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끝없는 ‘추락’
롯데그룹의 끝없는 ‘추락’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6.15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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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계열사·페이퍼 컴퍼니 동원…‘해외비자금’ 조성 포착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우).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 경영비리를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면서 비리 행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하는 등 해외비자금까지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계열사 롯데물산을 끼워넣어 ‘통행세’명목의 이익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거액을 넘겨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스위스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로베스트 AG와 롯데그룹 간의 수상한 거래 정황도 포착한데 이어, 롯데자산개발 역시 중국 사업과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중국 청두 쇼핑타운 등을 설립, 이 과정에서 롯데역사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동원돼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검찰의 수사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그룹 본사 및 계열사 총 16곳에 대해 지난 10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각 계열사 핵심 임원의 자택·집무실 등을 포함하면 현재 총 40여곳에 달한다.

검찰의 이같은 강력한 수사로 인해 롯데는 다음달 21일로 계획했던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와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Axiall)’의 인수를 철회했고, 면세점 특허권의 재획득도 불투명하게 됐다.

호텔롯데의 상장과 ‘액시올’ 인수를 통해 유통, 화학, 서비스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려 했던 신 회장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 롯데의 배임·횡령 규모 3,000억원 넘을 수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지난 10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정책본부를 비롯해 계열사 총 1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10일 압수수색을 받은 계열사는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롯데피에스넷, 롯데정보통신, 대흥기획 등 6곳이고 14일에는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롯데상사, 롯데건설, 코리아세븐,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부산롯데호텔, 부여호텔리조트·제주호텔리조트, 롯데닷컴 등 10곳이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호텔롯데 34층 집무실과 신 회장, 각 계열사 핵심 경영진들의 자택 및 집무실 등을 포함하면 양일간 검찰이 롯데에 대해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 수는 무려 40곳이 넘는다.

검찰은 두 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롯데호텔 33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 숨겨져 있던 오너 일가의 입출금 내역이 담긴 금전출납부자료와 통장을 확보했고, 신 총괄회장의 ‘금고지기’인 이모 전무의 처제 집에서 경영진 비리의 단서가 될 만한 중요 서류와 함께 현금뭉치 30억원을 발견했다.

관련해서 롯데는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경영 비리의 증거가 될만한 자료들을 사전에 빼돌리거나 파기했다. 이모 전무의 처제 집에서 발견된 서류와 현금뭉치도 원래는 신 총괄회장의 개인금고에 있어야 할 것들인데, 1차 압수수색 당시에 신 총괄회장의 개인금고는 비어있었다.

검찰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 은닉·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정책본부 관계자들로부터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들로부터 각각 100여억원, 200여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배당금과 급여 명목의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금액이 크다는 점에서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의 성격을 파헤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위한 내사 과정에서 롯데의 배임·횡령 규모가 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가 되면 이 액수는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내부거래 및 부동산 불법거래 통해 비자금 조성

검찰은 롯데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 소유의 부동산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제공한 부분도 비자금 조성에 한축으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은 2010년 5월 신 총괄회장의 스위스 법인 ‘로베스트아게(특수목적법인)’로부터 롯데물산 주식 64만주를 취득하면서 대가로 250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두고 롯데쇼핑이 롯데물산의 주식을 원래 가치보다 두 배 가량 비싸게 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롯데쇼핑의 롯데물산 주식 취득 단가는 주당 3만8,982원이었는데, 그룹 내부에서는 주당 1만6,000원대를 적정 가격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약 140억원 정도의 웃돈이 얹어진 셈이다.

또한 롯데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 씨(신 총괄회장 세 번째 부인) 등 신 총괄회장의 자녀와 배우자들이 주주로 있는 시네마통상, 유원실업 등이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헐값에 임대할 수 있게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서울, 경기 등 수익률이 높은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독점 운영해 수년간 1,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인출기 구매 과정에서 롯데알미늄을 끼워넣어 4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롯데 계열사들은 신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는 토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했다. 롯데쇼핑은 신 총괄회장 소유였던 경기도 오산의 물류센터 부지를 7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가 1,000억원에 계약했다. 시세보다 300억원이나 더 준 것이다.

2008년에는 롯데상사가 인천 계양구의 166만㎡ 부지를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504억원에 매입했는데, 이 가격 역시 시세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검찰은 오너 일가가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폐쇄적인 지배구조…핵심 계열사들은 비상장사

롯데의 이같은 내부거래와 부동산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폐쇄적인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는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유독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오너 일가의 높은 내부지분율 자랑한다. 또한 86개 계열사 중 상장된 곳은 8곳 밖에 없을 정도로 기업구조가 폐쇄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는 롯데쇼핑, 대홍기획, 롯데제과를 축으로 하는 67개 순환출자를 통해 국내 계열사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94개의 71.3%에 해당한다.

또한 신 총괄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2.4%에 불과했지만, 내부지분율은 85.6%나 됐다.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 평균 53%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롯데의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계열사들이 모두 비상자사라는 점도 이같은 ‘옛날식’ 기업운영이 가능하게 한 원인이다.

만약 이번에 검찰 수사가 없어서 호텔롯데가 정상적으로 기업공개 됐더라도 호텔롯데의 지분 99.28%를 가지고 있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이 모두 일본 소재 법인들이고 비상장사들이기 때문에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점 때문에 국부유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유통, 화학, 서비스 등 성장엔진 타격

이번 검찰 수사로 롯데그룹은 향후 성장 동력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일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연간 매출 4조원에 이르는 액시올사 인수로 매출규모를 21조원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난 10일 인수 철회를 발표했다.

또한 지난 13일에는 다음달 21일로 계획했던 호텔롯데의 상장을 철회하겠다는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모두 지난 10일 전격적인 롯데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는지 며칠 뒤의 일이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마련되는 5조원 가량의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호텔과 면세점 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었지만, 호텔롯데에 대한 상장이 무산되면서 나머지 계획들도 모두 불투명해졌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이날 미국 주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호텔롯데의 상장과 관련해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연말 정도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연내 상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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