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의 여파로 엔화 대출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엔화 대출 상환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우리․국민․기업은행 등을 비롯한 주요 시중 은행들의 8월말 현재 엔화 대출 잔액은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현재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자 서둘러 대출을 상환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엔화대출은 올 1월 773억엔에 달했으나 ▲2월 772억엔 ▲3월 753억엔 ▲4월 730억엔 ▲5월 699억엔 ▲6월 670억엔 ▲7월 641억엔 ▲8월 632억엔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하나은행의 지난달 엔화 대출 잔액은 2012년 8월말(1150억엔)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민은행의 엔화대출 역시 지난 1월 661억엔을 기록한 뒤 ▲6월 607억엔 ▲7월 596억엔 ▲8월 586억엔 등으로 감소했으며, 우리은행의 엔화대출도 ▲6월 617억엔 ▲7월 602억엔 ▲8월 567억엔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또한 기업은행의 엔화대출 잔액도 지난해 3월 2295억엔 가량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1596억엔으로 감소한 데 이어 ▲6월 1485억엔 ▲8월 1427억엔 등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엔화 대출 잔액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은 일본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정책의 여파로 엔화 가치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서둘러 대출을 상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들도 엔화 대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원화 대출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기업들이 엔화 대출을 받을 때 실수요 증빙을 하도록 제도가 바뀐 이후 신규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추세적인 엔화 대출 감소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엔화 예금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예금은 올해 1월 말에는 22억 달러에 달했으나 8월 말에는 27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엔화 예금은 대부분 기업들이 가입하고 있다”면서 “일본 기업들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이 수출입 대금 결제 등 실수요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