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한국의 통화 정책 경기 대응 늦다’
LG경제연구원, ‘한국의 통화 정책 경기 대응 늦다’
  • 조영무 책임연구원
  • 승인 2012.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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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은 물가보다 경기를 중시하는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과거에 비해 그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정책금리의 변동성은 여타 주요국들에 비해 과도하게 낮아 통화정책이 신축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빠른 경기 둔화 속도 및 물가 안정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금리는 적정 수준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경기 둔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4분기 3.3%에서 올해 2분기 2.3%로 낮아졌던 우리나라 성장률이 3분기에는 1.6%에 그쳐, 우려하던 1%대 성장이 현실화되었다. 내수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로존 사태 해결이 지연되면서 수출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고, 도산하는 기업이 늘면서 투자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원화 절상으로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경기 하락세를 완화시키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기조를 대변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7월 0.25% 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3개월 만이다. 본고에서는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은 경기 둔화 정도와 물가 상승 압력을 감안할 때 적정한 수준인지, 그 동안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 중 어느쪽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는지, 이러한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기조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어떠한지에 대해 살펴본다.

주요국 통화정책, 물가보다 경기 중시하는 경향

먼저, 통화정책반응함수 분석을 통해, 2000년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유로존, 일본, 영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8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기조를 비교해 보았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2000년 이후 주요국들이 물가 변화보다 경기 변화를 중시하는 통화정책을 펼쳐 온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경기변화를 반영하는 산출물갭 계수는 모든 국가들에 있어서 유의적인 반면, 물가변화를 반영하는 인플레이션율 계수는 대부분 국가에서 유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든 국가들에 있어서 산출물갭 계수가 양(+)의 값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산출물갭이 감소(경기 둔화)할 때에는 정책금리를 인하(통화 완화)하고 산출물갭이 증가(경기 과열)할 때에는 정책금리를 인상(통화 긴축)하는 경향이 뚜렷했음을 반영한다.

반면, 인플레이션율 계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국, 미국, 유로존, 일본 등 4개 국가의 경우 음(-)의 값으로 나타났다(이 중 한국의 경우에만 유의적으로 나타남). 이는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 때에는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질 때에는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통화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예상과 일치하는 않는 결과다.

위의 산출물갭 및 인플레이션율 계수에 대한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2000년 이후 주요국들의 중앙은행이 물가 변화보다 경기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펴 왔음을 알 수 있다. 가령,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는 상충 상황이 발생할 경우(스태그플레이션),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둔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통화정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정책금리 인하가 아니라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한 통화 완화에 나선 국가들이 늘어났음을 감안하면, 정책금리 변화를 기반으로 한 통화정책반응함수 분석에 반영된 것 이상으로 주요국들은 물가보다 경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우 2000년 이전부터 이미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 중이고, 미국도 2009년 이후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에 돌입한 가운데 일련의 양적 완화 정책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 역시 유로존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있다. 결국, 최근 주요국들의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물가상승압력에 대한 우려보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인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방향성 분명치 않아

최근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기별로 통화정책반응함수 분석을 실시했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변경은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인 이상의 출석 및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기별로 분석기간을 나눈 이유는,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여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에 비해 매우 크다는 점과, 우리나라의 경우 현실적으로 금융통화위원 개개인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성향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구성하는 이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성향이 매파, 비둘기파, 중도파 등으로 구분되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통화정책반응함수 분석 결과, 과거 21대 전철환 총재, 22대 박승 총재, 23대 이성태 총재 등 이전 3명 총재의 재임 시기와 현 24대 김중수 총재 재임 시기 사이에 비교적 뚜렷한 차이점이 나타났다. 이전 한국은행 총재들의 재임 시기에는 산출물갭 계수와 인플레이션율 계수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반면, 현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기에는 두 가지 설명변수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한국은행 총재의 재임 시기를 대상으로 한 분석 모형의 설명력(adjusted R-squared) 값이 0.95(피설명변수인 정책금리 변화의 95%가 모형에 의해 설명된다는 의미)로 높게 나타났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결과는 현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기에 모형 전체적으로는 정책금리 변화를 잘 설명하지만 경기와 물가, 두 설명변수 모두 정책금리 변화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단지, 직전 월의 정책금리 수준만이 해당 월의 정책금리 수준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 한국은행 총재들의 재임 시기에는 산출물갭 계수는 유의적인 양(+)의 값을, 인플레이션율 계수는 유의적인 음(-)의 값을 나타냈다. 이는 앞서 살펴본 2000년 이후 주요국들의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것으로서, 가령, 물가상승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경기가 둔화될 경우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의 대응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즉, 이전 한국은행 총재들의 재임 시기에는 물가 움직임보다 경기 움직임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통화정책이 실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기 동안 이루어진 정책금리 조정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즉,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물가 변화를 중시했는지, 경기 변화를 중시했는지가 정책금리 조정을 사후적으로 살펴본 결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여타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기에는 음(-)의 값을 나타냈던 인플레이션율 계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관계가 뚜렷하지 않지만) 양(+)의 값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여타 한국은행 총재들의 재임 시기에 비해 현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기에 한국은행이 경기 움직임과는 별개로 가령, 물가 상승 시에는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의 통화정책을 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음을 의미한다.

적정 수준보다 높은 현재 정책금리

이러한 최근의 통화정책 기조를 반영한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통화정책 상의 준칙과 관련하여 가장 널리 활용되는 테일러룰(Taylor rule)을 적용하여, 실물경기 상황과 물가 상승 압력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적정 정책금리 수준을 추정해 보았다.

테일러룰에 의한 적정 정책금리 수준은 중앙은행이 경기 변화와 물가 변화에 각각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여 통화정책을 실시한다는 가정하에, 해당 국가의 균형 실질금리 수준 및 목표 인플레이션율 수준을 바탕으로 계산된다. 테일러룰에 의해 제시되는 적정 정책금리 수준은 미국 중앙은행에 의한 실제 정책금리 변화를 잘 설명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많은 관련 연구들은 중앙은행이 재량적 또는 임의적으로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에 비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준칙(policy rule)’에 근거하여 통화정책을 실시할 경우 경제적 성과가 더욱 높아진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테일러룰에 기반하여 산출된 적정 정책금리 수준은 우리나라의 실제 정책금리(2008년 2월까지는 콜금리 목표, 이후부터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대체로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2000년 1분기부터 2012년 2분기까지의 적정 정책금리 수준의 평균이 3.9%, 실제 정책금리의 평균이 3.8%인 것으로 나타나, 테일러룰에 의해 도출된 적정금리 수준이 우리나라의 실제 정책금리 수준을 매우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2000년에는 IMF의 권고에 의한 인위적 고금리 유지로 인해서, 2005년 하반기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는 가계대출 급증으로 인한 주택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적정 정책금리 수준보다 높은 정책금리 수준이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의 정책금리 움직임이다. 한국은행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에 대응하여 2009년에 2%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2010년 초 이후 금리 준칙이 시사하는 적정 정책금리 수준은 빠르게 높아졌지만, 한국은행은 2010년 7월에 이르러서야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후 1년 간에 걸쳐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25% 수준까지 인상되었지만, 테일러룰에 의해 제시되는 적정 금리 수준보다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결국, 큰 폭으로 낮추었던 정책금리 정상화의 시기도 늦었고, 그 폭도 충분치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유로존 사태로 인한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적정 정책금리 수준은 매우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3.7%이던 적정 정책금리 수준은 2분기에 2.5%, 3분기에는 1.2% 수준까지 낮아졌다. 물론, 테일러룰에 의해 제시되는 적정 정책금리 수준이 금리결정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미국의 경우에서도 2009년에 테일러룰에 의한 적정 정책금리 수준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등 특정 시기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2.75%인 정책금리 수준은 적정 정책금리 수준보다 상당수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정책금리 변동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기에는 한 발 늦게 조금 올리고, 정책금리를 떨어뜨려야 하는 시기에는 역시 한 발 늦게 조금씩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 각종 통계 지표의 뒤 늦은 속보성 등 통화정책 실시 상의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정책금리가 적시에 신축적으로 조정됨으로써 급변하는 실물경기 및 물가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 경제에 커다란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여타 주요국들에 비해 신축적이지 못한 것인가? 2000년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9개 주요 국가의 정책금리 변동성을 비교해 보았다. 먼저, 정책금리 자체의 표준편차를 비교해 본 결과, 미국 정책금리의 변동성은 우리나라의 2.1배, 영국은 2배, 브라질은 4.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정책금리의 변동성이 낮은 나라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뿐이었다.

국가간 성장률 격차 또는 물가상승률 격차 때문에 정책금리 수준 또는 그 변동성의 격차가 발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각국 명목경제성장률의 표준편차 대비 정책금리의 표준편차 수준을 계산하여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앞서 살펴 본 정책금리 자체의 표준편차 순위와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경우 명목경제성장률 수준 대비 정책금리의 변동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금리의 표준편차는 명목경제성장률 표준편차의 9% 수준에 불과했지만, 미국의 비율은 86%에 달했다. 영국, 캐나다, 유로 등 일본을 제외한 여타 선진국들의 비율 역시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결국,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변동성, 즉 신축적인 통화정책 실시 수준은 브라질, 인도 등 여타 개도국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발전 정도가 더 높은 미국, 영국, 유로존, 캐나다 등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예상보다도 경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내년 이후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특히, 금융변수들의 움직임에 있어서 국내외 금리차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최근 원화 절상 압력이 높아지면서 수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경기 추락을 막고 저성장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과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한꺼번에 얼마 이상 내려서는 안 된다, 혹은 정책금리가 어느 수준 아래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는 선입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맞는 보다 적극적이고 신축적인 통화정책 실시가 시급하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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