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를 벗어나고 싶은 디스플레이의 꿈’
‘디스플레이를 벗어나고 싶은 디스플레이의 꿈’
  • 양성진 선임연구원
  • 승인 2010.04.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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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와 애플의 아이폰이 가지고 온 하드웨어적 변화의 공통점은 디스플레이에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lcd, pdp 등의 디스플레이 기반 기술에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3d, 터치 등의 기능을 얹었다.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기술은 크기, 두께, 화질 등 전통적인 기능 개선을 위한 기술 경쟁을 통해 진화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며 이것이 또 다른 진화의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3d나 홀로그램을 통해 오감을 만족시켜 현실감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트리플 뷰 디스플레이는 공간의 제약을 해결하여 더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보여주기만 하던 디스플레이에 인터페이스를 가미하여 디스플레이에 대한 능동적 지배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기존 디스플레이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적합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것, 그래서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미래 디스플레이가 꿈꾸는 세상이다.

하루 중 디스플레이를 접하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아침에 눈을 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tv를 켜 새로운 소식을 보고 듣는다. 허둥지둥 뛰어내려간 지하철역 승강장에서는 최신 영화를 홍보하는 영상을 접할 수 있다. 지하철을 타면 문 위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음 역과 내릴 문이 어느 쪽인지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지하철에서의 시간을 활용하여 mp4 플레이어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지낸다. 회의를 할 때에도 빔프로젝트나 커다란 모니터를 이용한다. 퇴근을 해서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tv를 보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정보 검색, 인맥 관리 등을 한다. 이처럼 우리는 디스플레이에 둘러싸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0년대 브라운관 tv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후 디스플레이는 진화를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우리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디스플레이의 진화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Ⅰ. ‘스펙’ 경쟁이 이끈 디스플레이 진화

지금까지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크기, 화질, 두께 등 이른바 ‘스펙’ 경쟁을 통해 진화해왔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좀 더 나은 스펙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들로 디스플레이를 발전시켰다.

조금 더 크게, 그러나 얇게

1969년 7월에 일어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달 표면을 걷는 암스트롱의 모습을 담은 tv 생중계를 자기집 안방에서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시에는 재미있는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를 할 때마다 마을에 몇 안 되는 tv 앞에 온 동네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청을 했다. 그 때 출시된 브라운관 tv 사이즈는 14인치, 19인치 등 20인치 이하가 주를 이뤘다. 1980년대 이후 tv 구매가 본격화되었고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서 주거 공간이 넓어짐에 따라 더 큰 tv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브라운관 tv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전자총에서 나오는 전자가 자기장에 의해 휘면서 화면에 있는 형광체를 때려 빛을 내는 구동원리 때문에 큰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자총의 위치가 벌브의 뒤쪽으로 더 이동해야 했다. 큰 화면을 위해서는 화면의 뒤쪽이 길어 질 수밖에 없어 34인치 이상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화면과 함께 부피도 커지는 뚱뚱한 tv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보다 큰 화면, 그러면서도 얇은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과도기적인 모습이 일반 텔레비전 화면을 거울과 렌즈를 이용하여 스크린에 투사시키는 방법을 응용한 프로젝션 tv였다. 하지만 lcd와 pdp의 등장으로 화질이 떨어지는 프로젝션 tv의 수요는 줄었다. lcd와 pdp가 개발되고 난 후에도 업체간 크기 경쟁은 계속되었다. lcd는 기술적인 한계로 대형화가 힘들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2001년 40인치, 2002년 54인치, 2003년 55인치, 2008년 82인치까지 개발하였고, pdp는 이보다 더 큰 102인치까지 개발되었다.

화면이 커짐에 따라 tv는 거실 인테리어의 중요한 제품으로 자리잡았고 이에 따라 ‘가구 같은 tv’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lg의 링 스탠드를 이용한 ‘퀴담’, 와인잔 모양을 형상화한 삼성의 ‘보르도’ 등 디자인을 앞세운 경쟁이 시작되었고, 이는 두께경쟁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얇은 tv가 좀 더 날렵하고 세련되게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lcd tv가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제품의 두께가12cm 정도였지만 해마다 얇아지더니 2007년에 들어서면서는 10cm 이하의 두께를 구현하게 되었다. 형광등으로 알려진 기존 ccfl 백라이트(backlight)를 적용하면서도 면광원 등을 통해 두께를 줄여나갔고, led 백라이트 적용을 통해 두께 경쟁은 가속화되었다. 하지만 3cm 이하의 두께를 가진 디스플레이들이 속속 선을 보이는 지금, 1mm의 차이가 큰 차별화 포인트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더 밝게, 선명하게

‘조금 더 밝게, 선명하게’는 비단 세제 cf에 나오는 카피만은 아니다. 크기, 두께 못지 않게 디스플레이의 화질 경쟁도 치열했다. 보여주는 것이 주 목적인 디스플레이에 있어서 화질은 디스플레이 기능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full hd, 응답속도 240hz, 명암비 120,000:1, 이 생경한 단어들은 우리가 tv를 사려고 할 때접하는 것들이다. 이는 얼마나 선명하고 현실감 있게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요소들이다. 처음 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가 나왔을 때에는 브라운관보다 화질이 좋지 않다는 평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lcd 내에서도 필름이나 백라이트를 변경하거나, oled, fed 등의 신기술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화질이라는 것은 선명함과 색감이라는 2가지 요소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우선 선명한 화질 구현을 위해서는 해상도와 명암비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해상도는 얼마나 자연스러운 화면을 구현하느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같은 크기에 화면을 얼마나 잘게 쪼갰느냐에 따라서 좀더 자연스럽고 선명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가로와 세로 칸의 숫자에 따라 tv는 full hd, hd 등으로, 모바일용 디스플레이는 qcif, qvga 등으로 구분된다.

명암비란 디스플레이가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밝은 색과 가장 어두운 색의 폭으로 이해하면 된다. 1:10,000의 명암비라고 하면 가장 어두운 부분의 밝기가 1일 때 가장 밝은 부분의 밝기가 10,000이라는 의미로 어두움과 밝음 사이에 10,000단계의 밝기 표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폭이 넓을수록 흰색과 검정색의 표현이 보다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예컨데 낮은 명암비의 디스플레이는 그림자가 회색 빛에 가까워도 모두 검은색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반면, 명암비가 높으면 검은 옷 위에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과 같은 섬세한 표현도 가능하다.

색감을 좌우하는 것은 색재현율과 휘도(brightness)다. 색재현율은 디스플레이에서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로 표현한 것으로, 색재현율이 높을수록 더많은 색상을 표현할 수 있어 사실에 가까운 색을 나타내기 수월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디스플레이의 색재현율이 92~100% 수준까지 도달한 상황으로 이상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또한 디스플레이의 휘도가 높을수록 좀 더 색감이 선명하고 풍부해진다. 특히 3d 디스플레이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휘도개선을 위한 노력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이와 같은 스펙 경쟁이 디스플레이의 진화를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크고 얇은 디스플레이를 위해 브라운관 자리를 lcd, pdp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보다 더 얇고 화질이 좋은 디스플레이를 위해 led 백라이트를 적용한 lcd, oled, fed 등이 개발되거나,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기본적 기능을 위한 기술의 상향 평준화를 이룬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더 이상의 차별화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소비자가 ‘차별적이다’라고 느끼는 역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Ⅱ. 사용자 경험, 또 다른 진화의 축

미국의 경제학자 조셉 파인(joseph pine)은 2004년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의를 통해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경제의 진화는 동식물, 광물 등 비가공제품(commodities)에서 제품(goods), 서비스로 중심축이 이동하였지만, 더 이상 이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경험(expirience)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 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단순히 기능이나 절차상의 만족뿐 아니라 전반적인 지각 가능한 모든 면에서 사용자가 참여, 사용, 관찰하고 상호 교감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

경영학의 구루인 c.k 프라할라드 역시 ‘경쟁의 미래’라는 책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의 방법으로 경험 혁신을 얘기했다. 기존의 혁신이란 주로 기술과 제품, 프로세스차원에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의 혁신은 경험 혁신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가치 창출 프로세스는 개인과 개인이 경험하는 가치 창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소비자에게 어떠한 경험을 줄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개개인이 스스로의 경험을 맞춤화하고 구성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구축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치 제공 방식의 한계에 직면한 디스플레이 산업도 이제는 사용자 경험, 즉 ux(user experience)에 대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경험을 어떻게 강화하고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오감이 만족된다거나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다거나, 혹은 능동적으로 하드웨어를 지배하게 되는 경험,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사용자 경험의 확장이 디스플레이의 진화의 새로운 축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감의 만족 : 디스플레이에서 현실을 느끼다

작년 연말 극장가를 휩쓸었던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아바타’가 1순위일 것이다. 이 영화는 배경부터 주인공까지 거의 완벽한 수준의 3d를 제공함으로써 영화가 현실인지, 현실이 영화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현실감을 제공했다. 인간은 주변세계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의 70% 이상을 시각을 통해 받아들이기 때문에 진정한 실감 영상 구현은 현실감을 증폭시킨다. 즉,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 영상에 몰입할 수 있는 정도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빌레펠트대학의 연구진은 3d 영상과 현실을 인식하는 두뇌 메커니즘이 매우 흡사함을 밝혀냈다. 이는 우리 두뇌가3d 영상과 현실을 그다지 큰 차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 3d 디스플레이

소비자는 영화에서만 접하던 3d 경험을 집으로 옮겨오고 싶어했다. 3d 디스플레이기술이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깊이감 있는 시각 자극을 제공함으로써 현실감을 증폭시키는 디스플레이로 개발된 지는 거의 100년이 지났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소비자가 3d를 경험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때문에 좀더 현실감 있는 영상을 원한다는 사실은 직시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화질 개선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바타’와 같은 3d 영화의 출현이 경험 디스플레이의 촉발점(triggering point)가 되어 디스플레이는 달라지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조금 더 밝고 선명한 화질을 뛰어넘어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현실감을 부여하여 몰입을 확대하는 경험을 주려는 것이다. lg를 비롯한 전자업체는 앞다투어 3d tv를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는 tv 위주로 3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고 있지만 3d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tv 뿐만 아니라 모니터, 휴대폰 등에서도 3d 기능을 요구할 것이다. 디스플레이 전문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2010년3d 수요는 tv가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2018년에는 휴대폰과 tv가 3분의 2를,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모니터, 디지
털 카메라 등의 어플리케이션이 나머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3d 디스플레이의 저변은 여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홀로그램

3d가 기존의 평평한 화면을 깊이감 있게 표현했지만 정면의 깊이감일 뿐 측면에서의 깊이감을 나타내기는 어려웠다. 홀로그램은 보다 완벽한 입체를 보여 줄 수 있어 궁극의 3d 기술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영화 ‘아바타’에서도 홀로그램을 사용하는장면이 나온다.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들이 사는 지역의 지도를 홀로그램으로 띄워놓고 작전을 짜는 모습이다. 홀로그램도 3d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이미 오래 전에 개발이 된 기술이다. 1948년 헝가리 태생의 데니스 가버 박사가 기초 이론을 정립했으며 이미 1960년대에 홀로그램이 구현되었다.

처음 홀로그램이 개발된 이후 거의 60년이 지난 2007년에 시스코는 세계 최초로 홀로그램을 이용한 실시간 온스테이지 텔레프레즌스(on stage telepresence)를공개했다. 시스코는 인도 방갈로르 지사 공식 출범식에서 이를 구현했다. 시스코ceo 존 체임버스 회장이 발표 도중, 시스코의 텔레프레즌스를 통해 8000마일 이상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는 마틴 드 비어 부사장을 홀로그램으로 현장에 참여시켰다. 시스코는 ip 인프라와 ‘뮤션(musion)’이라는 비디오 영사 솔루션제공 기업의 특수효과 기술을 동원하여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홀로그램인물을 현실화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시스코는 고객에게 가상 현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사 소통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텔레프레즌스 기술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가상으로 하나의 테이블로 모으는 것은 물론, 현장에 가지 않고도 다른 나라행사장의 연단에 올라 연설 또는 강연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 4d 디스플레이

3d와 홀로그램이 시각적 경험의 확대를 의미한다면, 4d 디스플레이는 오감 만족을 지향한다. 4d는 기존 3d 영상에 촉각, 후각 등을 첨가하여 더욱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4d로 상영한 ‘아바타’는 의자가 움직이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지는 것도 발목을 통해 느껴지고, 풀내음이 나기도 하는 등 촉각과 후각을 자극하여 경험의 영역을 확대했다.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맨손으로 느낄 수 있는 3차원 홀로그램을 개발했다. 일반적인 홀로그램은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을 자극할 수 없다. 왜냐하면 홀로그램 자체가 빛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수 초음파 촉각 디스플레이(airborne ultrasound tactile display)라고 불리는 홀로그램은 기존 홀로그램에 초음파 기술을 접목시켜 실제로 홀로그램을 만지면 느낌이 나도록 했다. 물방울이 손바닥에 닿아 흩어지는 느낌, 손바닥 위에서 튕겨지는 공의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은 아직까지 초기 개발 단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생대 공룡의 질감 등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각을 자극하는 디스플레이도 개발되고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기술에 냄새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더하는 것이다. 프랑스 텔레콤은 냄새 배출 소프트웨어를 통해 미리 입력되어 있는 커피, 꽃, 와인 등의 향을 데이터베이스에서 꺼내 향기를 나게 하는 기술로 특허를 획득했다. 소니는 후각에 대한 데이터를 사람의 뇌로 직접 전달하는 초음파 방식을 개발중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냄새를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뇌를 자극해 감각적으로 특정한 냄새를 맡은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후각뿐 아니라 미각, 촉각에 대한 데이터도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좀더 현실감 있는 영상과 느낌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마존의 눈물’을 보면서 아마존의 밀림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고, 야구를 보면서 김태균이 친 타구를 잡으려고 손을 뻗거나 피하려고 머리를 숙이는 행동을 유도할 만큼의 경험을 디스플레이가 선사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공간의 확장 : 뛰면서 즐기는 영화 한 편의 감동과 동상이상(同床異像)

15년 전만 해도 영화를 보려면 영화관을 찾아가야 했다. 이후 lcd, pdp 등 평판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되면서 거실에서도 영화를 즐기기에 아쉽지 않을 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지하철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여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에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커 봐야 10인치 정도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간에 자기만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40인치, 50인치에서 보던 화면을 10인치로 보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그렇다면 사용자에게 기존 영화관의 스크린 혹은 대화면 tv로 보던 그 감동을 그대로 전해줄 수는 없을까? 또한 같은 공간에서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는 없을까?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수십 명이 한 공간에서 같은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동 그대로를 혼자서만, 그리고 어디에 있든지에 상관없이 느끼고 싶다면? 답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다. 30인치 디스플레이를 접거나 말면 휴대폰 크기보다 작게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줄어든 디스플레이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원할 때 펼쳐서 원하는 화면 크기를 구현할 수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유연한 형태의 화면으로 궁극적으로는 접거나 둘둘 말 수도 있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휴대용 기기의 비중이 커지고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공간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도 수반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볼 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휘거나 접을 수 있게 유리 대신 플라스틱이나 금속 박막을 기판으로 사용한다. 유리 기판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기존 디스플레이는 섭씨 1000도 이상에서 가공되는 반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판 역시 열에 잘 견뎌야 한다. 따라서 휘는 tft lcd의 개발은 열에 강하면서 잘 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거나, 전체 공정을 플라스틱도 견딜 수 있는 저온에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잠재력 때문에 디스플레이업체들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변방에 있는 미국과 유럽은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 원천 기술을 끈기 있게 개발해왔다. 그 결실로 미국 e-ink사 제품이 전자종이의 대명사가 되었고, 유럽의 필립스에서 분사한 폴리머비전, 캠브리지대학에서 창업한 플라스틱 로직, 영국계 프라임뷰 인터내셔널 등이 전자잉크를 이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트라딤(tradim)이라는 연구단을 구성해 고성능 플라스틱 기판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대만 역시 국가연구소인 itri 내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양산 평가를 할 수 있는 센터를 구축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lg와 삼성이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올해 lg디스플레이는 19인치 플렉서블 전자종이를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는 사용자로 하여금 디스플레이의 유비쿼터스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 트리플 뷰(triple view) 디스플레이

같은 공간에서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다면 리모콘 선점을 위한 가족간의 싸움은 줄어들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준 기술이 트리플 뷰(triple view) 디스플레이다. 시야각을 제어하여 하나의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두 개 또는 세 개의 다른 영상을 표시하는 기술이다.

먼저 기술을 개발한 곳은 일본의 샤프다. 평범한 lcd와 디자인은 다를 것이 없고, 특별한 장치가 겉으로는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트리플 뷰 디스플레이는 왼쪽, 정면, 오른쪽에서 볼 때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이 모두 다르다. 디스플레이 기기는 한 대이지만 한 번에 서로 다른 세 가지 화면, 세 가지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자동차에 탑재되는 av 시스템에 적용하면 운전자와 조수석에 탄사람, 그리고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작은 액정 모니터로 서로 보고 싶은 화면을 볼 수 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면서 운전을 하고, 조수석이나 뒷좌석에서는 주변 관광지나 식당 안내 화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거실에서도 비슷하다. 각각 원하는 3개 채널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물론 동시에 다채널을 수신할 수 있는 튜너가 필요하고 오디오 신호도 별도로 보내야 하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경험을 만들어 주는 트리플 뷰 디스플레이도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상이몽이 아닌, 동상이상(同床異像)의 경험이 가능해지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능동적 지배 :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다

터치폰은 디스플레이를 출력만이 아닌 입력 장치로 만들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기존의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을 환경을 접하게 된 것이다. 원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목적은 입력된 데이터를 단순히 내보여주는 것, 즉 출력의 수단이었다. 때문에 사용자는 보여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터치패널 등 인터페이스가 디스플레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더 이상 수동적 수용이 아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동적 지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 멀티터치 디스플레이

애플 아이폰의 등장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 환경을 조성했다.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멀티터치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멀티터치는 아이팟 터치에서부터 적용되었지만 아이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대중화 속도가 빨라졌다.

아이폰이 지피기 시작한 멀티터치의 바람이 ms 윈도우 7에 채택된 서피스(surface)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 서피스의 멀티터치를 즐기는 재미는 소형 기기에서 즐기던 것과 다르다. 한 손의 엄지와 검지로 다루는 소형 기기의 멀티터치와 달리 서피스는 양손을 다 사용할 수 있다. 선 채로 저 멀리 떨어진 사진을 끌어오기 위해 몸을 살짝 숙이면서 팔을 내밀기도 한다. 큰 화면을 양손으로 이리저리 문지르고 두드리면 화면을 통해 그 반응을 전하고, 화면의 반응에 맞는 소리 효과까지 더해져 사용자가 느끼는 재미는 배가 된다. 다수의 사용자가 서피스를 테이블 삼아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컴퓨터 모니터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컴퓨터 테이블, 게임 테이블로 디스플레이가 변신한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3차원 멀티터치 기술도 가능해 질 것이다.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개발한 임프레스(impress)라는 3차원 터치 기술은 기본적으로 압력 센서와 말랑말랑한 고무재질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압력 및 무게와 같은 물리량을 측정하고 고무재질에 가해지는 압력의 강도에 따라 작동된다.

● 터치프리(touch free) 디스플레이

터치를 하지 않고 신호를 전할 수 있는 터치프리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제스처 인터랙션 디스플레이 기술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닌텐도 wii의 ‘위모콘’이 이 기술을 채택했다. tv에도 손짓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사용자는 나날이 복잡해지는 리모콘을 통해서가 아닌 직관적인 행동을 통해 tv를 제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손짓으로 동작하는 tv에 대한 다양한 데모들은 사용자가 손 동작(원 그리기, 좌측에서 우측으로나 혹은 앞뒤로 손짓하기)을 바꿈으로써 이미지를 회전시키거나, 화면을 줌인하거나 줌아웃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가능케 해주는 기반 기술은 센서들이다. 파나소닉의 이미지 센서 유닛은 손짓을 감지한다. 누적된 데이터로 거리를 계산하고, 손짓의 깊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캡처한다. 히다치에서도 손짓으로 제어되는 tv를 시연해 보였다. 히다치의 이미지 센서는 사용자가 tv로부터 2~3 미터 거리에 서 있을 때 손짓을 가장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tv 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기 위한 터치프리 기술들도 선보이고 있다.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식스센스’는 특수밴드를 낀 손가락을 움직여 원을 그리거나 사진을 축소 확장하고, 또 전화기 자판을 누르는 것을 인식한다. 카네기멜론대학과 ms가 함께 개발한 스킨풋(skinput) 기술도 ‘식스센스’와 비슷하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적용하던 기존 터치기술을 피부로 옮겨왔다. 피부 위에 있는 실행, 삭제, 확대 같은 명령을 눌러 기기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개발자인 크리스 해리슨은 “신체부위가 궁극적인 입력장치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체부위가 입력장치가 되더라도 입력을할 수 있는 버튼을 신체부위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사용자는 움직임만을 통해서 디스플레이에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있게 될 것이다.

Ⅲ. 미래 디스플레이 진화 방향의 의미

미래에는 디스플레이의 용도 다양화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지도 모른다.10년 전만 하더라도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기기는 tv와 컴퓨터 모니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업용 간판에서도, 지하철 정보 안내판에서도 디스플레이를 접할 수 있다. 종이책도 디스플레이 기기가 대체하고 있다. 미래에는 이러한 기기뿐만 아니라 유리문을 디스플레이로 만들 수도 있고, 거실 벽에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여 인테리어 효과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되는 모터쇼에서 자동차를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디스플레이가 생활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차지할 날도 멀지 않았다. 생활 속 어디를 둘러봐도 디스플레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곧 도래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 본 사용자 경험을 확장시키기 위한 디스플레이 진화 방향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기존의 lcd, oled 등 구동원리로 구분된 기준이 아닌 용도별로 필요한 기능을 조합한 디스플레이 형태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tv와 컴퓨터 모니터, 휴대폰 등에 국한되어 있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새로운 기능을 지닌 디스플레이 출현으로 상업용, 의료용 등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라는 개념 자체가 진화하는 것이다.

패널 안에 갇혀 있는 디스플레이, 보여주기만 하는 디스플레이가 아닌 언제어디서나 원하는 화면 크기로, 원하는 정보를 받기도 하고, 넣기도 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디스플레이 경쟁 환경은 성능 경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보이는 정체성 확장의 경쟁으로 변할 것이며, 이는 다양한 경쟁 가능성의 확장을 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를 벗어나고 싶은 디스플레이의 꿈을 위해 다수의 플레이어가 한 곳을 보고 달려가는 모습이 아닌, 서로 다른 곳을 보며 달려가는 여러 그룹의 플레이어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양성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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