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대응 정부 매뉴얼, 상황 따라 유동적으로
글로벌 위기대응 정부 매뉴얼, 상황 따라 유동적으로
  • 이성재 기자
  • 승인 2011.09.30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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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와중에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위기의 진원지보다도 더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3차 방어선이 준비돼 있다. 최정예 부대가 지키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3차 방어선'이란 기획재정부의 3단계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을 말한다.

박 장관은 국민들이 불안해 할까 봐 "아직 컨틴전시플랜을 쓸 단계는 아니다"고 했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는 1단계 수준의 컨틴전시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본격적인 전투태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어떤 3중 방어선을 갖고 있으며, 이런 수비 체제로 글로벌 위기의 파고를 막아낼 수 있을까?

금융시장 위험도는 두 번째로 높은 단계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내부 기준을 통해 산정하는 금융시장 위험도는 지난주부터 5단계 가운데 두 번째로 심각한 '경계'로 높아졌다.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등급이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된다.

금감원은 그간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세 번째 단계인 '주의'를 유지해왔다.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진 지난주부터는 위험도 단계를 '경계'로 높였다.

각 단계는 금감원이
▲글로벌 신용위험
▲한국 신용위험
▲국내 외환시장
▲국내 주식시장
▲원화 자금시장 등 5가지 항목의 12개 지표를 통해 측정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지난 2008년 9월부터 3~4개월간 금융당국은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을 유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위기는 확실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보다는 위험도가 낮다"며 "지나치게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컨틴전시플랜 1단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컨틴전시플랜은 군대의 전투태세처럼 꽉 짜인 체계는 아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컨틴전시플랜은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내부의 매뉴얼"이라며 "상황 변화에 맞춰 계획도 수시로 재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대응은 컨틴전시플랜의 1단계로 보면 된다"며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기 시작한 지난 8월 초부터 본격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해오던 통상적인 경제정책조정회의를 다음 주부터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바꾼다. 이것도 1단계 컨틴전시플랜의 하나다.

우리 정부의 컨틴전시플랜은 2008년 말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처음 만들어졌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1단계는 대체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때 시장 점검을 강화하는 단계다.


정부는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점검하고 회의 강도를 높인다. 또 구두 개입과 직접 개입을 섞어 가며 외환시장을 방어한다.

2단계는 환율이 급등하거나, 외화가 빠져나가는 등 어느 한 방향으로 흐름이 강화될 때 발동된다. 이때 정부는 시중은행 등이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고, MOU(양해각서) 등을 통해 경영상 의사 결정에 개입한다. 은행이 해외 차입을 할 때 보증을 서주기도 한다.

3단계는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질 때다. 이때 정부는 외부로부터 유동성을 들여오고 직접 시장 통제를 한다.


외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통화 맞교환) 계약을 맺고, 각종 자본 유출입 규제를 가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대응단계는 비밀

정부의 위기 대응이 어느 시점에서 2단계 혹은 3단계로 들어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단계별로 정책이 혼용되기도 하고, 정부도 정확한 대응책을 공개하지 않는다.


또한 금융당국(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획재정부와는 별도의 컨틴전시플랜을 갖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계별로 투기세력에 공격 기회를 제공하거나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컨틴전시플랜을 선언하지는 않는다"며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정부가 단계별로 취해 놓은 정책이 계속 시행되는 부분이 많아, 새삼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

외화유동성 규제가 대표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으면 현 수준을 벗어나 비상계획의 2단계로 접어들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9일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평화로운 상황은 분명히 아니며 충분한 정책적 대응을 시작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부분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유력해지는 상황에서 유럽 등 외국계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정부는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재개하는 등 보다 심화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보험 등 업종별로 따로 비상계획도 만들었다.

금감원은 조만간 은행들의 외환건전성 상황이 은행들이 밝힌 수치와 일치하는지 현장 점검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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