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3주년 무색…유통업계 일본 'Copy & Paste' 언제까지
광복 73주년 무색…유통업계 일본 'Copy & Paste' 언제까지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8.08.16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진의 야심작, 신세계그룹 '삐에로쑈핑'…네티즌들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와 너무나 흡사해" 평가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새로운 도전 '삐에로쑈핑'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개점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핫플레이스이면서도 일본 돈키호테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이마트)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고 광복을 맞이한지 73주년이 되는 해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는 광복을 느낄 수 없는 몇몇 분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통과 식품 분야다.
 
일각에서는 유통과 식품 산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카피(Copy)해 이른바 '누워서 떡먹기' 식이라는 비판이다. 대기업이 덩치에 걸맞지 않게 창의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유통 또는 식품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모습이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지난 6월 말 삼성동 코엑스몰에 오픈한 '삐에로쑈핑'이다. 
 
B급감성 만물상을 표방한 '삐에로쑈핑'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라 불리며 그룹 내에서도 역점 사업으로 준비해 온 작품이다.
 
정 부회장도 개점을 앞두고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삐에로쑈핑 6월 28일 스타필드 코엑스에 오픈, 뭐가 어디 있는지 하나도 모를 것이다"라는 글을 적어 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 지난 6월 28일 개점 첫날 서울 코엑스 삐에로쑈핑을 찾은 수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살펴보고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
 
그러나, 오픈과 함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방문기와 사진들이 하나둘 올라오면서 일본 잡화 전문점 돈키호테 매장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녀온 경험이 있는 네티즌들은 간판과 안내문 등을 한글로 바꾸기만 했을 뿐, 일본 돈키호테를 그대로 가져다 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빽빽한 상품진열에다가 '보물찾기' 같은 상품 찾기 경험 등 매장 구성과 분위기가 돈키호테와 그대로 닮았다는 것이다. 물론, 돈키호테를 가려고 일본 여행을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겠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미국 아마존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일본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돈키호테는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재미를 주면서 매장과 매출을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 부회장과 이마트 관계자들은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의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돈키호테와 삐에로쑈핑을 모두 다녀온 이들은 상품진열과 구성 등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베끼기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 일본 돈키호테 매장 내부.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삐에로쑈핑'이 벤치마크했다고 하지만 상당히 흡사한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진=donki.com)
 
롯데그룹도 신세계와 비슷한 경우다.
 
롯데슈퍼도 지난달 슈퍼마켓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LOHB's)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매장 '롯데슈퍼 with 롭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슈퍼마켓과 H&B 스토어의 강점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유통매장으로 롯데슈퍼 기본 골격에,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H&B 스토어인 롭스의 노하우를 더했다.
 
사실 이 매장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한국판 코스모스' 매장을 만들어 볼 것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코스모스는 화장품과 약을 파는 드럭스토어에서 출발해 지금은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까지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진화했다.
 
가전유통업체 롯데하이마트도 책과 가전제품, 잡화 등을 함께 판매하는 일본의 '쓰타야 서점'과 비슷한 하이마트 옴니스토어를 올해 개점했다.
 
고객들이 가전제품만 사러 하이마트 매장을 들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매장 한 곳에 북카페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변호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거대 유통업체 아마존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일본에서 성공한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너무나 안이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로운 유통 운영방식 등을 일본에서 들여오는 것은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내려는 긍정적인 노력"이라면서 "그러나 일본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적 관점이나 수준에서 자존심 상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창의적이고 발전된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광복 73주년이 되는 해이며, 내년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 경제 각 분야에서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본의 것이 아닌 좀 더 차별화된 창의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