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콜조치 후 삼성이 얻은 교훈은?
[기자수첩]리콜조치 후 삼성이 얻은 교훈은?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10.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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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방식 등 폐쇄된 조직문화 ‘환골탈태’해야
언제부터였을까? 1995년 애니콜 화형식을 계기로 제품 품질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오던 삼성전자가 혁신과 경쟁에 떠밀려 이를 소홀히 하기 시작한 때가.

삼성전자가 배터리 발화 문제를 일으킨 갤럭시노트7에 대해 생산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리면서 내년 1분기까지 7조원대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홍채인식, 방진·방수, 빼어난 디자인을 앞세워 자신감 속에 8월 2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7일 처음 공개했고, 이후 글로벌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제품이 공개된 이후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 접목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갤럭시 S7·S7 엣지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같은 달 19일 한국과 미국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지 닷새 만에 배터리 발화 이슈가 부각되면서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9월 2일 판매된 250만대 전량에 대한 리콜을 결정하고 9월 19일부터 본격적인 리콜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환된 단말기에서도 배터리 발화 문제가 발생했고, 해외 규제당국과 이동통신사들은 갤럭시노트7에 대한 사용과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결국 삼성전자의 선택은 생산 중단이었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제품에서 안전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제대로 된 원인분석 없이 교환제품을 제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치러야할 대가는 너무나 크다.

9월 리콜에만 1조6,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생산중단에 따른 직접 비용만 약 2조6,000억원, 여기에 14일 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까지 3조원대 중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것까지 고려하면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문제로 인한 삼성전자의 영업손실은 7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5보다 갤럭시노트7이 훨씬 더 잘 팔렸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은 너무나 뼈아픈 상처이다.

삼성전자가 직접적으로 갤럭시노트7의 판매량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IM(IT·Mobile Communication) 사업부문 영업이익 2조2,300억원보다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으로 인한 4분기 영업손실과 기회비용 등을 포함한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 2조원대 중반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업계에서는 생산 중단으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이 7,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에 갤럭시노트7이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판매됐으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원대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이 결정되자 삼성전자 익명게시판에는 삼성전자의 조직문화를 비판하는 글들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애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부담과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연 2회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 속에서 언젠가는 터질 문제가 터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부서별 단절, 뿌리 깊은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 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도 적당히 덮고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관행을 없애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혁신을 위해 벤처기업처럼 유연하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지향하는 ‘스타트업(Start Up) 삼성 컬쳐 혁신’을 선언했고, 6월에는 인사제도를 개편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으로 이같은 노력들은 모두 빛을 잃게 됐다.

이제 삼성전자 앞에 남은 최우선 과제는 일단 갤러기노트7의 배터리 발화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고 분석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어떻게 개선했는지는 밝히는 일이다.

그래야 앞으로 나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대해 있을지 모를 불신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말끔하게 해소해야 할 수 있다.

또한 제품에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지만, ‘잘 만든 제품’이라는 평가를 하며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겠다는 고객들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을 밝히면서 “제품 안전성 강화를 위해 내부 품질 점검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하는 등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내부에서 터져 나온 조직 문화, 분위기, 의사결정 방식 등을 완전히 새롭게 해 ‘환골탈태’하는 삼성전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때마침(?) 이재용 부회장도 오는 27일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만큼 분위기를 바꾸고 새로운 모습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적절한 시기이다.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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