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증대 과연 만병통치약?
외환보유고 증대 과연 만병통치약?
  • 임혜현 기자
  • 승인 2009.06.05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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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방어벽기능有…경상수지·단기외채 관리 병행해야 효과
외환보유고를 확충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돼 그 필요성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기유동성 부족 국가 낙인과 개방형 소규모 시스템이 문제

이는 우리 나라가 금년 초에도 단기유동성 부족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른바 3월 위기설)을 받아 시달린 경험이 있는 데다가, 최근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영국발 금융위기설이 우리 경제에 미칠 우려가 높다는 지적 때문에 더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는 4일자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외국계 은행의 전체 투자금액이 3009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영국계 투자자금은 총 742억달러로 추정된다고 전제하고(국제결제은행 추산 자료 인용), 이 중에서도 영국이 (유사시라고 해도) 한국에서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100억달러 미만이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영국발 금융위기로 일거에 한국 금융시장이 공황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위기설 진화 시도인 셈이다.

하지만 영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금융 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이 갖는 위상 때문에 여러 모로 세계경제계에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상의 장기적 여파를 가져올 수 있다.
당장 단기 자금을 빼 나가는 문제도 문제지만, 장기적인 침체 요인이 하나 더 등장할 가능성은 잔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우리 나라 경제는 '소규모 개방 경제'라 외국인의 동향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휘청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외국인 순매수세가 지난 3일부터 매도세로 돌아서자 증시에 바로 불안감이 감도눈 것을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기조가 끝났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이기에 열흘 넘는 순매수세를 이어오다 이틀 연속 순매도세로 돌아서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인데, 외국인이 국내 금융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정도를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외환보유고 증대만 하면 된다? 경상수지 관리가 관건

이에 따라, 금융위기 재연 가능성과 북한 관련 리스크가 외환시장의 변동성 문제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더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적당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고 최근 한 세미나에서 주장했다. 1000억달러 이상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김 원장 등의 주장이다.
경상수입액, 유동외채, 예상되는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포트폴리오 자금 등을 감안해 산출한 규모는 3000억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단순한 외환보유고 쌓기는 환율 조작 국가라는 오명을 남길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단기 외채나 경상 수지 관리가 더 큰 과제라는 반론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4일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설광언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은 "한국경제가 올해는 -2.3%, 내년에는 3.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올해 경상수지는 20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물가는 3% 내외에서 안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금융시장의 경우 은행부문의 높은 단기외채 비중, 과도한 가계부채, 실물침체에 따른 금융부실화 등의 위험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즉 금융시장 불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경상수지가 위험하고, 금융시장 불안 해결을 위해서는 실물경제 침체에 기인한 금융부실화 해결, 단기외채 비중 관리 등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외환보유고 쌓기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를 관리, 체력 자체를 관리하지 않으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 더블 딥(회복세를 잠시 보이다가 추가적인 경기침체로 주저앉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환율 하락기를 이용해 달러를 매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가 확보된 외환보유액은 수익성 있게 운용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이 외국인 투자가들의 급격한 자본회수로 경제 전체가 휘청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단순한 성벽 쌓기 그 자체보다는 실물경제 회복과 단기 외채 관리라는 다른 요인 관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낸 수익으로 유가 급등시 경상수지 적자 증대를 상쇄하는 등 시나리오 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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