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리플 감소'에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특단 대책 시급
[칼럼] '트리플 감소'에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특단 대책 시급
  • 박근종 이사장
  • 승인 2022.09.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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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 경제의 암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야말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실물경제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줄어들어 지난 4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동반 하락한 ‘트리플 감소(Triple minus│3低)’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과 계속되는 불경기로 기업과 가계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全)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감소했고,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0.3% 하락했으며, 설비투자는 3.2% 줄었다. 따라서 현재의 경기 상황을 판단할 때 쓰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5p 상승했고,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p 하락했다.

생산지표는 일상 회복에 따라 서비스업 생산은 0.3% 증가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광공업 생산이 1.3% 감소한 결과다. 특히 한국 산업의 주력 품목인 플래시메모리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 장비 생산 등 반도체 생산이 이 기간 3.4% 감소했기 때문이다. 소비지표는 소매판매가 올 3월 이후 계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가 5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소매판매는 올 1월에도 2.0% 급감한 바 있고, 2월도 증가율이 0.0%로 보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내내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는 1.9% 늘었지만, 화장품과 같은 비내구재 판매는 1.1% 줄었고, 가전재품과 같은 내구재 판매가 -0.8%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이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셈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니 재고만 쌓인다. 비싼 가격표에 놀라 돈을 쓰지 않으려 하는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높은 가격표에 놀라 소비하지 않는 현상)’확산도 한몫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6.9% 감소했고, 기계류 투자가 2.1% 감소했으며, 민간에서 기계 수주 투자가 14.1% 감소했고, 공사 실적이 줄어 건설기성 투자도 2.5% 감소했다. 악성 재고에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에 나설 여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발등의 불은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트리플 상승(Triple plus│3高)’ 위기로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수출까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9월 1일 발표한 ‘2022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94억7,000만 달러로 정부가 무역통계를 작성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월 기준으로 최대 적자를 냈다. 올해 1~8월의 누적 적자도 247억2,000만 달러로, 역시 66년 만에 최악이다. 

수출이 22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8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1년 전 대비 수출이 6.6%나 늘어났지만,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값 상승으로 수입이 28.2%나 급증한 결과 수출 효과를 덮어버렸다. 반도체 수출도 26개월 만에 감소했다. 무역적자가 4월부터 5개월 연속 이어졌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에 있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이 1년 전보다 91.8%인 88억6,000만 달러나 폭증한 185억2,000만 달러로, 무역적자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8월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8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101조9,000억 원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가 22조2,000억 원 늘었다. 이런 재정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적자까지 심해진다면 국가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더 큰 문제다. 8월 무역적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수출 증가액을 상쇄한 영향이 컸다. 산술적으로 에너지 수입 증가분이 무역적자액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감소하고 대(對)중국 적자가 넉 달째 이어지는 등 수출 또한 불안하다. 전체 수출의 20%를 책임진 반도체의 부진은 세계적인 경기둔화와 과잉 재고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9월 1일 8월 수출입동향 브리핑에서 “연간 기준으로 무역수지 흑자 전환을 바라긴 어렵다.”라면서 “무역적자가 이어질지는 ‘무역 리스크’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에너지 가격이 현 수준으로 유지되면 연간 누계 무역적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수출의 25%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비율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반도체의 40%를 중국에 수출하는 쏠림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수입 의존도도 점점 높아져 75% 이상인 636개 수입품 가운데 55%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코로나19 봉쇄로 중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는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못 줄이니 한·중 수교 30년 내내 흑자이던 대중 무역수지가 단번에 4개월 연속 적자로 돌아섰다. 이렇듯 ‘3대 무역 리스크’인 에너지·중국·반도체가 동시에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 한꺼번에 노정(露呈)되었기 때문이다. 대중(對中) 수출이 5.4% 감소하고 수출 효자 품목이던 반도체 가격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니 두 자릿수이었던 수출 상승세가 한 자릿수로 둔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무역이 흔들리면서 성장 전망은 순간적으로 불투명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1일 발표한 보도자료 ‘2022년 2/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의하면 올해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7% 성장했다고 밝혔는데 순 수출이 깎아내린 성장률을 민간소비가 만회해준 덕이다. 하반기엔 소비마저 부진할 거란 관측이 많다. 이날 공개된 올해 2/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5.3조 원 → 4.4조 원)이 줄고,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19.0조 원 → -28.0조 원)도 확대되어 전 분기 대비 1.3%나 떨어져 국민 구매력 저하를 드러냈고, 지난 8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선 소매 판매 위축세가 3분기 첫 달인 7월에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Deflator)는 전 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이는 전 분기 2.3%보다 축소된 것이다. 내수 디플레이터는 전 년 동기 대비 4.8% 상승하고, 수출 및 수입 디플레이터는 전 년 동기 대비 각각 22.1%, 33.0% 상승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은 소비 여력을 줄일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2.6%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시장 불안도 여전히 우려된다. 무역적자로 국내 달러 공급이 부족해지면, 지난 9월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60원 선까지 뚫어버린 환율 급등세가 지속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전 월 대비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요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물가와 환율의 안정,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특단 대책으로 거시경제 개선 노력을 신속하고도 치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무역흑자 기조는 국가신인도의 바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는 마당에 무역 역조마저 해소되지 않으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한층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무역적자는 경상수지 적자를 불러온다. 재정수지 적자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경기둔화로 성장세가 약화하는 상황에서 국가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서도 무역적자를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다. 무역적자에 뿌리를 둔 환율 상승은 거시 경제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물가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에너지 다(多)소비 국가이면서 에너지 효율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국 중 33위로 바닥권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약 40% 더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 결과도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주요국 중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적자를 키우는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라 수입액이 급증한 탓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가격 급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되는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만 한다. 

산업 활동을 제약하는 소비 감축은 피해야 하겠지만,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소비는 억제해야 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통계를 보면, 올해 7월 말까지 국내 석유제품 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경유가 3.5% 줄었을 뿐 휘발유는 1.2% 늘고, 엘피가스는 9.6%나 늘었다. 정부가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낮춘 것과는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하게 따져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31일 부산 신항에서 개최된 대통령 주재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수출지원 확대, △3대 수출입 리스크에 대한 대응 강화, △수출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 향상 지원, △민관합동 수출 지원체계 가동 등이다. 실행에 만전을 기해야만 한다. 

또한 국무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를 가동해 민관 합동 수출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세계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수출시장 다변화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과제가 됐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교역 다변화 전략이 주요한 해법이다. 더 치밀하고 실효성 있는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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