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2조9871억원…1년 새 약 29조원 줄어
전체 19개 업종 중 13개 업종 영업익 감소…IT전기전자 최대 감소
자동차·부품 영업익 119.3%↑…조선·기계·설비 흑자전환 성공
삼성전자, 9조5606억 감소…SK하이닉스는 적자전환
영업익 증가액이 1조원 넘는 기업 현대차·기아, 단 두 곳
지난해 4분기 국내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0여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전체 매출액은 662조원을 훌쩍 넘기며 전년 동기 대비 11% 대 성장을 했지만, 영업이익은 13조원에 못미치며,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급감했다.
특히 수출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한파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IT전기전자 대표 기업의 실적이 급락한 반면, 친환경차·SUV 등의 인기 덕에 현대자동차, 기아 등 자동차·부품 업계의 영업이익은 늘었다.
2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 17일까지 실적 확인이 가능한 262곳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662조4천211억원으로 2021년 동기(595조4천197억원) 대비 11.3%(67조14억원)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2조9천871억원으로 2021년 4분기(41조9천703억원) 대비 69.1%(28조9천832억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50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3분기 262개사의 영업이익은 34조4천697억원으로, 2021년 동기(52조4천105억원) 대비 34.2%나 축소됐다. 이어 4분기에는 영업이익 감소 폭이 더 커져, 12조원대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업종별로 보면, 전체 19개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국내 수출 산업을 주도해온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조368억원으로, 지난 2021년 동기(20조8천516억원) 대비 무려 85.4%(17조8천148억원)나 급락했다. CEO스코어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 휴대폰 등의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공기업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조3천422억원에서 -9조7천806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특히 공기업의 매출액이 1년 새 13조1천836억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영업손실이 5조4천384억원 확대됐다는 점이다.
CEO스코어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발전 공기업의 수익이 증가한 데 반해,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차질로 한국전력(한전) 등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때문으로 설명했다.
이 외에도 철강(4조3천621억원↓), 석유화학(3조1천299억원↓), 운송(1조5천703억원↓) 등 업종에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자동차·부품의 영업이익은 7조5천169억원으로, 지난 2021년 동기(3조4천277억원)보다 119.3%(4조892억원)나 확대됐다.
또한 같은 기간 조선·기계·설비 업종도 -7천895억원에서 3천74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CEO스코어는 조선 업계의 수주 호황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에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했다. 이어 식음료(2천346억원↑), 에너지(1천933억원↑) 등 업종도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여신금융 업종의 영업이익도 1년 새 531억원 늘었다.
기업별로는 반도체 한파로 인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천61억원으로, 2021년 동기(13조8천667억원) 대비 68.9%(9조5천606억원)나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4분기 4조2천195억원에서 지난해 동기 -1조8천98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올 상반기에도 영업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외에도 한전(6조906억원↓), 포스코홀딩스(2조7천937억원↓), HMM(1조4천336억원↓), LG디스플레이(1조3천533억원↓), 현대제철(1조481억원↓) 등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조3천592억원으로, 2021년 동기(1조5천297억원)보다 119.6%(1조8천295억원) 증가했다. 기아는 현대차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기아의 영업이익은 2021년 4분기 1조1천751억원에서 지난해 동기 2조6천243억원으로, 123.3%(1조4천492억원)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중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액이 1조원이 넘는 대기록을 쓴 기업은 현대차와 기아, 두 곳 뿐이다.
또한 한국가스공사(7천50억원↑), 현대중공업(5천29억원↑), 삼성생명(4천598억원↑), 삼성물산(3천70억원↑), 삼성SDI(2천251억원↑) 등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편, 조사 대상 기업 262개사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4분기 29조748억원에서 지난해 동기 23조136억원으로 20.8%(6조612억원) 줄어들었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