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의사록서 '경제의 일본화' 제기..."주력산업 글로벌 시장점유율 하락 유사"
금통위 의사록서 '경제의 일본화' 제기..."주력산업 글로벌 시장점유율 하락 유사"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0.02.05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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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지표들이 1990년대 중반 일본과 상당히 유사하다. 경계심 가져야”
한은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경계심이 필요하다”

지난 4일 공개된 1월17일 금통위의사록에서 일부 금통위 위원의 ‘경제의 일본화’가 주목을 끌었다.

일부 위원은 최근 세계 유수의 학회에서 경제의 일본화(Japanification)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를 돌이켜보면 소비자물가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았던 반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15년 이상 연평균 1% 정도 하락하면서 명목성장률이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일본경제 전체 파이(pie)의 축소와 함께 세수가 크게 감소했으며, 1998년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경기회복을 위해 대규모 적자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나 디플레이션을 극복하지 못한 채 GDP대비 정부부채비율만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또한, 현 아베(Abe)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규모 금융완화를 포함하여 경제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로 인해 일본경제가 적어도 디플레이션으로부터는 점차 벗어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위원은 또 명목GDP 증가에 따라 세수도 증대되면서 정부부채비율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아베노믹스 이후 이 같은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외부여건이나 인구구조 변화, 혹은 재정정책의 효과라기보다 통화정책의 완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일본의 사례는 통화정책의 도움 없이 재정정책만을 통해 디플레이션으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원론적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원은 일각에서 우리나라가 1990년대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데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명목성장률, GDP 디플레이터 등 많은 거시경제지표들이 1990년대 중반 당시의 일본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유지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물론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 상황 등 많은 부분에서 양국 간 차이가 분명하지만, 고령화 문제나 기초적인 경제여건 면에서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또한 당시 일본이 주력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급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데, 최근 3∼4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완만하나마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으로 우리나라가 과연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동산시장 상황, 수출비중, 개방도 등 여러 측면에서의 양국 간 차이를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병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러한 양 극단의 주장 중 한쪽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곤란하다는 견해를 나타내면서, 일본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는 데 있어 통화당국의 스탠스가 어떻게 되느냐, 그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관건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잘 수행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련부서에서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같은 인구구조변화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1990년대 당시 일본에서는 위원이 언급한 대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급락 등 교역조건 악화에 따라 수출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계속 마이너스를 이어갔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버블 붕괴의 여파 등으로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비록 교역조건의 악화로 수출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마이너스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는 점, 그리고 부동산시장 상황이 당시의 일본과 크게 다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동 위원은 1990년대 당시의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디플레이터 상황이 양호한 것이 사실이나, 반도체경기가 이례적인 호황을 보였던 2018년에도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0%대 초반에 불과했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인구구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한국은행 관련부서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고령화에 따른 실질중립금리의 하락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통화정책을 구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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