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확전...우리에게 닥칠 '큰 위기' 대비 해야
미중 무역분쟁 확전...우리에게 닥칠 '큰 위기' 대비 해야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9.05.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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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원 기자(자료사진)
박광원 기자(자료사진)

[파이낸셜신문=박광원 기자]지난 5월 9일과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무역전쟁 양상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번 무역 전쟁이 두 나라 만의 전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 특히 두 나라에 대한 무역의존이 큰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과 조기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전까지만 해도 두 나라는 워싱턴에서 머리를 맞대고 협상에 임하면서 막판 타결에 대해 기대를 하게 했다. 우리도 이 협상이 잘되길 바랐지만 결과는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은 10일 중국산 제품 2천억 달러 규모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한술 더 떠, 예고된 분야 이외에 3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출제품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했다.

중국도 내달 1일부터 시행하는 보복관세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국무원은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5~10%에서 5~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은 다자무역체제 및 자체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일부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렇듯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으로 진행된다면 세계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나라가 '관세 전면전'을 벌이면 첫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중국은 1.22%포인트, 미국은 0.31%포인트, 전 세계는 0.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중국 성장률이 5.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고 UBS도 중국 성장률이 1.6∼2%포인트, 씨티그룹은 2.1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는 나라들은 더 힘들어진다. IHS 마킷은 글로벌 전자제품과 유럽 제조업의 신규주문 증가세 둔화에 신음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가 무역 전쟁 악화에 따라 성장에 더 심한 맞바람을 맞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정부는 이 무역전쟁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묻고 싶다. 이미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은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2.9원까지 상승해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를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일시적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본 것이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쓸데없이 불안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의도가 포함되었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지나친 낙관'이나 '무신경'의 결과라면 이제라도 자세를 고쳐잡아야 한다. 무역전쟁 여파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줘 펀더멘털 악화로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역전쟁을 위기로 인식하더라도 정부가 펼 수 있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동남아 등지로의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도 않고 금방 되는 것도 아니다.

경제의 수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내수진작도 필요한데 역시 간단치 않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큰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을 예상한다면 손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만반의 준비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긴 시간 방치된 추경안을 빨리 통과시킬 수 있도록 방안을 짜내고,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불안에도 대비해야 한다. 큰 경제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경제진단도 냉철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엉뚱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세는 미국이나 중국을 웃돌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성장 단계에 이르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은 여전히 미국이나 중국에 못 미쳤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3일 내놓은 '한·미·중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비교'에서 지난해 한국은 45억달러(약 5조원), 미국은 991억달러(약 117조원), 중국은 1천131억달러(약 134조원)의 투자액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한국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미국이나 중국에 크게 못 미쳤지만, 연평균 증가율은 106%로 미국(21%)과 중국(94%)을 웃돌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스타트업 투자 비중 역시 역대 최고인 0.28%를 기록했다. 미국은 0.48%, 중국은 0.84%로 집계됐다.

한국은 정부, 미국은 정부와 스타트업 보육을 담당하는 액셀러레이터, 중국은 미국계 벤처캐피탈(CVC)이 주요 투자자였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최근 양적으로 크게 팽창했지만, 스케일업(Scale-up·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나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Exit) 부족으로 창업, 성장, 회수의 선순환 구조 확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2013∼2015년 시드·엔젤 투자를 받은 138개 한국 스타트업 중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엑시트에 성공한 곳은 5.8%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은 8천667개 스타트업 중 12.3%가 엑시트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따르면 "엑시트는 투자금 회수를 통한 재창업과 재투자를 의미한다"며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는 잘 유치하는 반면, 성장 단계부터는 투자가 감소해 스케일업이 여의치 않은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기업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도 미진했다.

한국은 138개 스타트업 중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이 1.4%에 그쳤다. 중국은 그 비율이 6.8%로 한국의 5배에 육박했다. 미국은 스타트업이 8천667개에 달해 비중(0.3%)은 작았지만 30개가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국제무역연구원 김보경 수석 연구원은 "국내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엑시트 촉진을 위해서는 핀테크,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신산업 분야 규제가 완화되는 것과 함께 민간 주도의 모험자본이 투자 생태계에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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