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기관 순위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세계 1위 달성
4차 산업 혁명 기술 혁신 클러스터 세계 1위에 서울시가 선정됐다. 10일 유럽특허청(EPO) 연구 결과,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곳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 혁신성 측면에서 세계 2위에 해당한다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유럽특허청(EPO)에서 이번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4IR) 관련 기술에서의 혁신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10년과 2018년 사이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5G,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의 세계 특허 출원 성장률은 연 평균 20%에 육박했다. 이는 모든 기술 분야의 평균 대비 다섯 배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번 보고서는 '특허와 4차 산업혁명: 데이터 주도 경제를 가능케 하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라는 제목으로 발간됐으며, 2000년과 2018년 사이의 전 세계 4차 산업 혁명 관련 국제 특허 패밀리(IPFs)를 조사했다.
IPF란 전 세계 특허청들 중 두 군데 이상에 특허 출원을 한 고부가가치의 발명품을 뜻한다. 이번 연구 결과 4차 산업 혁명 관련 기술 분야에서2018년 한 해에만4만개에 가까운 신규 IPF가 출원되었다. 이는 2018년 전 세계 모든 특허 관련 활동의 10%가 넘는 규모다.
EPO 회장 안토니오 캄피노스는 "스마트 연결 기기, 빠른 무선 인터넷, 빅 데이터, 인공지능이 세계 경제를 바꾸고 있으며 제조업부터 의료 서비스, 운송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단순한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 속도 향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데이터가 주도하는 경제로의 전환이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4차 산업 혁명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 중에 하나다. 2000년대 후반 아주 낮은 수준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혁신 활동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연 평균 25.2%라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비록 현재 조사 과정 중에 있는 지난 2년간의 성장세는 다소 줄어든 편으로 보이나, 대한민국의 성과는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서울시는 2010년부터 2018년 사이에 연 평균 22.7%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4차 산업 혁명 관련 분야의 전 세계 모든 특허의 10%를 출원해낸,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혁신 클러스터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상위 20개 클러스터 중 베이징과 디트로이트에 이어 성장세로는 3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전체 4차 산업 혁명 관련 특허 활동 중 86%가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걸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출원된 특허의 3분의 2는 삼성과 LG로부터 나왔으며, 그 밖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출원한 특허가 15% 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 혁신성 순위에서는 4차 산업 혁명 관련 기술 IFP를 인구 100만명 당 654개 출원한 핀란드에 이어 대한민국이 2위(526개)에 올랐으며, 이는 일본(405개)과 미국(258개)보다 앞서는 기록이다. 대한민국의 특화 기술 분야는 IT 하드웨어, 전력 공급, 스마트 기기 및 서비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4차 산업 혁명 관련 기술로 1만 2천개가 넘는 IPF를 출원했는데, 이는2000년부터 2018년까지의 4차 산업 혁명 관련 전체 발명품의 4.6%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수치로 산업계 순위에서 세계 1위 기업에 등극했다. 2018년 한 해에만 삼성은 2천여개의 IPF를 출원했다. 삼성과 2위 기업인 소니(6401개) 간의 차이는 무려 6천여개에 달하며, 대한민국 2위 기업인 LG(6290개)는 세계 3위에 올랐다.
2000-2009년, 그리고 2010-2018년의 기록을 보면 삼성과 LG의 견고한 순위는 더욱 인상 깊다: 삼성은 두 기간 모두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8%에서 5.2%로 상승시켰다. LG는 2000-2009년에는 17위에 머물렀지만, 2010-2018년 사이에는 2위로 도약했다.
한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00년부터 2018년 사이에 1500개가 넘는 IPF를 출원하여 전 세계 공공 연구 기관과 대학들을 통틀어 1위에 올랐다. 큰 차이로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636개), 캘리포니아 대학교(334개)가 그 뒤를 이었다. KAIST는 7위를 기록하며 MIT 보다 한 단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