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칼럼- 서울광장은 소통의 터...서울광장 풀고, 민심에 귀 기울일 때다
이창호칼럼- 서울광장은 소통의 터...서울광장 풀고, 민심에 귀 기울일 때다
  • 이창호 칼럼
  • 승인 2009.06.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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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칼럼
문득 아이는 단칸 셋방에 갇혀죽고, 에미는 치솟는 전세 값에 떨어져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로세. 누군 공부 못해 죽고, 대학 못가서 죽고, 취직 못해 죽고, 장가 못가 죽고, 시도 때도 없이 죽음이로세. 농민은 농가부채에 눌려 죽고, 노동잔 가스와 납에 중독돼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로세. 누군 밤새 일하다 죽고, 밤새 놀다가 죽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리고, 시도 때도 없이 죽음이로세. 최루탄 쇠파이프에 머리 깨져 죽고, 내 땅에선 미국 놈한테 매 맞아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로세 아이고 ...... 안치완의 ‘아이고’라는 노래가사 말이 현실을 비유하듯 떠오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완전 봉쇄되어 열리지 않던 서울광장이 국민장이 열렸던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경찰은 또다시 광장에 머물던 시민들을 몰아내고 전경버스로 서울광장을 봉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민장 영결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광장을 열어주더니 22시간 만에 다시금 경찰력을 이용하여 봉쇄되고 만 것이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순간 가슴이 답답했다.

추모사를 하겠다는 전직 대통령을 막는가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랑색 물건이 반입 금지되어야만 하는 국민장, 국민장에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참여자들이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함성까지도 묵시하고 있는 현 정부. 누구보다 우러러 보아야 할 대통령의 헌화 장면이 전광판에서 나올 때, 서울 시내를 흔들어 재낄 만큼의 우렁찬 야유와 함께 등을 돌려 앉는 시민들의 모습, 노제를 위한 시청 앞 광장에서의 노랑색의 모자와 풍선이 물결처럼 넘쳐나는 광경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소통의 장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되면 소통의 욕구는 분노의 함성으로 돌발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건만, 왜 분노의 싹을 키우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5월 말 시작되어 신록의 푸름과 함께 짙어져만 가는 민초들의 항쟁은 또다시 6월을 맞이하며 전설이 되려나 보다”란 생각마저 들게 하는 현 정부에 대해, 민주주의의 위기가 우리의 현실과 마주한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80년대 이후로 줄곧 6월의 열기가 뜨거웠던 것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5월에 시작된 그 뜨거움의 열기는 6월인 현재까지도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나자마자 유월이 시작된 것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갖는 메시지가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서울광장의 의미는 뭘까? 대한민국 국민이 서울광장에 모여 자유로운 발언을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광장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그 권리를 국민이 아닌 경찰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억압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집회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가 공권력에 의해 명백히 침해되는 순간임에 틀림없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붉은 전사들의 함성을 추억으로 간직한 그곳. 이어 2008년도의 촛불민심이란 기억을 만들어 낸 그곳. 그곳은 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국민의 세금으로 청계광장과 함께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과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곳이 바로 서울광장이며 또한 서울광장이 갖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마치 자신의 소유인양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있지 않은가? 광장을 막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의미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종부세 인하정책을 펴면서 강남부자들에게 많은 지지 받고 있는 현 정부가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국민과의 의사소통에 부응하지 못하고, 신중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기에. 섬김과 나눔의 정치를 내세운 이 대통령의 최대공약수는 현재 국민들의 가슴 속에 큰 오해와 상처를 안겨주고 있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단순히 그가 앉아있는 보좌가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한 기업의 대표인지, 국민과 함께 소통해야할 한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자리인지 식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거리에는 100만 명이 훌쩍 넘는 실업자들로 넘쳐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경제적인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언론악법과 건강의료문제, 교육, 경제문제 등 다방면에서 고름이 되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모든 문제를 드러내면서 시작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무모한 대결과 그동안의 공든 탑이 싸늘한 잿더미로 뒤엎을지도 모를 북핵의 위협 등으로 한순간 나락에 빠지기 일보직전의 경제에 놓여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소리를 안 듣고 일방 독주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강남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있지만 서민을 위한 정책은 없다. 한마디로 서민들이 반대한 정책만을 늘어놓는 실용주의 정부일 뿐이다. 대표적인 예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책을 들 수 있다. 어찌 보면 현 정부가 내세운 대운하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말은 거창하다. 하지만 환경파괴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에게 그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참 공교롭게도 세상물정 모른다고 생각했던 5~6세의 꼬마들의 화두로까지 자리매김 되었다는 것에서 말 다했다.

경찰을 동원하여 서울광장을 봉쇄할 수는 있지만, 민심의 표출은 막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한다. 서울광장을 막는다고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광장을 막으면 인터넷 공간 등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욱 확대 재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광장에서 표출되는 목소리와 진솔하게 소통하는 것이 민심 수습의 최우선적인 전제조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재 반민주적 작태에 분노하면서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는 국민들이 쉴 새 없이 분노를 토하고 있지 않은가.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표할 수 있는 공간이자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걸러 낼 수 있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이 절실해 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하루빨리 서울광장을 열고 그곳의 시민들과 소통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서울광장이 봉쇄되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없게 되면 민주주의는 질식하게 될 것이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봉쇄하려는 경찰의 강박은 민주주의의 위기만을 강화시킬 것이며, 3년 넘게 남은 대통령의 임기 내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모든 걸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운명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즉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훼손된 민주주의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 혹시라도 현재의 촛불민심을 대처할 힘조차 비축하지 못한 상태라면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지 않은가.

글/ 李昌虎(이창호, 칼럼리스트,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위 내용은 언론 매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보도자료 형식의 칼럼 입니다. 단 사용할 경우 칼럼니스트의 소속과 이름을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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