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빅스텝 결정...자본유출 압력 증대 고려"
이창용 "빅스텝 결정...자본유출 압력 증대 고려"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2.10.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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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총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강연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기조 이어갈 것"
"선제적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관리에 큰 도움"
"한국은행, 변동성 완화 위해 외환시장개입에 나서"
'현재의 환율 평가절하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주요국 공통적인 현상"
"한국의 금융경제 연건은 금융위기 달리 외화 유동성 매우 양호한 상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하여 "한국은행은 금리를 50bp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다시 한번 빅스텝을 결정한 것은 7~8월에 언급했던 포워드가이던스의 전제조건이 변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으나 예상 밖의 환율상승으로 5~6%대의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국은행은 특정 수준의 환율을 방어하지 않지만 급격한 환율변동이 금융안정에 가져올 수 있는, 예를 들어 "자본유출 압력 증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금리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15일(토)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Korea’s Monetary Policy Amid an Accelerated Global Monetary Tightening)' 강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것임을 감안하여 5~6%대 수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

다만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의 폭에 대해서는 7월과 달리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11월 미 연준의 결정, OPEC+의 감산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움직임, 중국의 당대회 후 제로 코로나 정책의 변화 가능성, 엔화와 위안화의 변동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총재는 강연에서  10월 금리인상은  지난 7월의 사상 첫 50bp 인상 이후 두 번째 빅스텝(+50bp)이었다며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미국에서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60%가 훨씬 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의 50bp 금리 인상은 미국의 75bp 인상에 버금가는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보다는 다소 이른 시점인 2021년 8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여 2022년 초까지 모두 세 차례의 베이비스텝을 거쳐 75bp를 인상했다며  한국은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조치(lockdown)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했던 데에 힘입어 생산손실은 작았고 회복이 상대적으로 빨랐으며, 당시에는 물가 상승률도 2% 중반으로 높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8월 금리를 인상한 것은 초저금리 환경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주택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금융안정을 위해 다른 중앙은행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했기에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석유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5%대까지 빠른 속도로 높아짐에 따라 4월과 5월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는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물가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또 50bp 인상과 함께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강조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당분간 금리를 베이비스텝(+25bp)으로 인상해 나가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도 제시했다.

25bp의 베이비스텝을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이총재는 유가 하락 등으로 향후 1년 이내에 물가가 3% 정도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금융시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50bp가 인상된 사실에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지난 1년간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125bp)한 데 따른 영향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경제여건과만 비교해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편이며 노동시장 과열(tightness)도 덜한 상황이어서 연속적인 빅스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국과 미국의 코로나19 전·후 베버리지곡선을 비교해보면 미국에서는 베버리지곡선이 상방이동한 것처럼 보이는 반면 한국의 베버리지곡선은 오히려 하방이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락다운 정도가 약한 한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고 그 결과 임금상승 압력이 미국보다 작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8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변동하면서 한국은행도 기존의 통화정책 경로를 불가피하게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물가안정을 강조한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7~8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된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9월 연준의 점도표가 상향 조정된 폭은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다며 점도표에 나타난 연준의 22년말 금리는 7~8월 한국은행이 생각했던 수준보다 50bp 이상 높아진 수준이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과 함께 주요 중앙은행 중 예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크게 절하되면서 9월 들어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영국의 예상치 못한 재정정책 발표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높였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사이클로 인해 한국의 무역수지가 감소하고, 원화는 위안화에 대한 대리통화(proxy currency)로서 추가 압력을 받으면서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DXY)와 유사한 정도로 절하되었던 원화는 8월 중순 이후 미 달러화 강세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절하되면서 쏠림현상까지 나타나 한국은행은 변동성 완화를 위해 외환시장개입에 나서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환율의 빠른 평가절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많은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AFC; Asian Financial Crisis) 때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어 급격한 환율 상승에 민감하다고 했다.

이를 감안하여 현재 한국의 금융·경제여건은 과거 두 차례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및 2008년 때와 크게 다르고 현재의 환율 평가절하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주요 나라에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일반인에게 적극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만기 및 통화의 동시불일치 문제(maturity and currency mismatches)가 컸던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AFC)와는 달리 현재 한국은 GDP의 41%에 이르는 순대외금융자산(NIIP)을 가지고 있고, 4천1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낮아진 외환보유액대비 단기외채 비율 등을 감안할 때 외화 유동성도 매우 양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외채무의 경우 원화 표시 비중은 높아지고 달러화 표시 비중은 크게 낮아져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부정적 대차대조표 효과도 축소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번의 위기 직전에 비해 실질실효환율이 장기평균에서 크게 벗어나 고평가된 모습도 경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KP 스프레드, CDS 프리미엄 등은 아직 낮은 수준으로 달러 조달 여건의 악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감안하여 신축적인 환율이 강달러 추세의 충격을 흡수(shock absorber)하도록 하는 한편, 급격한 환율변동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여타 정책과 통화정책의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지난 4월 제가 한국은행 총재로 부임한 후 이제 6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중앙은행 총재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많은 시기라면서 두 가지 교훈을 언급했다.

먼저, IMF에서 지난 9년간 일을 하면서 저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통화정책은 금리만을 정책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서 외환시장개입, 자본이동관리조치, 거시건전성정책 등을 조합해야 한다는 통합정책체계(Integrated Policy Framework)를 개발하는 데 일부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수개월간 정책을 입안하면서 고민해 온 것이 금리를 결정할 때 이들 다른 정책변수들을 어떻게 조합하는 것이 최적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최적의 정책조합(optimal policy mix)을 찾는 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실행하기 복잡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자본유입에 대응할 때와 달리 자본유출이 있을 경우에는 통합정책체계를 적용하는 데에 제약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이제 통합정책체계의 큰 틀이 잡힌 만큼 IMF의 前동료들과 함께 동 체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 논의해 보기를 희망햇다.

다음으로 포워드가이던스로의 이행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배운 것이라 했다. 한국은행은 그간 대외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미래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언급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으나 이제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생각을 시장과 보다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시작햇다고 했다.

그러나 9월 들어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7월에 금리인상폭을 25bp로 미리 제시함으로써 한·미금리 역전 및 역전폭 확대에 대한 기대 강화를 통해 환율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졌다고 회고했다. 7~8월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25bp 인상 기조는 9월 FOMC의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임을 조건부로 이야기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지만, Fed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라는 말로 미리 설명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포워드가이던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commitment)이나 약속(promise)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사실 현재 한국은행이 시도한 것은 점도표를 제시한 것도, 내생적 금리경로를 제시한 것도 아니기에 국제적으로 볼 때 포워드가이던스라고 불리기에 미흡한 수준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금리경로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에는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여러가지 애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총재는 대외요인을 통제하기 어려운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 어느 속도로 이러한 관행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변화는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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