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IRA 대응 '유럽판 IRA' 도입 추진..."외교 역량 강화 필요"
EU, 미국 IRA 대응 '유럽판 IRA' 도입 추진..."외교 역량 강화 필요"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3.04.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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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 '미국 IRA에 대응한 EU의 ‘그린딜 산업계획’ 추진 현황 및 시사점' 분석

EU는 IRA를 통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경한 상황에서 맞대응 이외의 전략이 현실적으로 무효해짐에 따라 EU 역시 전체 회원국을 아우르는 소위 '유럽판 IRA'의 도입을 추진한다.

미국의 IRA와 마찬가지로 역내 산업기반을 보호하고 중국의 부상에 맞서는 한편, 유럽경제의 친환경적 성장을 도모함이 도입배경이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지난 18일 발간한 이슈분석 '미국 IRA에 대응한 EU의 ‘그린딜 산업계획’ 추진 현황 및 시사점'에서 이같이 밝혔다.

EU /사진=연합뉴스
EU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에 따르면 EU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의 정책목표(친환 경 육성)에는 공감하지만  차별적 보조금 지급, 규제적 현지조달 규정 등의 핵심 실행 계획에 있어서는 거부적 태도를 견지했다.

차별적 보조금 지급이 지난 수십년간 세계성장을 이끈 다자간 자유무역 체계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EU통합 모델을 근본에서부터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EU의 기본 인식이다.

역내 보조금 규제완화는 국가별 경제규모에 따라 상이한 영향을 미쳐 회원국간 불균형적 성장을 야기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보조금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독일, 프랑스 등이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통해 다수의 제조기업을 유인해 갈 소지가 있다.

EU는 장기화될 경우 EU 통합의 근간인 단일시장(single market)의 와해로 종결될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국 우선적 산업정책인 IRA가 본격화될 경우 EU 또한 국가별 보조금 지급허용을 통한 맞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IRA의 보조금 수혜대상 조건으로서 현지조달 규정(local content rules)도 EU내 공급망의 심각한 훼손을 이유로 반대의사가 뚜렷하다. IRA를 통한 지원이 세제혜택 형태로 이뤄지는 데다, 현지 생산량이 많을수록 보조금 규모도 늘어나는 조건임에 따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EU소재 상당수 기업의 미국행 이탈이 예견된다.

미국 IRA에 대한 EU의 초기 대응은 EU계 기업에 대한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차원이었지만 현재는 유사한 수준의 자구책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을 기본 방침으로 설정했다. 핵심 실행방안으로는 국가별 보조금 규제 완화, EU차원의 공동기금 조성이 포함됐다.

이와 같은 큰 틀에서의 대응방향을 바탕으로 EU집행위는 지난 2월 종합대책 성격의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을 제안하고, 이후 회원국간 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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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 wprhd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정에서 중국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미국의 IRA에 맞서 유럽을 거대 경제블록으로 형성하기 위한 기본 전략과 대책을 그린딜 산업계획에 포함됐다.

그린딜 산업계획의 추진 목적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주요국 보조금정책 대응, 에너지 위기 대비 등 크게 세 가지이다.

EU의 그린딜 산업계획은 미국의 IRA 서명(2022년 8월) 이후 양국간 협상과는 별개로, 근본 대책 수립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그동안 구체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준비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3가지 법안인 전력시장 구조 개혁안(3월14일), 탄소제로산업법 및 핵심원자재법(3월16일)을 유럽의회 및 EU 각료회의(council)에 제안했다.

EU는 앞으로도 그린딜 산업계획 이행을 위한 입법 등 제도적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전망했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EU가 그린딜 산업계획의 조속한 이행만이 근본적 해법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심 규정의 구체적 입법안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EU집행위는 그린딜 산업계획 발표 한 달여 만에 규제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절차에 착수했으며, 3월14일 전력시장 구조 개혁안을 발표한 데 이어 3월16일 탄소제로산업법 및 핵심원자재법 등 세 가지 법안을 유럽의회 및 각료회의에 제안했다.

이 같은 신속한 대응은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을 담은 기존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2019년 11월) 계획의 당초 이행 시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본격 시행 이전에는 미국과의 양자협의와 여타국과의 공동대응등을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와의 IRA 관련 특별 T/F(2022년 10월 신설) 활동을 강화하고, 특히 청정에너지 부문 보조금으로 상호 무역 및 투자가 저해되지 않도록 양자간 논의 채널을 신설(23년 3월)했다.

그러나 보조금 정책, EU 공동기금 조성 등 핵심사안을 둘러싼 내부이견으로 법안의 실제 채택과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 움직임에 맞서 비판적 입장을 취해오던 EU마저 이와 유사한 맞대응 전략으로 선회함에 따라 향후 세계경제질서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브레튼우즈체제 이후의 다자간 자유무역질서는 효율 극대화 분업생산을 기치로 사실상 하나의 통합된 경제권으로 세계경제체계를 구축했으나 이제는 차별적 보호주의 확산과 함께 분권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분권화의 유형은 미국의 양보없는 보호주의에 맞서 중국이 자력생산기반을 구축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미국·EU간 양극체계 또는 중국이 포함된 다극체계로 나타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경제질서의 분권화 움직임의 저변에는 소위 ‘강대국 이기주의’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의 과도한 밀집에 대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반성 및 시정요구에 대한 보편적 지지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는 또한 세계경제질서의 분권화로 대응전략이 복잡해졌지만, 기술경쟁이 핵심 이슈라는 점에서 친환경 첨단산업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를 기회요인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개별 기업은 첨단기술 연구개발 및 제조역량 강화, 주요 원자재 및 숙련인력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핵심 공급망으로 자리잡는 것이 강대국의 이해관계 사이에서도 이익적 선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보호주의 정책이 주요국 정부에 의해 주도되면서 민간부문의 정보획득이 제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산업경제관련 외교채널을 보강하는 등 외교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경쟁국보다 빠른 선제적 대응이 중요해진 만큼 상시 모니터링 기반을 구축하여 우리 국익이 앞서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할 것이라 했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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