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 반 잠수정
새떼 반 잠수정
  • 전대열 칼럼
  • 승인 2010.06.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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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처음부터 수상하더라. 하늘로 날아다니는 새떼가 무슨 연유가 있어 물속으로 들어갔을까. 새에게는 부력(浮力)이 있어 물 위에서 헤엄치며 곤두박질하여 물고기를 사냥할 수도 있기에 새가 물위에 있다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집단적으로 이동할 때에는 물위에서는 불가능하다. 반드시 넓고 큰 날갯짓으로 몸을 일으켜 공중으로 부상해야만 가능하다. 새들이 집단이동을 할 때에는 가능한 한 높이 떠 바람을 등져야 한다. 그래야만 힘들이지 않고 멀리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령도 부근 서해를 날고 있는 새들은 물속으로 집단이동을 한단 말인가. 쉽게 납득이 안 되었지만 해군당국이 날쌔게 해명하여 그런 것인가 했다. 그 해명에 따르면 수만 마리의 새떼가 멀리서 움직이는 모양을 관찰하면 높이 떠 있는 것인지, 물속에 있는 것인지 구별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바다를 지키는 해군용사들의 오랜 경험에 의한 해명이 그럴듯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그러려니 믿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생각했던 비전문가들의 의심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해군은 바다에 무지한 국민을 속인 것이다. 천안함이 침몰한 후 적의 공격을 직감한 속초함이 즉각 출동한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도주하는 반 잠수정을 향하여 수백발의 총탄을 퍼부었다. 명중을 못시켜 북쪽 nll을 넘어 달아나긴 했지만 지금도 그들은 그 배가 북한의 반 잠수정이었다고 확신한다는 진술을 머뭇거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멀쩡한 반 잠수정이 ‘새떼’로 둔갑한 것은 북쪽의 소행이라는 확증이 없는 한 책임면제부터 노린 해군 지휘부 탓이다. 피격의 원인을 밝혀 후일의 경계를 삼아야 할 군인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면책에만 온 정신을 쏟았다. 그래서 상부에는 새떼로 보고하라고 명령한다. 수백발의 총탄세례가 퍼부어지면 새떼는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런데 잠수정은 유유히 북쪽으로 넘어갔지 않은가.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하고 새떼로 보고하여 천안함 사건을 오리무중으로 끌고 가려고 한 수작이 아닐까.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 측에서는 한국해군이 스스로 새떼라고 발표한 것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속초함이 한발 늦어 이미 북한 경계선 가까이 간 잠수정을 격침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이 많다. 이미 미국, 일본, 스웨덴 등 국제공조 하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전문가들이 샅샅이 조사를 마쳤고 해군의 불철주야 노력으로 ‘1번 어뢰’까지 찾아내 북한의 만행이었음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러시아 전문가들도 현장을 둘러보고 한국의 조사가 충분히 수긍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북한의 혈맹인 중국만이 아직도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거두지 않고 있어 이 문제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함께 g2를 형성하고 있는 큰 나라가 명백한 군사적 도발의 증거를 외면한다는 것은 도덕성 실추로 지탄받을 수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가 있으면 어떤 결의안 통과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미 유엔 안보리에 북한제재를 요청한 상태다. 자칫하면 의장의 경고성명 정도로 낙착할 수도 있다. 핵실험의 대가로 이미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또 한번 세계의 비난이 쏟아질 터이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정치적, 이념적 논쟁이 가열되어 국론분열 현상이 노골화하고 있다. 일부 극좌세력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극소수의 네티즌들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려드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다. 엉뚱하게도 ‘좌초되었다’ ‘미 군함이 쐈다’ ‘천안함이 미 군함과 충돌했다’는 등의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다.

깊은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겠지만 도올 김용옥이나 민주당 측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아무개 같은 사람들이 당국의 발표를 0.0001%도 믿지 못하겠다고 방언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 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 확고부동한 자세로 문제점을 처리하여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 첫째 감사원의 발표내용을 확인하여 25명의 징계를 전광석화처럼 끝내야 한다. 12명의 형사처벌 대상자는 군 조직의 특성상 군 수사기관과 국방부에 맡기면 된다.

둘째 유언비어를 철저히 가려내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공개적인 망신을 시켜야 한다. 고의성이 있다면 형사책임도 묻는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명망이 있다는 일부인사들이 공석 상에서 ‘천안호’로 호칭하여 북한용어를 여과 없이 사용하는 것도 가차 없이 지적해줘야 국민의 혼란이 자지러들 것이다. 셋째 아직도 명확하게 발표되지 아니한 ‘새떼’와 잠수정의 상관관계를 기상과 거리, 열 해상도 등 과학적인 방법으로 확실하게 설명해줘야만 한다. 그래야만 책임소재가 명백해진다. 반 잠수정을 새떼로 허위보고하게 한 해군 지휘부는 군 기강을 문란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장보고나 이순신이 지켜주는 한반도의 해군들이 이다지도 비겁하다는 비아냥을 더 이상 들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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