지원금 상한액을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단통법 자체를 고치는 것보다 고시를 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아서 몇 가지 개선안을 검토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도 없고 뭔가 안이 마련돼서 상임위원회에 보고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방통위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지난 10일 “복안 중 하나로 검토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3년 2,095만대였던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량은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1,823만대로 떨어졌고, 2015년에는 1,908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단통법 시행 전보다 시장이 위축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삼성, LG, 애플 등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브랜드 위주로 시장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국내 3위였던 팬택은 시장 침체로 부도 위기에 놓여 두 차례나 법정관리를 겪고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SMA솔루션홀딩스에 매각됐다.

이동통신대리점들의 피해도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이동통신 판매점은 1,000여곳 가까이 문을 닫았다”면서 “반면, 그 사이 직영점은 지난해 1,487곳으로 2014년보다 35%나 늘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경실련은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경제를 제한하며 소비자의 권익증진에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관련 고시내용을 개정하는 것이어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지원금의 투명한 공시 관련 내용만 남기고 지원금 상한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전면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야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통신시장이 다시 정글로 바뀔 수 있다”며 “상임위가 구성되는 대로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야당측 상임위원들도 “경제활성화라는 명분 하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통위 외부에서 일방적, 내리꽂기식 정책결정을 강요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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