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내수살리기 정책 이제 안된다
‘생색내기‘ 내수살리기 정책 이제 안된다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7.03.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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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꽁꽁 얼어붙은 내수가 3월 들어서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만에 소비가 처음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하니 소위 '소비절벽' 현상이 극심하다.
국내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증가율이 지난해 11월과 12월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니 올 1월에는 -2.2%까지 주저앉았다. 소비 위축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소비절벽'이 가팔라진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 경기전망마저 불투명해지자 가계가 돈지갑을 열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였다고 한다. 소득이 전혀 안늘어나니까 씀씀이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계층간에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도 소비 위축에 한몫한다. 지난해 하위 20% 가계의 소득은 5.6% 줄어든 반면 상위 20% 소득은 2.1% 늘어났다.

수입이 쪼그라든 저소득층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여윳돈이 있는 고소득층은 남의 시선을 피해 해외에 나가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수만 골병이 드는 경제구조가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우리 경제의 한축인 수출이 다소 살아나고 있어 다행스럽다.
2년 연속 줄어들던 우리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늘어났다.
특히 2월에는 지난해보다 무려 20,2%가 증가하면서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직 대외불확실성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2.9% 정도 늘어나면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문제는 수출이 늘어났다고 해서 바로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6개월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어떤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내수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가 최근 내수를 활성화시킨다고 내놓은 대책을 보면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한숨만 나온다. 그야말로 '한건주의식' 전시행정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한달에 한차례 금요일 근무시간 단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간이 없어서 소비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하는 현실을 애써 외면했다고 볼수 있다.
또 금요일에 조기퇴근하기 위해서는 평일에 8시간 이상을 근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초과근무수당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실현가능성 제로"라고 단언했다.
함께 발표된 다른 정책들도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일을 줄이고 돈을 쓰라"는 얘기들인데 맥을 잘못 짚은 듯 하다.
일부 소비 진작 정책은 '반짝 효과'를 낼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소비가 줄어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분석해보고 나온 대책인지 의문이 간다.
재탕 삼탕식 겉만 번지르르한 '생색내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내수를 살리려면 서민들의 월급봉투가 두꺼워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가구당 실질소득이 7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정도로 지금 중산층은 거의 파산 일보직전에 몰려 있다. 형식상 가계소득이 전년보다 0.6% 늘어났지만 물가를 반영해보니 0.4%가 줄어들었다.
중산층 이하는 가계부채에 짓눌려 있어 쓸래야 쓸 돈이 없다.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적으므로 소비를 확대할 여유가 아직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고소득층의 소비가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각종 사회적인 분위기, 그리고 잘못된 정책때문이다.
정부가 정말로 내수를 살리고 싶다면 실질소득을 늘리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서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서민들이 소비할 여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회는 지금도 기업을 옥죄는 법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다.
내수살리기에서 단기처방은 정답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20년 불황에서 벗어나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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