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해외생산 원유 도입 ‘자화자찬’
석유공사, 해외생산 원유 도입 ‘자화자찬’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12.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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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주기식 성과 보단 재무구조·부채감축계획 우선돼야
▲최근 석유공사는 자회사인 영국 다나 페트롤륨(이하 다나社)사가 북해에서 직접 생산한 원유(Forties 포티스) 30만배럴을 포함해 총 200만배럴을 국내 정유사(GS칼텍스)에 직접 판매를 통해 도입했다고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자료사진)

한국석유공사가 최근 ‘해외 생산 원유 국내 첫 도입’에 대해 성과를 대대적으로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석유공사의 부채규모만도 약 20조원에 이르고, 한해 이자비용만 3582억원을 내야하는 마당에 재무구조 개선이나 부채 감축 계획은 아랑곳 않고 실효성 없는 해외 원유생산 도입에 도취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욱이 석유공사의 경영실적이 매년 하향세를 보이는데다, 부채 규모는 지난 1997년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8조6000억원으로 763% 증가했다.

최근 석유공사는 자회사인 영국 다나 페트롤륨(이하 다나社)사가 북해에서 직접 생산한 원유(Forties 포티스) 30만배럴을 포함해 총 200만배럴을 국내 정유사(GS칼텍스)에 직접 판매를 통해 도입했다고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북해산 원유(브렌트유)인 포티스는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두바이유)와 성상이 비슷해 경제성이 확보될 경우 중동유종 대체로 도입이 가능하다. 포티스를 생산하는 다나사는 석유공사가 지난 2010년 인수한 100% 자회사로 하루 원유생산량이 5만배럴에 이른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원유 도입과 관련해, 이번 일이 ‘국내 처음’이라고 강조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여주기식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도입 원유 200만배럴 중 다나(Dana)社가 생산한 원유는 30만배럴에 불과하고 나머지 나머지 170만배럴은 다국적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셀(Royal Dutch Shell)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30만배럴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석유공사는 5배가 넘는 170만배럴의 원유를 해외에서 따로 구입했다. 영국에서 배로 원유를 한국까지 보낼 때 드는 운송비를 감안하면 200만배럴 정도는 가져와야 국내에서 판매했을 때 수지타산이 맞는 다는 얘기다.

이에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의 이번 원유 도입건에 대해 “‘해외 생산 원유 국내 첫 도입’이라는 타이틀을 탈기 위한 ‘꼼수’”라며 “현지에서 팔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굳이 국내까지 가져와 운송비만 날린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대형 정유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원유를 사올 곳이 부족한 상황이 전혀 아니다”며 “석유공사가 현지에서 원유를 팔았으면 운송비를 아껴 더 이득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석유공사는 2010년 9월 영국 석유회사인 다나社를 인수(지분 100%)후 비축원유 트레이딩을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2012년부터 다나社의 생산원유 직접 판매를 확대하고 국내 직도입 여건을 조성한 바 있다.

석유공사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것은 정부가 “공기업 방만 경영 고리를 끊겠다”며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낸 바로 다음 날이다. 정부는 과도한 부채와 지나친 복지예산을 줄여 공기업을 개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시적 방편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 일각에선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임원의 월급을 깎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보여 주기식 성과 만들기’ 문화도 개혁 대상으로 실익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석유공사의 경영실적이 매년 하향세를 보이는데다, 2008년 이후 MB 정부의 역점사업인 해외 석유개발사업 투자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채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37.3%씩 총 388.3%에 달했고, 이 기간 부채비율이 167.5%로 1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심각한 부실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부채 증가에 부채에 대한 이자까지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석유공사는 결국 정부보조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측은 정부출자한도를 현행 2조에서 5조로 늘린 후 매년 5000억원 이상씩 출자가 필요하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석유공사의 재무구조가 현재처럼 계속 악화된다면 결국 차입금리가 올라가고 해외자원개발 입찰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부채를 보전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생산 원유 국내 첫 도입’은 공사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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