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과 법치, 과연 무엇이 국익에 부합한가?
사면과 법치, 과연 무엇이 국익에 부합한가?
  • 김진목 칼럼
  • 승인 2010.08.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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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은 특별사면과 일반사면으로 분류된다.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이 면제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이 상실되게 하는 사면’이고,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지정하여 이에 해당하는 모든 죄인에게 베푸는 사면이며 형의 선고 효력과 공소권이 소멸되는 것’을 말하며, 법치는 ‘법률에 따라 다스림, 또는 그 정치’라고 하고, 법치주의는 ‘권력자의 전제를 배격하고 국가 권력의 행사가 법률에 따를 것을 주장하는 근대 입헌 국가의 정치원리’라 한다.

사면권의 헌법규정을 보면 헌법 제79조 제1항에 의거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고, 동조 제2항에 의거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동조 제3항에 의하면 ‘사면, 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바로 그 법률이 ‘사면법’인 것이다. 반면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간 사면의 예를 보면 주로 특별사면이 주를 이루고 있고, ‘사회통합과 민생고’의 해결을 위해 주요 정치인과 기업인, 그리고 도로교통법위반자 등 생계형 범죄에 대해 특별사면을 해오고 있다.

이 사면은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의 주요한 예외사항’이고 ‘대통령의 통치행위’로써 사회통합이나 사법부판단의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아주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적정히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왜 그럴까?

원래 사면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않아 그럴 것이다. 즉 원칙과 국익에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사면남발은 법치주의의 심각한 폐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수사와 재판의 무력화’를 의미하며 ‘법의 존엄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다. 법이란 ‘만인의 평등’이 최고의 가치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것을 지킬 의지도 필요도 약해질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적용되느냐는 나라마다 그리고 환경과 역사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법 앞에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법의 ‘최고 이념’이라 할 것이다.

사면의 최고의 약점이 무엇일까? 바로 법치의 훼손 외에도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법은 누구나 똑같이 적용돼야 하는데 바로 ‘사면령’으로 ‘법규정대로 처벌되는 자’와 ‘처벌되지 않거나 면제되는 자’로 나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것인가?

물론 범죄도 강도, 살인, 성폭력 등 파렴치범도 있고 도로교통법이나 식품위생법 등 생계형범죄도 있으며,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 정치사범, 그리고 국가보안법위반 등 양심범도 존재한다.

그래서 주로 사면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바로 파렴치범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위반은 위반인 것이다.

파렴치범들은 가뜩이나 비문화적이고 비사회적인데 더욱 국가와 사회를 원망할 것이다. 늘 자신들은 사면에서 제외된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 사면은 법을 잘 준수하는 선량한 국민들로 하여금 ‘법의 존재성’과 ‘법의 위엄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역기능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 할 것이다.

생각해보라! 음주운전을 절대로 하지 않는 선량한 운전자가 볼 때, 대통령의 음주운전사면으로 일정한 제약을 받지 않고 다시 운전할 수 있고 심지어 벌금마저도 낼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또한 이러한 사면의 폐해는 바로 음주운전 사면대상자가 자신의 범죄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제2, 제3의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면과 법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하여 국익에 부합할 수 있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확고한 법치위에 사회통합과 민생고의 해결’을 위해 극히 제한적으로 ‘사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사면의 남용이 되는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 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의 준법의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태이며, 어떻게든 이 준법정신을 끌어올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아울러 2007년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1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집회와 시위 1만 1036건이 모두 불법이라고 가정할 때 사회적 손실비용이 12조 3190억원이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53%에 해당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잦은 사면은 준법의식 제고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 과학적 수사의 한계로 갈수록 혐의입증도 어렵고 유죄선고도 어려운 상황에서 사면의 남발은 이 분야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는 ‘역효과적 요소’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면의 폐해는 범죄자들이 충분히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정법위반으로 구속되었다가 갑자기 사면되어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광역자치단체장이 되어 국정감사를 하거나 광역행정사무를 총괄하는 그런 나라가 과연 선진국에 얼마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래서 ‘표적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죄는 죄인 것이다. 적어도 실정법을 위반했으면 일정한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말인데 법이 이렇게 악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국민은 무엇이 진실이며 정의인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이나 독일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왜 ‘사면권행사’를 주저할까?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법치주의 훼손’을 방지하고 ‘확고한 법치국가 확립’을 위해서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면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 개선책으로 늘 문제가 되는 ‘특별사면’을 명하려면 ‘일정한 절차를 추가로 신설하거나 일정한 범죄자를 사면에서 제외하는 방안’으로 사면법을 개정하면 될 것이다. 일명 ‘사면권 제한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4.3. 노무현대통령 집권시기(탄핵안 의결이후)에도 ‘사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당시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의 ‘거부권행사’로 국회 재의를 요구하였고, 결국 자동 폐기되었다. 이제 다시 시도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제 정리하자!

사면이 절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지만 법치와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원칙에서 벗어나지 말자는 것이다. 기둥이 무너지면 집은 그대로 주저앉는 것이다. 나라의 뼈대인 법치가 원활히 작동되려면 이를 제대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만인에게 평등한 법치, 민주주의의 선결조건인 법치, 국민을 보호해 주는 법치, 사회를 지탱해주는 법치, 그리고 다양한 사회단체나 이익단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법치, 그런 법치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원칙과 법치’가 확립되지 않은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대국적 관점에서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명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바로 ‘법치’로 운영되는 나라가 필요한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고 존중하는 법률, 국민이 의지하고 순종하는 법률, 국민이 원하고 함께하는 법률이 존재할 때 우리는 진정한 ‘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정치학박사 김진목(방송대 서울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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