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만 좋아하면 나라가 거덜난다
공짜만 좋아하면 나라가 거덜난다
  • 전대열 객원 대기자
  • 승인 2011.01.18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나라 속담인지는 몰라도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누가 점심을 대접한다고 덥석 얻어먹다가는 자칫 청탁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비유로 생각된다. 물론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끼리 점심 한 그릇 대접하는 일이야 따뜻한 인정이지만, 평소에 전화 한번 통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가 나타나 점심을 산다, 저녁을 낸다고 하면 뭔가 꺼림직스럽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공짜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내려왔을까.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우리의 예단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들어맞지만 100%는 아니다. 개중에는 ‘공짜 절대사양’의 기치를 내걸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짜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결벽증이라는 이름이 따라 붙는다.

지나치게 자신의 깨끗함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결벽증도 지나치면 정신병의 일환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공짜를 마다하는 일을 정신병으로 취급해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이번에 공짜를 좋아하다 못해 지나가는 까마귀까지도 불러다가 공짜를 선사하겠다는 정신 나간 이들이 생겼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을 내건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다. 무상급식은 이미 15%가 수혜를 받고 있다. 이들 생활수급 대상자들은 실무자들만 알게 내밀히 온라인으로 돈이 들어간다.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들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기 위한 배려다. 따라서 무료급식 학생들의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야 된다는 이론은 이미 정론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급식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교육감 선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짜점심이 좋네, 그르네 하는 심한 다툼이 있었지만 선거결과는 놀랍게도 무료급식 주창자들이 상당수 당선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역시 공짜는 싫지 않다는 고래의 진리가 딱 들어맞았다. 특히 가장 잘산다는 서울과 경기도의 교육감이 무료급식 선두주자다. 지방의회도 민주당 일색이라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료급식 예산안은 일방적으로 통과되었다. 서울시장은 끝까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법적소송으로까지 치달을 예정이며 경기도지사는 타협 끝에 무료급식을 수용하고 있다.

두 사람 다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어 각자의 사리판단이 소신과 신념의 일단을 내보이게 된다. 문제는 재원조달과 국민의식의 흐름이다. 의회의 다수당인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은 학교의 수리비 등을 대폭 삭감하고 급식비만 늘리는 파격을 강행하여 학부모의 우려를 씻어내지 못한다.

꼭 필요한 예산을 없애고 무료급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부분의 먹고 살만한 학생들에게도 구태여 ‘무료’를 강행할 필요가 과연 있는 것인지 많은 이들이 크게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공짜점심을 약속한 후보에게 표를 줬다. 스스로도 모순을 깨닫지 못하는 우중(愚衆)의 대표적 사례다.

자기 돈으로 충분히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85% 이상의 학생들까지 무조건 공짜로 먹여준다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할까. 세금을 사용해야 하는 무료급식은 사실 제 살 깎아먹기다. 조세사용의 근본취지와 배치되는 일이다.

이 무료복지 시리즈는 국민의 마음을 솔깃하게 만들어 선거에서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포퓰리즘의 극치다. 돈도 없는 사람이 우선 값 비싼 음식을 시켜놓고 먹고 보자는 심보와 똑같다. 무전취식은 법적으로는 사기죄에 걸린다.

무료 시리즈도 엄밀하게 따지면 염출할 재원도 없으면서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으니 무전취식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내년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이슈를 선점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을 속이는 수작이니 하루빨리 취소하는 게 순서다.

사실 공짜점심에, 몸이 아픈 사람은 무료로 의료혜택을 주고, 유치원 다니는 애들은 모두 무료로 보육을 해주는 나라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렇게 하려면 세금을 배로 내도 부족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양식있는 의원들은 재원 마련과 시기를 놓고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많지만 선거만을 생각하는 이들이 눈감고 아웅할 궁리만 취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측은 국민이다. 달콤한 공약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표를 찍으면 모든 것이 공짜라는데 뭘 주저해?” 하면서 표를 몰아준다면 자칫 재정적자를 면치 못하고 제3류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복지로 국민을 사로잡았던 나라들은 대부분 쓰러졌다. 아르헨티나, 필립핀, 페루 등은 좋은 본보기다.

영국의 대처수상이 이와 맞서 과감하게 영국 복지병을 뜯어 고친 것은 최대의 영단으로 평가받는다. 포퓰리즘에 휩쓸리기 쉬운 한국의 유권자들도 무료복지병에 물들기 시작하면 나라는 거덜난다. 국민들이 받는 복지혜택은 서까래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해서 나라의 재정은 빈 항아리가 된다.

무료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성향이지만 국가의 대들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애국심의 발로다. 나라를 위해서 덜 받고 더 내는 정신을 가져야 반석 위에 서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