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후계구도 핫이슈 부상
‘포스트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후계구도 핫이슈 부상
  • 고진현 기자
  • 승인 2014.10.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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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시 수조원대 자산 승계 여부 세간 관심 집중
▲ 이길여 회장은 가천길재단 회장을 비롯해 가천대 총장, 경인일보 회장, 길의료재단 이사장,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등의 직함을 갖고 여전히 열정과 강한 집념으로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자료사진)


‘철의 여인’ ‘여장부’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는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의 후계구도가 의료계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가천길재단 회장을 비롯해 가천대 총장, 경인일보 회장, 길의료재단 이사장,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등의 직함을 갖고 여전히 열정과 강한 집념으로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나이가 어느덧 팔순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그가 한평생 도전정신으로 일궈낸 대업을 승계할 후계구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이 회장이 슬하에 자녀가 없다는 점에서 수조원대에 달하는 자산을 누가 어떻게 승계할지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일궈온 업적과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길병원을 비롯해 대학, 신문사, 박물관 등 그가 소유한 모든 기관을 총괄하고 있는 가천길재단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기본 구상이다.

이 회장은 과거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사회환원’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제가 이룩한 재산은 모두 법인화했으니 사실상 다 사회에 환원한 겁니다. 앞으로 또 재산이 생긴다면 그 또한 다 재단의 것이 될 겁니다. 저는 물려줄 자식도, 남편도 없잖아요? 재산이란 게 다 가천 가족들과 이웃들, 환자들에게 나온 것이니, 그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자선이나 봉사활동도 다 그런 환원의 일환이지요.”

따라서 이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사회환원’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에 의료계를 비롯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이 회장의 열정과 의지가 강한 만큼 그가 생전에 ‘사회환원’과 관련한 모든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무리할 경우 현실화 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이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갑작스런 유고 사태가 빚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사회환원’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에도 이 회장의 대업을 승계하고 발전시켜 나갈 이른바 ‘포스트 이길여’ 승계구도를 둘러싼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회장의 대업을 승계할 이른바 ‘포스트 이길여’ 문제는 재단 내부에서 금기사항에 가깝다. 이 회장 스스로 후계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다 팔순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이 회장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료계 등 외부에서조차 이 회장의 후계문제가 금기시되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외부에서 이 회장 후계구도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 회장의 친언니 가족이다. 이 회장이 독신으로 자식이 없는 탓에 유일한 혈육인 친언니 이귀례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의 가족이 우선 거론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귀례 이사장은 지난 1958년 동생인 이 회장이 산부인과를 처음 개원할때부터 병원 운영을 돕는 등 늘 동생 곁에서 정신적 힘이 돼 왔다. 이 이사장은 가천의대길병원 행정원장 등 실무에도 참여했고, 현재는 가천박물관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있는데 자녀들도 이 회장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이사장의 아들인 최승헌 가천대 교수는 서울의대 산부인과 출신으로 길병원에서 의료진으로 근무한 뒤 경원전문대 학장, 가천대 수석부총장을 지냈고, 현재 이 회장의 교육사업을 돕고 있다.

이 이사장의 막내 사위인 이태훈 길병원 의료원장은 가천의대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전문의 수련 후 길병원에 정착한 뒤 외과 과장, 교육연구부장, 의무원장, 가천길재단 상임이사, 길병원 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맏 사위인 이승복 한서약품 대표는 길병원 관련 약품 및 소모품 납품 업무를 맡고 있고 둘째 사위 이창규 병원장은 가천대 철원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친언니 기족들이 병원과 재단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 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로 친인척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과거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친인척들은 다들 살 만하다. 우리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친척도 있다”고 전제한 뒤 “일부러 특혜를 줄 필요도 없지만 능력이 있는데 일부러 안 시킬 이유도 없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기회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 실세그룹도 ‘포스트 이길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실세그룹은 이 회장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자금과 행정, 인사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중책을 맡아 왔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대업을 승계할 후보자 내지는 조력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친인척 및 측근 실세그룹은 이 회장의 ‘대업’을 승계할 후계자 내지는 승계구도를 실무적으로 지원할 조력자로 언급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이 회장의 업적과 명성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그동안 친인척 및 측근 비리로 적잖은 도덕적 상처를 입기도 했다.

길의료재단과 한서약품의 관계는 친인척 비리 의혹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서약품은 2009년 기준으로 길병원 4곳의 의약품 91.7%를 공급한 약품유통회사였다. 이 회사의 지분은 47.6%를 이 회장의 조카사위 이승복 씨가 보유하고 있고, 조카인 최승헌 씨도 11.9%를 보유하고 있다. 친인척 특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것도 이러한 지분 구조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 실태’ 보고서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고, 2012년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의료기관과 병원 친족이 소유한 제약 및 도매회사 간 거래는 금지된 상태다.

가천길재단이 송도에 조성중인 BRC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도 친인척 및 측근비리의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가천길재단이 BRC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 8월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7촌 조카로 알려진 가천대 길병원 경리팀장 이 아무개 씨를 횡령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했다.

이 씨는 2003~2012년 동안 길병원이 설립한 청소회사를 관리하면서 16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특히 이 씨는 검찰조사 과정에서 “횡령한 16억 원 중 일부는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길병원 이사장 비서실에 건넸다”고 진술해 이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다행히 이 회장은 ‘무혐의’ 처리됐지만 이 회장의 최측근인 정 아무개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병원 관계자와 건설업체 관계자, 인천시 고위공무원들이 사법처리되면서 이 회장은 적잖은 도덕적 상처를 입었다.

따라서 의료계 관계자들은 조그마한 산부인과에서 시작해 ‘의료왕국’을 건설한 이 회장이 평생 쌓아 올린 수많은 업적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친인척 및 측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고령인 이 회장의 갑작스런 유고에 대비한 ‘포스트 이길여’ 문제도 ‘사회환원’작업과 맞물려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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