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증가 영향으로 예대율 상승 대비 LCR 비율은 하락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았지만 이를 다시 은행에 맡기는 현상이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유동성을 미리 확보한 기업들이 세계경제와 국내경제 전망이 불확실하여 투자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이경록 연구원은 지난 14일 '상반기 은행권 자금흐름 및 향후 전망'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진단하면서 상반기 은행권의 예수부채의 증가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올 2분기 기준 4대 은행(신한, KB국민, 우리, 하나)의 예수부채는 1분기 대비 약 24조3천억원 증가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저원가성예금의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저원가성예금이 지난해 4분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약 31조7천억원 증가했다. 예수부채에서 저원가성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3분기 36%에서 2020년 2분기 기준 40%를 훌쩍 넘어섰다.
반면 저축성예금의 경우,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증가 폭이 급감한데 이어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예수부채 내 비중도 2019년 3분기 48%에서 2020년 2분기 기준 43%대로 하락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발행 및 은행대출을 통한 잉여현금을 다시 은행에 재예치한 것도 저원가성예금이 증가한 원인으로 판단된다"라면서 "저축성예금 유입이 증가하자 만기가 도래한 저축성예금의 순상환이 많아진 것"이라고 파악했다.
한편, 올 1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103.6%로 2019년 말 대비 3%p 하락했다. 순현금 유출액은 변동이 적었지만 고유동성자산이 크게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2분기에도 대출이 증가추세를 보였고 수시입출금 위주인 저원가성예금이 증가한 점 등을 미뤄봤을 때, LCR 비율이 추가로 하락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LCR이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은행권이 30일 동안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고유동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올 4월 금융안정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규제를 유연화했다. 은행들이 보유중인 고유동성자자산을 위기대응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외화 LCR의 규제비율을 80%에서 70%로, 통합 LCR의 규제비율을 100%에서 8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 연구원은 "LCR규제가 한시적으로 9월까지 85%로 완화돼 단기적으로 일반은행채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면서 "원래 규제수준인 100%를 고려한다면 4분기에는 일반은행채 발행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