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노리는 STX?
하이닉스 노리는 STX?
  • 안현진 기자
  • 승인 2011.07.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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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붓듯 들어갈 자금에 투자자들 불안....주가 6% 떨어져





















강력한 인수 후보였던 현대중공업이 발을 빼면서 김샜던 하이닉스 인수전에 다시 불을 지핀 STX그룹이 하룻밤사이에 재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STX그룹은 6일 저녁 하이닉스 인수 관련 입장자료를 내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이 있어 8일 인수 의향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후 실사를 거쳐 인수전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7일 현재까지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인수 이후 매년 수조원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다 기존 사업 분야와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 이야기만 나오면 해당 기업의 주가를 폭락시킨다며 '저승사자'라고 별호까지 붙은 하이닉스여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날 STX 관련주도 5~6%씩 빠지며 폭락했다.

그룹 내 포트폴리오와 너무 동떨어진 반도체 분야여서 STX 스스로도 시너지 효과는 없다고 쉽게 시인할 정도여서 진의도 오리무중이다. 사업다각화에 대한 반응도 부정적이다. 반도체 업종 특성상 매년 수조원의 투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분야 투자를 막는다. 동반 고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그동안 M&A로 재계 순위 12위(공기업 제외)의 그룹을 일구고 해운, 조선, 기계(엔진)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다진 강덕수 회장이 하이닉스에 사실상 '꽂혔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현금성 자산 3조?‥인수자금으론 부족

하이닉스의 몸값은 대략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형 M&A일 수록 자금력이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물론 시장의 반응이 인수 의지에 불을 지피거나 찬물을 끼얻기도 한다.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게 그렇다.

6일 이종철 STX 부회장은 "현금성 자산이 3조원 가량 있다"고 밝혔다. 쓸 수 있는 돈이 3조라는 말인데, 인수자금은 시장에서 입맛 다시는 우량 자산(자회사)을 차례로 처분해 외부 차입 없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3조는 되도록 건드리지 않고 우량 자산을 팔아 마련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50%가량은 중동의 국부펀드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여 충당한다는 것. 이대로라면 인수를 위한 자금 동원 계획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3조원을 모두 인수에 쓸 수 없는 게 걸림돌이다. 외부차입금 없이 인수를 하려면 유동자금이 필요하다. 우량 자회사를 판다해도 어느 정도 가용 현금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운, 조선, 기계 등의 자회사들이 수시로 유동성을 주고받는 만큼 일부를 떼어 내 쟁여두기는 어렵다. 은행권에서 3조원을 모두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짜 속내는 적은 돈으로 대어 낚기?

STX가 생각하는 하이닉스 인수 적정가는 대략 2조원 초반 대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가격 메리트 적정선이 그렇다는 말이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는 것. 2조원 대에 몸값이 형성되면 본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이를 반영한 결과다.

노무라금융투자 역시 "하이닉스 매각 금액이 최소 2조3400억원에서 최대 2조7400억원 가량"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최근 두 달간 주가 하락을 반영한 것으로 당초 예상된 몸값 추정치에서 1조원 가량을 내려잡은 것이다.

하지만 단독 입찰일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고 복수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하이닉스의 몸값이 수직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6일 조회공시를 통해 대부분의 후보군이 의향이 없다고 답변했지만 SK만큼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관심 있다는 뜻이다. 복수의 후보가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STX의 인수 의중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강 회장이 그동안 적은 돈으로 M&A를 통해 우량 기업들을 인수했던 전통을 들어 이번에도 같은 생각으로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도 해운과 조선 등에 집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분산 배치할 생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해운과 조선 등에 집중된 STX로서는 하이닉스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적은 금액으로 인수를 추진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종철 부회장 역시 "(지금처럼) 해운, 조선, 기계 쪽에 90%를 의존하기보다 이를 30~40%로 줄이고 40~50%를 떼어내 반도체로 간다면 사이클에 대한 리스크가 다를 것"이라며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FI는 아부다비 국부 펀드인 듯

STX가 FI로 끌어들인 중동의 국부펀드에 대한 정체도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까지는 아부다비 투자청의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의 크레디트 담당 애널리스트 역시 7일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뒤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해 가능성을 높였다.

이종철 부회장은 중동 국부펀드의 정체에 대해 "3~4년 전부터 사업과 투자를 같이 하는, 조인트 벤처도 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체가 대우건설 때 논란이 됐던 아부다비냐는 물음에는 "그건 모르겠네…"라며 말을 흐렸다.

돈이 넘치는 중동 국부펀드와 손잡게 되면 STX로서는 자금 부담을 덜게 되어 인수전에서 날개를 달게 된다. 자금력에서 월등히 앞선 SK가 참여할 경우 맞설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과도한 금액을 써내지는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으로서도 아부다비 투자청의 국부펀드가 뒤에 있는 STX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줄 것으로 보인다. 아부다비 투자청은 인텔에 이어 세계 2위의 CPU생산업체인 AMD를 인수한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현재까지 약 10조원을 넘는 자금을 계속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그동안 M&A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군살을 뺀 다음 기업공개(IPO)로 투자자금을 회수했던 STX가 FI를 동원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부채 비율이 200%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금이 바닥나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부채비율은 적정한 수준이다. 외부차입도 하지 않는다"며 "우량자산을 우선 매각하고 부족한 자금은 현금성 자산에서 충당하는 게 기본 전략이다. 중동펀드와 인수 비중도 경영권을 갖고 올 정도(51%)로 맞출 것이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2조2400억원, 매출액 18조3589억원을 기록해 공정위의 상호출자대상기업집단 순위에서 12위(공기업 제외)에 올라 있다.

특히 17위인 하이닉스(총자산 15조9400억원, 매출 11조9734억원)를 인수하게 되면 자산 규모가 38조원대로 불어나 재계순위 10위권 진입이 유력하다. 올해로 그룹 출범 10주년인 STX그룹이 단기간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그룹으로 변모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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