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가상화폐 ‘광풍’과 세계 금융시장
[월요칼럼] 가상화폐 ‘광풍’과 세계 금융시장
  • 강동호 기자
  • 승인 2017.12.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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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호 칼럼니스트
[파이낸셜신문=강동호 칼럼니스트] 세계 금융시장에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거래가격이 최근 1만7000~1만8000달러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전체 가상화폐 시총이 5000억달러(550조원)를 넘었다는 추산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우리나라 내년도 국가예산규모를 뛰어 넘는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가상통화거래소 빗썸은 지난 1월 말 33만7784명이던 누적회원 수가 지난 11월 말에는 147만8114명으로 늘었다. 거래량도 지난해 1월 말 기준 3049억원이던 것이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11조115억원으로 무려 35배 증가했다. 한국은 전 세계 3위의 가상화폐 거래 국가다.
이런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강화에 팔을 걷어부쳤다. 탄생한지 9년이나 되는 가상화폐에 대해 그동안 수수방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규제 정책에 돌입한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비트코인에 대해 "법정 화폐가 아닌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입 메르셰 유럽중앙은행(ECB) 이사 역시 지난달 30일 ECB, 이탈리아은행이 공동으로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가상화폐는 돈이 아니다"라며 "유럽인들은 민간 가상화폐에 매달리지 말고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소액결제 시장을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14일 "가상화폐를 사는 것은 투자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고 좀 더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폴로즈 총재는 "가상화폐는 신뢰할만한 가치 저장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아 화폐로 볼 수 없다"며 옐런 의장과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을 20년 전 정보기술(IT) 버블에 빗대기도 했다.
이들은 가상화폐는 현재로서는 화폐가 아니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열풍에 경고하고 나선 것은 자칫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인 법정 화폐(legal tender) 발행과 통화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어서다.
현대적인 통화발행제도가 갖춰진 이후 법정 화폐는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해 왔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실물화폐가 아니라 블록체인(Block Chain)이란 컴퓨터기술에 의해 사이버공간에서 운용되는 것으로 중앙은행의 통제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또한 화폐의 기본 특성 중 하나는 가치 안정성인데, 가격이 수시로 널뛰다 보니 가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고 가치 저장도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통화를 관장하는 한국은행의 시각도 주요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제결제은행(BIS)의 예를 보더라도 가상화폐를 화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규제를 할 것이지, 화폐 차원의 규제는 아니다"라며 한은이 액션을 취할 대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는 지난 13일 가상화폐 관계부처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외국인과 청소년이 국내에서 가상화폐 구좌를 만들고 이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매매중개를 할 수 없도록 새로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이처럼 각국이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규제방침이 무색하게 가상화폐 거래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가상화폐는 높은 변동성과 역동적인 가격 흐름이 위험요인으로 지적되지만 급등락하는 가격을 통해 차익실현을 노리는 데 더없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암호화폐이다. 지난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하여, 2009년 1월 프로그램 소스를 배포했다.
중앙은행이 없이 전 세계적 범위에서 P2P(개인간 거래) 방식으로 개인들 간에 자유롭게 송금 등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거래장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여러 사용자들의 서버에 분산하여 저장하기 때문에 이론상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외에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에이코인, 대시, 모네로, 제트캐시, 퀀텀 등 1000개 이상의 다양한 가상화폐들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상화폐 거래자들은 컴퓨터에서 가상화폐를 획득하는 것을 일종의 ‘채굴’이라고 하는데 이는 광산(채굴프로그램)에서 도구(채굴기)를 이용해 자원(비트코인)을 캐내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그래픽카드가 탑재된 채굴기가 암호화 문제를 풀면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은 돈을 노린 해커들의 공격이 심해져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해킹으로 중요한 파일을 암호화한 후 금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공격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해커가 사용자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가상화폐 채굴에 활용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해커들은 불특정 사용자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가상의 대규모 채굴장을 구축, 직접 자원채굴에 나서기도 한다. 거래가 늘면서 가짜 가상통화 거래소도 급증했다. 가상통화거래소는 온라인 쇼핑몰처럼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만 하면 설립이 가능한 탓에 우수죽순 생겨나 100여곳에 육박한다.
가짜 가상화폐거래소는 하루 수조원어치의 가상통화가 거래돼 수수료로 챙기는 수입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를 직접 마약 등 불법거래에 사용하는 사건도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를 모두 사기나 투기로 보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됐거나 기존의 금융거래를 고집하는 기득권적 해석이란 지적도 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거래소 자율규제안을 발표하며 “파괴적 기술에는 장단점이 공존한다. 기존 금융시스템에 익숙한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라는 파괴적 기술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사회화해서 수업료를 치르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일방적 규제가 아니라 네거티브 규제로 오히려 더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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