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어떤 일보다 소비자보호를 가장 먼저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12일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시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14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이익을 보거든 그보다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자세를 은행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아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이 원장을 비롯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및 20개 국내은행의 은행장들이 참석해 은행권의 당면 현안과 은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은행권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자 마련됐다.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최근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고, 작년 12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에 따라 가용한 모든 역량을 금융소비자 보호에 집중코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은행권은 무엇보다 먼저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상품 설계·심사 및 판매의 전(全) 과정을 소비자보호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비하고, 이에 걸맞는 소비자보호에 중점을 둔 KPI 체계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올해부터 금감원도 리스크 기반의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로 전면 전환하고, 정기 검사 시에 소비자보호 검사반을 별도 편성하는 한편, 금융소비자보호실태 평가 체계를 개편하는 등 사전적으로 상품 설계·심사 및 판매의 전 과정을 소비자보호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이 원장은 은행장들에게 포용적인 금융 환경 조성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더 이상 은행권이 '잔인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관행적인 소멸시효 연장은 재고해달라"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최근 도입된 생계비 계좌,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장기분할 프로그램과 같이 채무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는 적극 안내해 금융소비자가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발언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도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선(先)정산 대출 등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흐름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계 공급망 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포용금융 종합평가 체계를 도입해 포용금융이 은행권의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영업 관행에도 깊이 스며들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은행권의 생산적 분야에 대한 자금공급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부동산 관련 대출 쏠림으로 인해 혁신기업이나 첨단 제조업, 미래 서비스 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의 자금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부동산 담보 대출 같은 손쉬운 이자 장사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청년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생산적 자금 공급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도 은행권과 한마음으로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의 하향 안정화를 목표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고, 자본 규제도 합리화해 은행의 자금이 생산적 산업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은행권에 과감한 지배구조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올 1월 초부터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확보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TF에서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 방안과 CEO 승계 절차, 임원의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조만간 논의를 통해 도출된 개선 방안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은행장들부터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망설임 없이 언제라도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반드시 고쳐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은행 산업이 생산적 분야에 자금공급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자에 기여해야 한다는 뜻을 같이 하면서 은행권이 합심해 소비자 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은행장들도 금감원의 금융회사 지배 구조 혁신 노력과 금융소비자보호 체계 전면 개편에 공감하며, 상품 판매의 시작부터 분쟁조정까지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잘못된 점과 개선할 점은 없는 지 다시 살펴볼 것을 약속했다.
더불어 선진적인 은행 지배구조를 위해 독립성이 확보된 이사회, 공정하고 책임감있는 성과보수체계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뒷받침할 금감원의 제도적 환경 조성 행보에 발맞춰 적극 참여해 나갈 것이라 했다.
이외에 채무자 편의성 제고를 위한 개인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등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한 방안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찬진 원장은 "AI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의 갓혹화 등 금융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은행은 물론, 감독 당국에도 큰 도전"이라며 "금감원은 급변하는 환경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인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 그리고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효율적인 감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은행권과 은행장들의 협조가 긴요하다"며 "앞으로도 은행권과 적극 소통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감독 업무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신문=임영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