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코로나19 시국 속 전세계 자산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국내에서도 어느덧 2천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7년 광풍과 이듬해 급속한 시장 위축을 근거로 이번 현상도 일회성으로 그칠 것으로 예상하지만, SK증권은 그 당시와 현 상황이 엄연히 다르므로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주요자산 수익률 비교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18일 '#해시태그 : 비트코인의 상승을 지켜보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비트코인 상승세의 세 원인으로 기관투자자 진입 본격화, 화폐가치 하락, 디파이(DeFi) 붐을 꼽았다. 이 중 가장 핵심 요인은 기관투자자의 진입 본격화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의 간편결제서비스인 페이팔은 지난 10월 21일 블록체인 기술기반의 암호화폐 거래 및 결제 서비스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페이팔은 내년 초부터 전자지갑을 통해 암호화폐를 매입·보유·매각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온라인 가맹점에서 전자지갑의 암호화폐를 사용해 쇼핑 결제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페이팔의 발표가 이번 비트코인 상승의 촉매 역할을 했다며 이로 인해 피델리티,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잇따라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글로벌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에 은행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피델리티는 뉴욕감독청(NYDFS)의 허가를 받고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짐 사이먼스(Jim 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은 올 3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최고의 헤지펀드 투자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 역시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공개하며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고 주요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은 점차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 연구원은 판단했다.

한 연구원은 여기에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내놓는 비트코인 관련 레포트도 시장에 함께 온기를 불어넣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JP모건은 향후 비트코인과 금 간에 대체화폐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러면서 밀레니얼 세대가 금과 비트코인을 유사하게 보는 만큼 향후 비트코인 가격의 장기 상승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을 더했다.

Citi도 비트코인을 '21세기의 금(Gold)'이라고 표현한 레포트를 발간했다. 씨티는 비트코인이 1970년대 금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2021년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천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으로 코로나19로 시장에 무차별적인 유동성이 공급돼 화폐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달러 약세까지 겹치면서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조세정책이 비트코인 상승세에 일정 부분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바이든 후보는 당선 확정 후 대주주의 장기 보유 주식 양도세를 기존 23.8%에서 39.2%로 약 2배 증세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기업 법인세도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양도세 인상 여부, 디지털자산에 대한 세금부과 논의 등을 시장이 우려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디지털자금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2017년에 가상자산공개(Initial Coin Offering·ICO) 광풍이 불었다면 지금은 탈중앙화금융(DeFi) 붐이 불면서 디지털자산에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지난 4년간 주요 자산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라면서 "특히 제도권 편입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을 생각해보면 2017년의 광풍과는 사뭇 달라보인다"라고 전했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