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8.01.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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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
 
우선 인건비 부담이 큰 외식업체들은 잇따라 음식값을 인상하고 있어 서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급상승하자 햄버거 값이 5~6% 뛰더니 부대찌개와 설렁탕 같은 서민음식 가격이 인상됐다.
이발비·세차비·사진값 등 생활물가들도 줄줄이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받고 일자리를 지켜도 더 비싼 음식과 물건값을 내면 근로자들에게는 '도로아미타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위험해졌다는 사실이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아파트 경비원이 대량으로 해고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편의점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고용주들이 자구책으로 감원이나 무인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은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휴식시간을 줄여 임금을 동결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고용주들이 직접 일하는 대신 직원을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들이 줄줄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아르바이트·파트타임 등 저임금 시간제 직종이다. 
 
정부는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눈을 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작용보다 긍정적 효과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일시적으로 일부 기업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정착되면 오히려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고 기대했다.
 
장관들도 한몫 거들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창신동에 있는 소규모 의류제조업체 사장들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홍 장관은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서 서민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이들의 요구를 못들은 체 했다.
 
여권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7530원을 감당하지 못할 한계기업이라면 진작에 문을 닫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줄이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기금'을 영세사업주에게 지원하기로 했지만 정작 사업주들은 실익이 없다며 지원받기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
 
돈을 지원받으려면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신청 건수가 1000건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0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정부·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해서 보완대책이 마련돼 연착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해고 등 부작용이 속출하지 근로자들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재고해달라" 며 청와대에 청원을 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재고해 달라는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최저임금 역풍이 예상외로 거세자 정부는 임대료 압박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는 소상공인의 불만이 고조되자 책임을 건물주에 떠넘기는 격이다.
반(反)시장주의 발상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는 다음달에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세제혜택 같은 땜질 처방은 안 하느니 못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충격이 5~6개월 후면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5월이후 자영업자 줄폐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비관론도 있다.
 
최저임금을 3년내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준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최저임금 1만원 공약부터 포기해야 한다.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지키려면 매년 16%씩 올려야 한다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면서 빚어진 예고된 사태라고 볼 수 있다. 
 
오기로 단추를 계속 끼우면 끝에 가면 사달이 난다. 경제현실에 맞게 최저임금을 전면 손질하고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근본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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