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소재 기술 혁신의 Enabler, 탄소소재’
LG경제연구원 ‘소재 기술 혁신의 Enabler, 탄소소재’
  • 문희성 선임연구원
  • 승인 2010.08.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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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소재는 지구상에 가장 흔한 자원 중 하나인 탄소로 이뤄진 소재이다. 다재다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존의 활성탄, 카본블랙 등과 같은 탄소소재는 범용화가 진전되어 부가가치가 별로 높지 않은 분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 탄소소재 자체의 응용기술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술기반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탄소소재도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지고 있다. 탄소나노튜브의 상용화에 이어 그래핀도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재의 트렌드를 보면 시장 지향적인 니즈에 따라 점진적인 개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파괴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소재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탄소소재는 소재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소재 자체의 혁신, 그리고 소재의 융복합화 촉진은 소재 산업에 활력을 줄 것이고 전후방 산업의 제품과 기술 혁신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20세기가 실리콘의 시대라면 21세기는 탄소의 시대라고 한다. 탄소소재가 선진 소재 기업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탄소’를 입력해보면 ‘저탄소 녹색성장’, ‘탄소 발자국’, ‘탄소 저감’ 등 그린 시대의 키워드들이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탄소가 아닌 이산화탄소를 의미하는 단어를 줄인 말이기도 하지만 에너지원인 석유, 석탄 등을 비롯하여 탄소를 태워 나온 것이 이산화탄소이니 우리에게는 탄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한 탄소로만 이루어진 탄소소재는 이와 정반대로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달에 독일 bmw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메가시티 비히클(mcv, mega city vehicle)이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 컨셉을 발표했다. 배터리 무게 등으로 인한 중량을 줄이기 위해 내세운 해결책은 탄소섬유(cfrp)였다. 첨단 우주산업에나 쓰이던 탄소섬유가 최근 항공기에 이어 점차 지상의 교통수단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탄소소재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탄소소재들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 탄소소재의 발전 방향과 이것이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왜 탄소소재를 주목하는가?

대표적 화석 연료인 석탄, 책상 위의 연필심, 그리고 보석함 속의 다이아몬드, 정수기 속의 활성탄 필터, 공기 정화나 요리용을 위한 숯 등의 공통점은 탄소(carbon)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탄소는 지구상에 가장 흔한 자원 중 하나이다. 탄소소재는 전통적 용도 이외에도 리튬이온전지, 항공우주, 제철제강, 원자력 발전, 기계부품 등 완제품의 부품/소재로서 활용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소재가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과 시장 관점에서 각각 살펴보도록 하자.

다재다능한 탄소소재의 특성

일반적으로 소재는 성분이나 응용분야에 따라 분류한다. 소재 성분으로 분류할 경우 통상적으로 금속, 화학, 세라믹으로 나눌 수 있다. 탄소 소재는 이 중 어느 영역에 속할까? 질문하면 대답이 쉽게 나오기 어렵다. 굳이 넣는다면 세라믹에 속할 것이지만, 탄소소재는 세 가지 분류 이외에 네 번째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탄소소재의 특성 자체가 화학, 금속, 세라믹 소재에 비해 다분히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으로 화학 소재는 가벼운 대신 금속만큼 외부 충격에 강하지 않거나,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금속 소재는 외부 충격에 강한 대신에 상대적으로 무겁고, 화학적 내성이 크지 않다. 세라믹 소재의 경우 가볍고 강도도 상대적으로 크나 전기를 통하지 않거나 성형이 어려운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소재들이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상대방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 가고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탄소소재는 세 가지 소재들의 고유 특성을 두루 지니고 있다. 철과 같은 금속에 비해 강도는 몇 배 높으면서 보다 가볍다거나, 아니면 화학적 내성이 크면서도 전기를 잘 통한다던가 등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는 탄소 원자가 배치된 구조에 따라 물질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같은 탄소 소재인 흑연과 다이아몬드를 놓고 보면 흑연은 전기가 잘 통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반대로 전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어찌 보면 탄소 소재는 1만 년 전 인류의 유적에서 목탄(木炭)이 발견된 것처럼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면서도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의 탄소소재 이외에도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탄소소재의 가능성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 이슈 부상에 따른 수요 창출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 변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다소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온실가스 저감 문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라도 계속 고민해야 할 사안인 것이 분명하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기술전망 2010(energy technology perspective 2010)에서 203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2℃이내로 억제하려면 2030년 기준(세계 경제 연평균 3,3% 성장 지속 가정)으로 약 140억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하였다. 한편 감축량 중의 57%는 에너지 효율향상 기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은 에너지 절약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이 우선이라는 의미이다.

이를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서 탄소소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경량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항공기 등 수송기기의 탄소소재 적용 비중을 늘리거나, it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탄소소재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에 일본 도레이(toray)는 에어버스에 항공기용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내년부터 2025년까지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차기 주력 기종인 에어버스 a350xwb의 주 날개와 동체의 대부분에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적용할 계획인데 이는 기체 중량의 50%(35톤/대)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이다. 이렇게 금속으로만 가능해 보였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탄소섬유가 알루미늄에 비해 중량은 1/4에 불과하면서 철에 비해 강도는 10배나 크기 때문이다. 한편 it부품의 경우는 금속산화물 계열 소재를사용하여 터치스크린 필름 등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보다 전기전도도가 좋은(저항이 낮은) 탄소소재를 적용하여 보다 적은 전력량으로 절전 효과를 거두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소재 관련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 아이템으로서 탄소소재를 선택하였거나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탄소소재만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볼 수 있다.


현재 탄소소재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흑연, 활성탄, 카본블랙, 공업용 다이아몬드 등이다. 카본블랙을 제외하고는 사실 낯설지는 않은 것들이다. 탄소 소재를 석탄, 숯 등 단순히 연료 목적의 제품을 제외한 기능성 제품의 범주로 한정하면 다음과 같은 제품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익숙한 탄소소재인 흑연

그리스어로 ‘쓰다(write)’의 의미를 갖는 grafein에서 유래한 흑연(graphite)은 크게 광산에서 채굴해서 사용하는 천연흑연과 인위적으로 만드는 인조흑연으로 나눌수 있다. 현재 생산 규모는 연간 60만 톤 정도이며 사용 범위는 2차전지 음극재, 원자력 발전 감속재, 제철용 전극봉, 반도체 실리콘 잉곳 제조 설비용 소재 등으로 매우 넓다. 이 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분야는 2차전지 음극재이다. 현재 세계 음극재시장 규모는 약 3억 달러 규모이며 이중 절반 이상은 인조흑연이 사용된다. 그러나 인조흑연은 3천 도 수준의 열처리를 해서 제조하기 때문에 가공비가 천연흑연보다 많이 든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천연흑연의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천연흑연의 단점인 성능 변화와 낮은 충방전 수명은 외부 표면의 열처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흑연의 충전성능이 포화되어 가면서 대체재로서 실리콘계 음극재가 주목 받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나 기술의 성숙도 면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적용이 된다 해도 당분간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대체 음극재로 거론되고 있는 리튬티타늄산화물은 일본 도시바의 scib(super charge ion battery, 5분 이내 용량의 90%까지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충방전 효율이 좋지만 이것은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전압(3.7v)과 달리 2.2v라서 표준화를 통한 어플리케이션 다양화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흑연음극재 시장은 현재 히다치 케미컬, jfe, 일본 카본 등 일본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구도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 btr은 자원 대국의 기업답게 자체 천연 흑연 광산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 구도의 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탈취와 정수역할을 하는 활성탄

활성탄(activated carbon)은 대나무, 야자잎, 톱밥 등을 태워서 만든 탄소소재이다. 주거 공간에 냄새를 없애는 탈취제나 장을 담글 때 쓰는 숯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활성탄(숯) 표면에 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기공들이 매우 많이 형성되어 있어 그 기공들이 오염물질이나 악취를 일으키는 미세 물질을 붙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장을 담그면서 숯을 같이 넣는 이유도 장 안에 발생하는 잡균들이 숯의 기공 속에 갇혀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수기 안에 들어가는 여러 종류의 필터 중 하나에도 활성탄이 담긴 필터가 들어있어서 1차적으로 정수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들어서는 정수기를 넘어서 상수도 처리장에서 오염물질과 악취 제거 등 고도 정수 처리를 위해 활성탄의 사용이 늘고 있다. 현재 활성탄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석탄화력발전소로 배기가스에서 중금속 수은을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석탄화력발전소 비중이 50%가 넘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활성탄을 채용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외에도 활성탄을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가스를
포집하거나 군사용 방독면 등에 사용되고 있다. 활성탄 업체는 국내의 경우 15개 업체가 있어 흑연 소재처럼 메이저 기업들이 존재하기 보다는 다수의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며 성숙된 시장인 만큼 급격한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 보강재로 쓰이는 카본블랙

카본블랙(carbon black)은 석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납저유) 또는 석탄 슬러리에서 생성되는 물질(크레오스트 오일)을 불완전 연소 또는 열분해 해서 만든 것이다. 95%가 타이어, 호스 등 고무제품의 충격보강재로 사용되며 그 외에도 프린터토너 등 흑색 안료, 건전지 소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카본블랙 생산은 에보닉카본블랙, oci, 콜럼비안케미컬 등 3개사 체제이며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다 보니 국제유가 등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최근 경제위기로 다소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중국 등 신흥국의 자동사 수요 급증에 따라 글로벌 시장 수요는 2007년에 1000만 톤에서 2015년에 1170만 톤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공해 배출이 적고 타이어의 연비를 높일 수 있는 대체재인 실리카계 화이트 카본을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서 업계의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탄소소재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탄소섬유

탄소섬유는 이름 그대로 탄소 성분으로 이뤄진 실 형태의 소재로서 보통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an) 이라는 석유화학제품이나 석유찌꺼기 피치(pitch)를 원료로 하여 실 형태로 만든 뒤 이것을 탄화시켜 만든다. 시장조사 기관 루신텔 (lucintel)에 따르면, 순수한 탄소섬유 시장 규모는 2008년 15억 달러에서 2014년에 24억 달러로 성장이 전망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최근 들어 잠시 수요가 주춤했으나 항공기, 풍력 발전 등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쟁구도는 도레이, 테이진, 미쓰비시 레이온 등 일본 3개사가 세계 탄소섬유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최근 3개년(’06~’08년)영업이익률이 20% 내외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zoltec, hexel 등의 기업들이 증설에 나서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 등 신흥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application의 지속 확대

탄소소재는 이렇게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의 발전과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수요처가 생기고 있다. 그 방향은 기존의 소재를 탄소소재가 대체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제품을 위한 소재로서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신규 수요는 에너지와 환경 분야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에 대한 니즈는 탄소소재를 특수분야였던 항공우주 분야를 넘어서 프리미엄급 자동차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기전자, 에너지 저장 및 발전 분야에서도 터치필름, 리튬이온전지 음극재에 이어서 전기이중층 캐패시터(edlc, electricdouble layer capacitor)의 전극재, 풍력발전 블레이드, 수처리 등에 적용되고 있다. 리튬이온 전극재인 흑연은 전기자동차의 도입과 함께 현재 3천억 원에서 2014년에 8천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고출력 특성도 요구하기 때문에 하드카본 같은 다른 탄소소재와 흑연을 같이 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성을 중시하는 제품인 만큼 새로운 소재가 나왔다고 해도 교체에 대한 저항성이 높기 때문에 흑연 음극재에 대한 수요 성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출력용 에너지 저장 부품인 edlc는 현재 자동차의 에코 드라이브 (idle & stop) 기능용이나 풍력 발전용 부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아직 시장 규모는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고출력이 필요한 전기자동차용 부품으로서 잠재성은 높은 편이며 원재료 비중에서 탄소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리튬이온전지 음극재보다 높은 점도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에너지 저장 시스템용 나트륨-황 전지의 황(sulfur) 전극용이나 연료전지의 백금촉매담지체, 기체확산층 등에 탄소소재가 들어감에 따라 탄소소재의 수요처는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신소재 등장 가속

새로운 나노소재를 만들기 위한 인프라, 즉 나노박막장비, 초고압투과 전자현미경등 공정기술과 분석기술의 발전은 나노소재의 성장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즉, 나노기술의 영역 안에서 소재, 공정, 분석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나노소재의 등장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래핀(graphene), 나노다공성 탄소, 탄소 나노폼(nanofoam) 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

그래핀(graphene)은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연구진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이 물질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연필심의 성분인 흑연(graphite)과 유사하다. 영문 이름이 비슷해서 가끔 혼동해서 쓰는 경우도 있듯이 모양도 역시 비슷하다. 꼭지점이 탄소로 구성된 육각형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낚시 그물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그물이 여러 겹으로 겹치게 되면 흑연이고, 한 겹으로 존재하면 이것이 바로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매우 안정적이라 상온에서 단위면적당 구리보다 약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전도성이 최고인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고, 기계적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신축성이 좋아 늘리거나 접어도 전기전도성을 잃지 않아 플렉서블디바이스 시대의 유력한 후보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핀은 2008년 mit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미래기술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서 그래핀 관련 기술을 10년 이내 우리의 삶을 뒤바꿀10대 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래핀은 기존의 기술을 대
체할 차세대 트랜지스터 및 전극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 성균관대와 삼성전자가 공동 연구하여 30인치 크기까지 대면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양산기술 개발 등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그래핀의 뛰어난 특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로 주목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새로운 탄소소재 등장 예상

탄소소재의 잠재성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파괴적 기술 혁신과 함께 앞으로도 새로운 소재 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나노다공성 탄소의 경우는 기공이 무수히 많이 있는 것은 활성탄과 같지만 이것이 규칙화되어 있어서 촉매담지체, 수소저장 소재로서의 사용이 기대된다. 또한 탄소나노폼(nanofoam)은 형상이 그물망이 엉켜있는 것과 같은 구조인데 탄소 소재로서는 독특하게 자석에 끌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탄소소재의 구조가 다양한 만큼 미리 기하학적으로 구조를 예언한 후 이를 탄소물질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구조의 탄소 소재(mackay 결정, k4 탄소 등)가 설계하고 이를 합성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영국 런던대 앨런 맥케이(alan l. mackay)교수는 풀러렌을 입체적으로 적층한 뒤 압축하여 mackay 결정이라 불리는 것을 설계했다. 한편 일본 rist의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태양전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 최근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을 100% 전기로 변환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금속 특성의 결정을 갖도록 탄소 구조를 변형하여 설계한 k4 탄소 등 형상과 결정구조를 기하학적으로 설계해 만드는 탄소 구조 신소재는 앞으로도 계속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 융복합화의 enabler 역할 기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탄소소재를 살펴보았다. 기존의 활성탄, 카본블랙 등과 같은 탄소소재는 범용화가 진전되어 부가가치가 별로 높지 않은 분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 탄소소재 자체의 응용기술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술 기반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탄소소재도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지고 있다. 수요 산업에서 첨단의 기능성을 요구하는 것도 탄소소재 발전에 가속제가 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의 상용화에 이어 그래핀도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탄소소재의 성장과 함께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탄소소재가 소재 융복합화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고객의 니즈가 다양화되면서 수요 산업이 진전되고 있다. 소재의 융복합화는 이러한 전방산업 또는 제품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탄소소재는 다양한 소재의 장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소재 융복합화의 enabler 역할을 할 최적의 후보로 평가된다. 알루미늄 등 금속의 경량화에 따른 강도 해결을 위해서나 플라스틱 등화학소재의 전기전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탄소소재는 개별 소재의 난점을 보완, 기능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탄소소재는 그 자체로서의 이용은 물론 융복합화 매개체로서의 이용 확대로 향후 성장이 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가전회사 다이슨(dyson)의 ceo 제임스 다이슨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 이외에도 발명품들을 만들고 싶지만 그것을 좌절하게 하는 핵심 문제가 소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탄소섬유나 티타늄을 제외하면 소재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이 없었다고 하였다. 소재의 트렌드를 보면 시장 지향적인 니즈에 따라 점진적인 개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파괴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소재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고 있다. 소재 산업의 특성상 개발에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측면도 있고 산업에서도 업스트림 영역이다 보니 실상이 가려져 있는 면도 있다.

탄소소재는 이러한 관점에서 소재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소재 자체의 혁신, 그리고 소재의 융복합화 촉진은 소재 산업에 활력을 줄 것이고 마치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 처럼 전후방 산업의제품과 기술 혁신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최근에 정부도 탄소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내년부터 2015년까지 민간 합동으로 약 2천억 원을 투자해 국산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소재를 가공할 장비와 신뢰성을 평가할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세기가 실리콘의 시대라면 21세기는 탄소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탄소소재 시장은 1조 4천억 원 규모로 이 중 절반가량인 7천억 원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입량의 절반은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어 대일 무역 적자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주력산업에 이어 신성장동력인 녹색산업에서도 탄소소재는 핵심 소재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의 기술력과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아직까지 미미한 상황이다. 탄소소재가 선진 소재 기업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희성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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