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맹자의 '告子章句'
코로나19와 맹자의 '告子章句'
  • 파이낸셜신문
  • 승인 2020.06.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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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원 장은정, 법학박사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원 장은정, 법학박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현 IMF 총재는 2020년 2월 2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졌으며 경기침체의 기간과 깊이는 바이러스 억제와 이번 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공동 대응에 달렸다"라고 언급하였다.

코로나19사태가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공급과 수요가 위축되어 올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IMF는 지난 4월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치를 –3%로 제시하였다. 이는 1930년 대공황 이후 가장 급격한 하강기로 주목되었다. 미국은 코로나 19의 급속한 확산으로 2분기 극심한 경제성장률 저하를 경험하고 있으며 EU도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미·중 갈등 상황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를 뒤흔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전 세계와 대한민국을 뒤 흔들어 놓았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은 영업에 직격타를 맞았고 취준생들은 채용 한파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3월부터 학교를 못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돌보는 부모님들은 부모님들대로 각자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황의 여파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듯하다. 그래서 오늘은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스스로의 방법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옛 성현의 글을 소개해 볼까 한다.

孟子 告子章句下(맹자 고자장구 하)

天將降大任於是人也(천장강대임어시인야)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때는

必先苦其心志(필선고기심지)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勞其筋骨(로기근골) 그의 육체를 고달프게 하며

餓其體膚(아기체부) 그의 몸과 살을 굶주리게 하여

空乏其身(공핍기신) 그의 생활을 빈궁에 빠뜨려

行拂亂其所爲(행불란기소위)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所以動心忍性(소이동심인성) 그 이유는 그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참을성을 길러주어

曾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

만약 운명의 여신이 있다면 그녀는 아주 짓궂은 성격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 곳곳에 예상치도 못한 갖가지 시련과 역경을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부딪힐 때, 사람마다 대응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크게 실망하여 자포자기 하는 사람도 있고 금방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나 더욱 분발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이런 사람들은 회복탄력성이 매우 강하며 인간은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존재임을 스스로 증명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유연한 사고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유연하면 역경에 부딪쳐도 낙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분발하여 위기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기원전 400년경 맹자가 살았던 시대는 적자생존의 논리가 지배하던 난세(亂世)였다. 난세(亂世) 속에서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믿음과 시련에 대처하는 마음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맹자 고자장구 하편에 나오는 내용은 시련은 인간을 겸손하게 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며 내가 감당하기 힘든 일도 능히 해내게 한다는 성선설에 바탕을 둔 맹자의 사상과 본인의 인생경험을 담고 있다.

본디 맹자(孟子)의 이름은 가(軻)이며 추(鄒)나라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맹자는 자신의 명성이 드러난 이래 제자들을 데리고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인의(仁義)의 덕을 바탕으로 하는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그러나 맹자의 이론은 어느 제후에게도 채택되지 못하였고 결국 자신의 이상 실현이라는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는 70세 즈음 고향으로 돌아와 '맹자'7편을 완성하였다.

맹자는 사상가이기 이전에 정치가로서 그의 유학적 이념을 정치에서 실현하기 위해 유세를 다녔다. 따라서 '맹자'에 나타난 그의 사상들은 실제 정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과 이론적인 근거들로서 기본적인 성격은 철학서라기보다 정치 사상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성리학을 집대성한 남송의 주희가 '맹자'를 논어, 중용, 대학과 삼께 사서(四書)로 삼음으로서 '맹자'의 지위는 정점에 이르게 되었고 이후 명·청대 사서(四書)가 과거시험의 출제 대상이 됨으로써 '맹자'는 지식인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맹자'의 인기는 많이 시들해졌다.

'맹자'가 과거에 최고 베스트 셀러였다면 지금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시험을 볼 필요도 없고 또 '맹자'가 시험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자'를 단순히 어려운 옛날 책으로만 이해할게 아니라 우리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지침서, 자기계발서 등으로 이해하고 한 번 살펴본다면 우리 실생활에 꼭 들어맞는 주옥같은 명언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맹모삼천지교, 맹모단기지교라는 말은 교육열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 외에도 오십보백보, 호연지기, 대장부, 자포자기, 중과부적 등이 모두 '맹자'에서 유래되었다.

누구나 살다보면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거센 비바람과 폭풍이 오직 나에게만 몰아치는 것 같을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오늘 소개드린 구절을 떠올리며 "나는 장차 큰일을 할 사람이니 하늘이 내게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이겨내었으면 한다.

시련은 나이와 상황, 성별, 부귀를 가리지 않는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비온 뒤에 땅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국난(國難)의 위기에 옛 성현의 말을 가슴에 새겨 우리 모두 각자의 힘든 시기를 이겨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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