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청와대 묘한 기류?
청와대와 삼성의 기싸움이 복잡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연기금이 대기업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8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주주권) 행사하는 것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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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의 이날 발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 회장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낙제는 아니다”라고 발언한 뒤, 곽 위원장을 필두로 대기업을 견제하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곽 위원장은 최근 삼성전자를 거론하며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대기업들이 더 관료적”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이 우회적으로 정부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정부와 여권에서 초과이익공유제 등과 같이 기업 견제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데 이 회장이 애매한 형식을 빌려 ‘해볼테면 해보라’는 의지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재계에서는 곽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연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는데 이 회장이 이러한 재계의 움직임과 궤를 달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자신의 경영방침에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우호 지분 등을 고려하면 연기금이 삼성을 견제한다고 해서 그의 경영권이 크게 흔들릴 일은 없다. 또 삼성전자가 각 사업부마다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어 연기금이 이 회장의 경영방식을 굳이 문제삼을 시기도 아니다.
이 회장이 청와대와 정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발언 이후 추진한 ‘상생 정책’이 용두사미로 전락했고, 기름값과 통신비 등 물가 잡기도 사실상 실패했다. 게다가 4·27 재보선 참패로 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재계와 일전을 치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이 회장의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이런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곽승준 미래기획 위원장 등 청와대가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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